51. 고향만큼 친근한 광주

 

 

1974 년 민청학련 사건 이후로
나는 다른 지역보다도 광주를 자주 내려간 편이다.

어쩌면 가까운 고향이나 선산보다도
멀리 떨어진 광주에 내려갈 기회가 더 많았다.

한국의 학생 운동을 이끌어 온 세력을
출신 지역별로 살펴 보면 대체로

50 년대부터 60 년대 초중반까지는
경북고를 중심으로 한 영남 출신들이

60 년대 중반부터 70 년대 초반까지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출신들이

그러다가 70 년대 초중반 무렵부터 80 년대 말까지
무려 15 년 여 동안은 광주일고를 중심으로 한
호남 지역 출신들이 주도하다시피 했다.

심지어 중앙정보부와 보안사령부 치안본부 등에서는
각 대학마다 광주일고 출신 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해서
모두 요시찰 감시 대상으로 삼았었을까...

80 년 5 월
치열했던 광주 민주화 운동도
이런 일련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았다.

광주에 내려가면 가까운 동료들만도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많고
지역 사회 운동을 이끄시는 선배 어르신들도
대개 잘 아는 사이다.

그러니만큼 광주는 내게
고향만큼이나 친근한 곳이다.

오랜 만에 광주에 들어 섰다.

80 년 5 월의 도시...
무등산의 도시...
나의 친구와 선후배 동료들의 보금자리 광주다.

안내를 받고 낯선 집에 들어 서니
낯익은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장두석 선생...
성함으론 누구신가 했는데
만나 뵈니 서울에서 중요한 전국회의 때마다
더러 뵙던 분이다.

그러고 보니 광주가 더욱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 온다.


▲ 장두석(1938~2015) 선생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장두석 선생은 혜숙이 입원한 직후부터
소식을 전해 들어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나보다도 훨씬 먼저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집으로
직접 문병을 올려고 하셨단다.

우리가 내려 온다는 기별을 받고
식사 준비를 해 놓았으니
우선 간단하게 씻고 저녁을 먹자 하신다.

우리가 묵게 될 방에 들어서니
한 켠에 운동 기구가 놓여 있고
방 문짝같이 생긴 나무판이 서너 겹 세워져 있다.

그 곁에는 베개용으로 보이는
반달형 나무토막이 놓여 있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방을 둘러 보고
우리는 한 켠 구석으로 짐을 가지런히 챙겨 놓았다.

장두석 선생은 어린 시절
심한 간질환과 폐수증으로
사경을 헤맸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견딜 수 없어
산으로 들어가 산생활을 하는데
어느덧 몸이 점점 좋아지고 병이 완치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로 자연 건강법에 눈을 뜨고
전통의학과 민간요법
동서고금의 의학서들을 접하면서
자연과 생활에 기초한 민족의학의 체계를 세우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톨릭 농민회 활동을 통해서
지역 사회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우리나라가 서구화되고 산업화됨에 따라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그 피해가 점점 드러나자
일찍부터 환경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신용협동조합과 양서협동조합 운동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여러차례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장두석 선생은 세워져 있던 나무판을 방바닥에 뉘어 놓고
반달형 나무토막을 그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혜숙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면서 누우라고 한다.
혜숙의 눈꺼풀을 까뒤집고는
위로 아래로 좌우로 움직여 보란다.

그런 다음 두 팔을 꼼꼼하게 검사하듯 들여다 본다.
두 발도 자세히 살핀다.
손과 발, 팔의 한 지점을 손가락 끝으로 눌러 보곤 한다.

혜숙은 어떤 지점에서 통증을 심하게 느끼듯
'아~~~아!' 하며 비명을 내지른다.

한동안 심각하고 진지한 자세로
장 선생은 혜숙의 신체를 이리저리 진찰한다.

" 수술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힘들게 됐어...
양의 하는 놈들은 과학이니 현대 의학이니 해 가면서
환자들에게 무조건 마구 칼을 대고 잘라 내고
하는 방법으로밖에 취급을 안 하니 참 큰일이야...
사람의 생명체에 치명적인 독이 되는 약물이나 마구
집어 넣고 말이야....."

그는 서양 의학에 대해서
입에 담지 못할 표현까지 섞어 가며
격렬하게 욕을 해 대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암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잘못된 먹거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음식 생활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어서
자연식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일텐데
백미로 지은 밥은 쌀껍질을 완전히 다 벗겨 내서
때깔 좋고 먹기에 부드럽겠지만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까지 모두 벗겨 내버린 꼴이 되어
오히려 도움이 않 된다는 거다.

쌀껍질을 3 할 정도 남겨 둔 것을 현미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필수 지방산 등이
충분히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적인 음식 생활은
신토불이에 맞추어 먹는 것이란다.

이를테면 우리에게는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이 제일 좋고
계절마다 제 철에 난 채소가 제일 좋다는 것이다.

암 환자의 경우에는 이미 몸의 균형이
깨어져 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식사법으로는
신체적 이상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때로는 단식과 생식 요법 같은
엄격한 식사요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저녁상이 마련되었다는 전갈이 왔다.
우리는 안방으로 건너가 상 주위에 둘러 앉았다.

장 선생이 설명한 바대로 현미 잡곡밥이 올려졌다.
현미와 조, 수수, 콩, 통밀 등이 섞인 잡곡밥...
부드러운 맛은 없지만 입에서 백 번을 씹으니까
고소한 맛이 감돈다.

반찬은 주로 각종 야채로 된 것이다.
상추와 깻잎과 케일을 비롯해서 제철 생야채가 가득하다.

밑반찬도 김치와 알타리무, 물김치 등등
열을 가하지 않고 절이거나 담근 것이 주종이다.

나는 감옥 생활을 포함해서 그야말로 오랜만에
먼 여행길이어선지 시장기도 있었거니와
음식이 너무도 싱싱하고 입에도 맞아
참으로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혜숙은 그저 수저를 드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내려 놓고 자리를 물러나려 한다.

" 박 선생... 병을 고칠려면 억지로라도 좀 먹어야 돼요...
병원에서 한다는 짓들이라는 게 신체 기능을 다 잘라 내지 않나
항암제니 방사선이니 해 가면서 독약이나 다름없는 것들을
몸 속에 마구 집어 넣고 쏘이지를 않나...
그러니 아무리 몸에 좋다는 음식인들 먹히겠냐 말이요...
이거야말로 생사람 잡는 짓들이지....."

장 선생은 말끝마다 서양의학을 호되게 비판했다.
서양의학은 인체에 나타나는 증상을
모두 질병으로 본다는 거다.

몸에서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여서 억지로 열을 낮추고
설사를 하면 지사제를 써서 억지로 설사를 멈추게 한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사람에게 생기는 증상을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치유하려는 현상으로 본다는 거다.

이를테면 몸에서 열이 나면
몸 안에 들어 온 병균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
열을 내는 것이라 보고 오히려 열을 더 북돋운다는 거다.

설사를 하면 몸 안에 있는 이물질이 더 많이 빠져 나가도록
오히려 설사를 더 북돋아야 한다는 거다.

간질의 경우도 온 몸을 떨면
몸에 피를 돌리기 위해 떠는 것으로 보고
더욱 더 떨게 해 주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장 선생의 주장이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현대의학의 성과와 업적을 전적으로 외면하고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에 광주까지 먼 길을 온 바에야
민족생활의학과 자연 건강법이 무언지...
혹시 무슨 도움이라도 얻을 수 있는지...
알아 보는 정도라도 필요하겠다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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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숙변과 마그밀 

 

 

저녁 식사가 끝나자 장 선생은 나에게도 똑같이
함께 치료 받고 훈련 받을 것을 주문했다.

아내의 병이 워낙 위중한 상태여서 엄격한 훈련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단다.

때때로 아내가 규칙대로 실행하기를
게을리 하거나 힘들어 할 경우에
남편과 함께 하는 가운데 큰 위안이 되고
어려움도 덜 수 있다는 거다.

나 역시 오랜 동안의 감옥 생활과 불규칙한 사회생활
식생활 등등으로 잘못되어 있는 체질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거다.

나는 아내와 함께 하겠노라고 흔쾌하게 응락했다.
장 선생은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몸 속의 숙변을
제거해 내야만 한단다.

재를 남기지 않는 땔감이 없듯이
우리 몸에도 연료가 되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남게 되고 이 찌꺼기의 대부분은
변으로 대장에 담겨져 있다가 밖으로 배설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장에 저장된 변 속에는 많은 세균들이 기생하면서
끊임없이 부패하고 발효 작용을 일으키는 가운데
인체에 해로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때로는 체액 속에 흡수되어
자가 중독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신체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 속에는 100 미터가 넘는 대장이
꼬불꼬불 겹쳐서 배 속에 들어 있는데
변이 장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되면
일산화탄소, 암모니아가스, 아황산가스 등등의
유독 가스가 발생하게 되고

이 가스들이 혈액 속으로 유입되면서 혈액이 산성화 되는데
이렇게 되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많은 의학자들이
숙변을 곧 만병의 원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숙변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란다.
네 발로 걷는 야생동물들은 척추를 좌우로 움직이고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복부의 상하 운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변비나 설사가 생기지 않는단다.

그런데 인간은 두 발로 서서 활동하기 때문에
대장과 소장이 활동성과 탄력성을 갖지 못하고
장 벽에 많은 주름이 생기면서
변이 말라 붙기가 쉽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의복으로 몸을 지나치게 감싸 안아서
피부 호흡 활동을 막아 놓기 때문에
간장이 약해지고 간액의 분비가 줄어 들어서 장의 연동운동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변비가 생기고 변비는 또 장 마비의 원인이 되어서
숙변을 정체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장 선생은 우리에게 만병의 근원인 숙변을 제거하자면서
마그밀을 권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단식인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른 훈련도 받아야 하니까
손쉽게 내장을 청소하고 설사를 통해서 배설하는 방법으로
마그밀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단다.

나와 혜숙은 장 선생이 권하는 대로 마그밀을 복용했다.
그러자 한 세 시간 쯤 흐른 뒤부터 배가 뒤틀리더니
그 후부터서는 뻔찔나게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식사 후마다 마그밀을 복용하면서
듣던대로 엄마 젖 먹었을 때부터 장 안에 남아 있던 찌꺼기까지
빠져 나오지 않고는 못배길만큼
우리는 3 일 동안 시도때도 없이 심하게 설사를 해 댔다.

장 선생은 평소에 일상적으로 숙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미와 생야채식, 그리고 가급적 천연섬유로 만들어 진
얇고 훌렁훌렁한 옷을 입어야 하고
잘 때도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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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잠자리

 

 

나와 혜숙은 장 선생이 열정적으로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들을
그저 잠자커니 듣기만 했다.

마음 속으로 미심쩍은 내용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이론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거나 확인해 가면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황당하리만큼 자신만만하다 싶어

일단 들어 보고 받아 들여 본 연후에
지속적으로 실행하거나 매달리는 것은
차후에 우리가 알아서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고 여겼다.

숙변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설명에 이어
장 선생은 우리 민족 전통의 생활 무예와
도인술에 배어 있는 단련법을
민족의학 운동요법이라 하여 소개했다.

우리의 몸은 아침에 일어나서 활동하는 동안
체액이 산성으로 기울어지게 된단다.

그러므로 밤이 되면 휴식과 잠을 통해서
체액을 알칼리성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우리 몸은 자연적으로 이러한 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나무로 된 평평한 침상 위에서
목침을 베고 자는 것이란다.



평상과 목침은 조상 전래의
잠자리 생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직립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척추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서 척추가 뒤틀리거나 비뚤어져서
만병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 척추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지혜가
바로 평상에서 자는 방법이라는 거다.

두꺼운 요와 이불, 특히 서구화된 요즈음
우리의 잠자리 문화를 뒤바꿔 놓다시피한 침대는
건강에 아주 나쁘다는 것이다.

원통을 반으로 잘라 놓은 모양의 목침...
목침 역시 직립 보행으로
뒤틀리거나 비뚤어진 경추를 바로 잡아 준단다.

푹신한 베개는 오히려 잘못된 경추를 더 고정시키게 된단다.
그러므로 잠을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개운치 않고
뻐근하고 무거운 기분이 들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나의 잠자리 문화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침대 생활을 해 왔다.
당시에는 침대가 아주 귀할 때였지만
어머니께서 진찰용으로 사용하던 것 가운데
제일 크고 좋은 것을 골라 내게 주셨다.

고향 인근에 미 공군부대와 비행장이 있는데
아마도 미군 장교의 사택에서 사용하던 것 아니었나 싶다.

두꺼운 철과 강고한 스프링으로 만들어진 침대는
푹신한 탄력성이 아주 좋았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챔벌링처럼
침대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 놀기도 했다.

오랜 세월 침대 생활을 하다 보니까
나는 너무도 지겨워서 내 방에서 침대를 없애버렸으면
하고 바랜 적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침대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집안에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내게
침대를 다른 사람에게 주든지 처분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신다.

그러면 나는 어쨌거나 오랜 세월
나의 생활 가운데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침대가
나와 영영 헤어지게 되는 게 몹시도 안타깝고 서러웠다.
침대가 괜시리 불쌍해 지기도 했다.

그리고는 다시금 침대를 소중하게 껴앉고 생활했다.
내 생활의 한 부분이라 여기고
할 수 없이 버리지도 못 하고 간직해 온 것이다.

그러다가 서울에 집을 마련하고 혜숙과 결혼하고 나서
나는 굳이 침대를 서울로 옮길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내게는 침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듯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침대를 버리거나
처분하겠다는 마음도 그리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용하지도 않을 침대를
보관해 두어야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침대에 얽힌 나의 이런저런 심사를
훤히 알고 계실 부모님께 처분을 맡기기로 작정했다.

결혼하고 몇 달 후에 부모님이 서울로 이사 오셨다.
이삿짐에 내 침대가 없다.
나는 침대를 어떻게 하셨느냐고 여쭙고 싶었지만
그 순간 침을 꿀꺽 삼키고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는 침대에 대해서 평생 여쭙지 않고 있다.

평상과 목침에 대해서 장 선생이 설명한 바대로라면
병은 아내보다 내가 먼저 걸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침대 생활 뿐 아니라 베개도 늘 높게 베고 잔다.

지금도 우리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요를 두껍게 깔고 잔다.
아내도 그렇겠지만 나는 평상 위에서
낮은 원통형 목침을 베고 자는 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
그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고문이나 다름없다.

오랜 동안 단련하고 익숙해지면
좀 편안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보았지만
그렇더라도 부부 생활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와 혜숙은 훈련받고 있는 동안에는 일단
규칙과 권면에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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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운동요법

 

 

평상과 목침, 잠자리 건강법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장 선생은 쉴틈도 주지 않고
이제부터 민족의학 운동요법을 함께 하잔다.

우리는 느닷없이 끌려서 먼 여행길을 내려 오느라
몹시 지치고 피곤해 있었지만
장 선생의 막무가내하는 열정에 눌려
이의를 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선 본 운동으로 들어가기 전에 준비 작업으로
근육을 이완시키는 예비운동을 시작했다.

몸의 지압점을 눌러 주면서
응혈을 풀어 주기도 하고
피부를 마사지 하면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촉진시켜 준다.

손은 온 몸의 축소판으로 모든 장기와 연결되어 있어
손바닥을 부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단다.

머리 전체를 지압하듯 눌러 주고
귀 역시 손바닥과 마찬가지로 온몸의 장기와 연결되어 있어
귀를 마사지하면 전신 마사지의 효과가 있단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이마와 양쪽 볼, 인중과 턱
귀 밑에서 목, 양 팔과 갈비뼈 부위
허리와 엉치뼈 부위를 12 번 씩 문지른다.

이렇게 해서 예비운동을 마치고 본 운동으로 들어간다.
본 운동은 모관 운동과 붕어 운동
합장합척 운동과 등배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 선생은 방 한켠에 있는
사과 박스만한 운동 기구를 작동하더니 시범을 보인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기계를 직접 작동하고 사용하도록 지도한다.

모관 운동은 혈액 순환의 원동력이 모세혈관에 있다고 보고
몸 속에 있는 약 50 여 억 개의 모세혈관을 떨게 해 주는 운동이다.

몸에 끈을 둘러 감고 기계를 작동하니
온 몸이 그야말로 파르르 떨리면서 회오리치는 느낌이다.

붕어 운동은 몸을 똑바로 누어 일직선이 되도록 하고
발목을 운동 기구 위에 올려 놓는다.
두 손을 목 뒤로 깍지 끼고 경추를 손가락으로 눌러 준다.
이 상태로 기계를 작동하면 발목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붕어가 헤엄치듯 온 몸과 내장을 흔들어 준다.

이 운동은 특히 척추를 바르게 해 주고 장의 기능을 촉진시켜
변비를 예방하고 숙변이 빠져 나가도록 도와 준단다.

나와 혜숙은 훈련을 받으면서
이 운동 기구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알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부피가 작아서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또한 누울 수 있는 자리만 있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좋았다.
사용법도 단순하고 간단했다.

더우기 혜숙과 나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아이들까지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고
일반 상식으로도 몸에 꼭 필요한 운동일 것이라 여겨졌다.

우리는 이 운동 기구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기구는 자연 건강법을 추구하고 연구하는 분들이
특별히 개발하고 제작한 것이어서
시중에서는 구입할 수 없단다.

필요한 사람이 자연건강 관련 단체나 인사들을 통해서 주문하면
그때마다 제작해서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만큼 주문을 하더라도 기구가 배달되기까지는
한 달 가량 기다려야 된다는 거다.

지금은 물론 이와 비슷한 운동 기구를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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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운동 기구와 어머니

 

 

나는 그 자리에서 운동 기구를 주문했다.
그 후 이 기구는 한 달 여 만에 우리집으로 배달되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어머니는 이 기구를 열심히 활용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부턴가
나와 혜숙은 이 기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잠자리에 드시기 전에
이 기구를 열심히 활용하셨다.

이제 이 기구가 우리 가정에 들어 온 지도
어언 15 년 여가 되면서 발목을 올려 놓고 붕어운동을 하는 부분은
이미 낡을대로 낡았다.

그러면 어머니는 정성스레 천조각을 대고
기워 쓰시곤 하셨다.

때로 이 기구는 한동안 우리 가정을
떠나 있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분들이나 그 가족 가운데
암 환자가 발생하면 대개 우리집을 찾아 와
먼저 상담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 혜숙과 나는 환자의 처지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투병해 왔던 일을 자세하게 상담하곤 했다.

그러다가 자연 건강 요법에 관한 이야기에 이르르면
자연히 운동 기구에 대해서도 설명하게 된다.

하지만 절박한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시중에서 구입할 수도 없고
주문해서 제작하고 배달되는데 걸리는 한 달 가량의 기간은
그야말로 천금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보호자의 입장에서야
당장에 빼앗아서라도 가져 가고픈 심정이다.

그럴 때마다 나와 혜숙은
우리보다도 더욱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이
당장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운동 기구를 내 주었다.


운동 기구뿐만 아니라 책과 테이프 등 자료들도
그러저렇게 나누어 주곤 했다.

운동 기구를 가져간 첫 번째 암 환자가
운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 기구를 도로 달라겠는가...
그런데 절박하게 필요한 환자가 또 나타나게 되고
나는 이 기구가 있는 집으로 연락해서
필요한 환자에게 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런 모양으로 이 기구는 몇 년 동안에 걸쳐
다섯 가정을 돌고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환자가 운명하고
어느 날 이 운동 기구가 우리 가정으로 돌아 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 기구를 사용하다 운명한
환자 가족이 잊지 않고 보내 준 친절에 고마움을 느꼈다.

나의 어머니는 운동 기구가 다시 돌아 오자 의외로 반기셨다.
그런데 어느새 모관 운동으로 사용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고장나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위해서 고칠 방법이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 수소문 해 보았다.

제작처에 전화해 보니 기계를 직접 부산으로 옮겨서
모타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러면 새로 구입하는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가격은 십 여 년 전이나 그제나 별 차이 없다.
50 만 원 상당이다.

나는 어머니를 위해서 새 것으로 구입하려 했지만
어머니는 붕어 운동 기능만으로도 충분하다시면서
한사코 거절하신다.

이 운동 기구는 우리 가정
특히 어머니의 생활 가운데 한 부분이 되어 
오랜동안 매일 저녁마다 30 여 분 씩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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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요가에 대하여

 

 

운동 기구를 활용한 모관 운동과 붕어 운동 실습을 마치고
장 선생은 우리에게 합장합척 운동을 지도한다.

합장합척 운동은 말 뜻대로 누운 상태에서
손바닥과 발바닥을 마주 붙이고

손은 머리 위로 밀어 올렸다가 가슴으로 당기고
발은 아래쪽으로 밀었다가 다시 끌어당기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하면 몸의 힘이 증진되고
아랫배가 튼튼해 지면서 지구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이어서 등배 운동으로 들어간다.
책상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고 앉아서
몸을 곧추세우고 좌우로 기울이면서
배를 내밀고 들이미는 동작이다.

몸이 가운데로 올 때는 배를 들이밀고
좌우로 기울일 때는 배를 내민다.



이때 체액이 몸을 좌우로 흔들면 산성으로 기울고
배를 들이밀고 내밀면 알칼리성으로 기울어
결국 두 가지 동작을 같이 하는 중에 중화된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단전에 힘을 모아 주고 장의 활동을 촉진시켜서
변비를 예방하고 숙변이 배설되도록 돕는다고 한다.

우리는 장 선생이 지도하는 대로 따르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짐짓 죽어가는 절박한 생명을 놓고서 단련하기에는
너무 한가하고 여유로운 운동이라 생각했다.

나는 감옥에서 생활할 때마다 요가로 몸을 단련해 왔다.
구속되고 수사가 끝난 다음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이송되면
나는 그날부터 곧바로 요가를 시작했다.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일어나자마자
나는 요가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 배식 때까지 1 시간 여 동안
그리고 저녁에는 취침 전까지 2 시간 여 동안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내가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마땅한 요가책이 나와 있지 않아서
나는 일본에서 출판된 요가책을
교본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해방 후 반일 교육의 영향으로
일본어를 제 2 외국어 선택 과목에서도 배제하고 있을 때여서
나는 요가책의 내용을 터득하기 위해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해야 했다.

특히 생체학에 관련된 용어들이 많아 애를 먹었다.
덕분에 일본어는 신문을 대충 이해할만하게 배웠지만...

요가 중의 요가
모든 체위 동작 중의 왕이라고 하는 물구나무서기를
나는 아무리 딱딱한 바닥에서라도 머리를 대고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다.

요가의 이론과 실습을 5 년 여 동안 전공한 셈이다.
장 선생에게 운동 요법 지도를 받으면서
나는 이론과 실제가 요가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모관 운동과 붕어 운동을 위한 기구는
그래서 내게 더욱 인상적이었다.

요가에도 그런 체위가 있지만
장을 흔들어 주는 붕어 운동의 경우
요가로 그만한 효과를 얻기에는
상당한 훈련과 세월이 필요하다.

이제 평소에도 심한 변비로 고생해 왔고
위를 잘라 내고 비장과 췌장의 일부까지 잘라 낸 혜숙에게는
한가하고 여유로운 실습과 훈련보다는
운동 기구를 활용해서라도 몸에 필요한 효과를 얻는 것이
매우 절실한 것이리라...

합장합척 운동과 등배 운동에 대해서는
차라리 내가 혜숙에게 필요한 요가의 체위를 선택해서
훈련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요가의 수행에서는 무리를 하지 말고
계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요가를 중단했다가
감옥에 들어가면 다시 시작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보름 쯤 지나면 여지없이
온 몸의 뼈마디마디마다 심한 통증으로 요동을 쳐댔고
한 보름 가량은 심한 몸살을 앓곤 했다.

이런 증세는 비단 요가를 시작하는 데에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감옥에서 석방되어 다시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요가를 점점 소홀히 하다가 중단하게 되는데
이럴 때도 한 보름 가량은
여지없이 온 몸의 뼈마디가 쑤셔온다.

그래서 나는 혜숙에게 요가를 지도하면서
나 역시 계속할 수 있다면 더 없이 바람직한 일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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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변화와 균형과 안정

 

 

요가에서는 변화와 균형과 안정을
3 대 원칙으로 꼽고 있다.

즉 변화를 꾀하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안정되게 사는 것이다.

요가에서는 사물에 집착하지 않고
변화를 중시한다.

사람의 몸일 경우에는
먹은 것을 배설하는 흐름이 곧 변화다.

정지해서는 안 된다.
버릇이나 습관은 변화가 아니라 정지다.

계절이 변하듯 자연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인간의 감정도 싫건 좋건 변한다.

사회 환경도 항상 유동하고 있다.
그 속에 사는 사람 역시 변화하는 것이다.

균형은 어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부분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몸에서 긴장과 이완
좌측과 우측 산성과 알칼리성의 균형을
요가에서는 매우 중요시한다.

요가 수행의 대부분은
치우침을 수정하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안정은 불안하거나 방황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걸맞는 것을 말한다.

내가 나다운 생활을 하고 있을 때가
바로 안정이다.

음식에서 다른 사람에게 영양식이 된다고
자기에게도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체조와 훈련에 있어서도
자기 신체에 맞지 않는 것은 무리이며
부질없고 불안정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자기 자신에게 알맞은 것인가 하는 것은
훈련하면서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와 균형과 안정을 3 대 원칙으로 해서
요가는 몸을 통일하고 마음을 통일하며
몸과 마음을 조화시키는
호흡식을 결론으로 삼는다.

요가라고 하면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불상처럼 앉아 있거나
온 몸을 곡예사처럼 꼬고 있는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체조 훈련은 모두
몸과 마음과 호흡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요 수단이다.

앉음새가 바르지 못하면 허리가 아프다.
요가에서는 바르지 못한 앉음새를 바로 잡는다.

비정상적인 식생활은 병의 원인이 된다.
요가에서는 비정상적인 식생활을 바로 잡는다.
또한 바르지 못한 행동을 고친다.

눈에 보이는 신체 활동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활동

의식할 수 있는 자신과
무의식적인 자신의 활동

이 모든 것을 조화하고 통일해서
자유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요가 수행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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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단전과 호흡

 

 

사람의 몸은 근육과 뼈와 내장으로 구성된다.
이 세 부분의 관계가 원활하면
바른 자세 바른 동작이 된다.

협력 방식에 이상이 있으면
이상한 동작이 유발된다.

이 세 부분의 협력은
각자의 특질을 살려 나갈 때 안정을 취한다.

즉 근육은 부드럽고 뼈는 단단하며
내장은 신축성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근육에는 이완되는 것과 수축되는 것이 있는데
각자의 활동이 강할수록 유연성이 풍부해진다.

그러므로 근육을 이완시키고 수축시키는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육에는 수축되는 자극이 많으므로
보통 동작에서는 이완시키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바른 동작 바른 자세를 가지려면
단전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단전이란 역학으로나 생리학으로나
몸의 중심점이 되는 곳이다.

요추와 항문과 배꼽을 연결한 삼각형의 중심이 단전이다.
그러니까 배꼽 밑으로 5 cm 쯤의 안쪽에 있다.

생리학적으로 말하면 단전은
자율신경과 체액의 균형을 이루는 중심이 된다.

이 단전에만 힘을 넣고
딴 곳에서는 힘을 빼야 한다.

이런 상태가 될 때
심신의 능력이 최고로 발휘된다.

단전의 활동을 강화하려면 상반신의 힘을 빼고
하반신에 힘이 모이도록 하면서 항문을 오무린다.
가슴을 펴고 엄지발가락과 오금에 힘을 준다.

어깨와 목, 손에서는 힘을 뺀다.
목의 근육을 반듯하게 하고 깊숙히 호흡한다.

사람이 죽으면 항문이 열린다.
항문이 오무라져 있는지 아닌지를 보고
생사를 구분하기도 한다.

물에 빠져 생사지경에 처했을 때
항문을 오무리고 있으면 구조되는 수도 있다.
항문을 오무리면 몸의 안정력이 높아 진다.

인간은 먹지 않고 물만 마셔도
50 일이고 60 일이고 살 수 있지만
호흡은 단 5 분만 멈추면 죽는다.
그러므로 호흡은 인간의 생명 그 자체다.

요가에서는 호흡을 매우 중요시한다.
단전호흡은 요가의 근본이다.
모든 체위 동작도 호흡과 연결하고 일치해야 한다.

사람의 피부는 외부의 공격
즉 벌레에 물린다거나 접촉에 의해서 상처가 생기면
긁기도 하고 씻기도 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가 있지만

뼈와 근육과 장기 등은
요가의 호흡과 체위 훈련을 통해서라야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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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명상과 정신 통일

 

 

요가 수행의 진수는 명상이다.
명상의 의미는 넓고 깊고 높고
거룩하게 느끼고 생각하며
진실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생활 가운데서건 사이버상에서건
어떤 사람과 우연히 만났다고 하자.

일반적으로는 단지 그 때, 그 곳에서, 그 사람과
만났다는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될 뿐이지만

명상을 통해서는
우주 만물 가운데

이 지구상에서
한반도에서

멀리 조상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아무리 사소한 인연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 없다면
도저히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여긴다.

이를테면 상대방이나 나 자신이나
선조 대대로 내려오면서

어느 조상 한 분이
원해서건 아니건
다른 분과 혼인했더라면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러므로 그 때, 그 곳에서, 그 사람을
만날 수도 없을 것이란 얘기다.

우주 만물... 지구상의 시간과 공간...
모든 환경이 한치도 틀림없이 일치하고
물샐틈없는 질서 속에서 선택되어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란 의미다.

명상은 요가의 근본 훈련이요
요가는 바로 명상 행법을 위하고
명상을 뜻하는 말이다.

명상은 주의 집중과 의식 집중
훈련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의와 의식 집중을 위해서는
여유가 있고 편안할 것과 호흡이 고르고 깊을 것
그리고 마음이 하나로 통일되기 쉬운 상태일 것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
감각이나 사고 활동이 강해 진다.

이를테면 사람이 드러누어서
마음이 느긋하고 편안할 때는
주위에 조그마한 소리도 크게 들린다.

감동한다든지 놀란다든지
흥미로운 사건을 접한다든지 절박한 상황 등등에서는
자연히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게 된다.

따라서 그런 조건을 의식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방법이다.

주의 집중법은 몸을 통한 통일 훈련법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뭔가 한가지 소리에 매달려 그 소리에 집중한다.

나는 감옥에서 명상에 들어 갈 때
어떤 날은 풀벌레 소리에
어떤 날은 하수구로 흐르는 물소리에
어떤 날은 빗소리에 바람소리에
매달려 집중하곤 했다.

단전 호흡을 하면서
한 소리만 집중해서 듣고 있으면
그 소리의 리듬과 음색과 변화의 흐름이
느껴지곤 한다.

처음에는 소리를 붙잡고
소리에 매달리면서 집중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무의식의 세계
명상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요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음(音), 소리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때로는 스스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스스로 소리를 낼 때
숨을 오래 내쉴 수 있는 한 길게 내쉰다.

처음에는 가만히 소리를 내고
이 소리에 집중하지만

나중에는 소리를 멈추어도
마음 속에서 계속 소리를 내게 되고
그 소리에 따라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

요가에서 소리로 주의 집중하는 방법을 근거로
불가에서는 '음 ~ ~ ~' 하는 수행법이 있다.

의식 집중법은 마음을 통한 훈련법이다.
여기서는 추상적인 관념에 집중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를테면 '나는 누구인가?'
'무(無)란 무엇인가?' '명상이란 무엇인가?'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문제에 생각을 집중한다.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생각에
생각을 집중함으로써
생각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긴장과 이완이 가장 균형잡힌 상태가
곧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60. 선정과 무심


 

명상 훈련에는 몇 가지 수행법이 있다.
그 중 선정행법에는 눈을 감고 하는 경우와
실눈을 뜨고 하는 경우, 눈을 크게 뜨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주로 눈을 감고 수행했다.

좌선하고 턱을 끌어 당긴 상태에서 단전 호흡을 하고
조용히 눈을 감은 다음
눈알을 양쪽으로 끌어 모은다.

그리고는 머리털이 머리 위로
힘껏 뻗쳐 올라가는 기분이 되게 한다.
즉 자기 머리 꼭대기로
하늘을 떠받치는 기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슴을 좌우로 넓게 벌려서 위로 치켜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내밀듯이 하면서 뻗쳐 준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단전에 힘이 집중되고 항문이 조여 진다.
등뼈가 펴지고 동시에 힘이 집중되면서
가슴에서 위의 힘이 빠져 나간다.

단전이 모든 균형의 통일점이므로
여기에 집중되는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몸의 안정력이 높아 지고 뇌의 안정도 높아 진다.

이렇게 해서 몸의 수행이
그대로 마음의 수양으로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면서
무심의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무심(無心)이란
이것에나 저것에나 구애받지 않는 상태...
즉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은 상태에서
사물을 대하는 마음이다.

이 무심의 상태를 자연의 마음이라고 하는데
요가에서는 이 마음의 상태를 바른 마음이라고 본다.

우리는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에고(ego)
즉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 되기 쉬운데
요가에서는 이 에고가 악을 만드는 근본이라고 본다.

무심은 자기 마음을 버리는 훈련이다.
무심에 이르기 위해 무조건 남에게 봉사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조건이 붙은 마음을 사욕이라고 한다.
이 사욕에서 불평, 불만, 분노, 저주, 증오 같은 것이 생기고
무리한 생각도 생기므로
사욕에서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본다.

조건을 붙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은 마음이 무심이다.
이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마음이 가장 활발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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