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미FTA 협정문이 공개되었다.

여전히 감추는 것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졸속협정이었는지 졸속비판이었는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틀 동안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한미FTA협정은 매우 실망스럽다.
나는 지난 3월 한미FTA 졸속협상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협상단과 정부가 워낙 자신 있어 하기에 어느 정도 그럴싸한 협상을 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제발 그래주길 바랬다.

협상이 체결되던 날 정부관료들이 줄지어 서서 한미FTA를 자랑스러워하기에 제발 그럴 수 있는 근거가 있길 바랬다.

그러나 미국 TPA시한을 어기면 마치 지구의 종말이라도 올 듯이 난리를 치던 정부가

갑자기 그 시한을 연기하면서까지 체결한 한미FTA는 결국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실망을 거둘 수가 없다.

 

오늘 나는 매우 슬프고 화가 난다.
결과 공개로 드러난 협상력의 부족함 때문만이 아니다.

국민에게 정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동안에 단 한 번 사용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은 ‘세이프가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 태도는 특히 실망스럽다.

세이프가드를 업적으로 자랑할 땐 이런 조건 얘기를 안 하더니, 고의가 아니었다고, 사실은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더 이상 우리 협상팀을 믿기가 어렵다.
협상 중에는 별로 알려주지도 않고, 혹시 이러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면 알지도 못하면서 가만이나 있으라고 면박을 주었던 그들이었다.

더구나 협상과정의 문건들에 대해선 3년 동안 비밀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협상전략의 노출을 꺼린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결과가 이런데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

3년 후에도 오늘처럼 그들이 당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협상결과의 주권침해적 내용들은 더더욱 심각하다.
세간에서 우려했던 경제불평등 조약이라는 말이 연상될 정도이다.

한국경제시스템과 제도에 미국 영향력 행사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었다는 우려가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기준을 갖지 못하고 왜 미국의 기준을 거의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툭하면 미국기준이 글로벌 기준이라고 우기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미국이 최강국이지만 미국이 세계는 아니다.

한국의 위상에 맞게 다른 나라 정도로만 해도 된다.

 

이번 한미FTA협정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의 협상력과 국력이 미국에 비해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밀주의에는 국익이 뿌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비밀주의 외교협상과 통상협상은 불필요한 논란만 키울 뿐이다.

특히 국민경제 전체가 영향 받는 통상협상의 경우 그 준비 단계부터 철저하게 국민과 함께해야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왜 세계 최강의 통상국가인 미국에서조차 정부의 협상주도권이 한시적으로만 주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바꿔야한다.

정부의 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졸속비밀협상의 폐해와는 단절해야한다.

 

한미FTA는 개방과 쇄국의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 개방지상주의자, 개방올인파들은 일반국민과 온건한 개방주의자들을 때론 현혹하고 때론 모함하고 있다.

한미FTA를 주도하는 개방주의자들은 사실상 미국식 기준을 우리에게 강요한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의 기준을 만들어야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국가와 제대로 된 국민의 자세다.

 

 선택된 개방과 적절한 국가의 산업정책 대응을 통해 우리가 오늘 여기까지 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성공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여러분의 각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기준은 우리 국민 스스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27일  
국회의원 김근태


 

     

[통합을 바라는 모든 분들께 드리는 글]

통합은 시대정신입니다.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와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필수입니다.

통합하면 승리했고, 갈라지면 패배했습니다.

 

87년 대통령선거에서 분열해서 패배했습니다.

민주진영의 분열로 우리 역사가 다시 후퇴해야 했습니다.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97년에는 통합했고 승리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요구와 지향을 담은 정치세력의 통합은 불완전하지만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중산층과 서민, 그리고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지지자들의 준열한 요청에 정치권이 화답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전진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 우리는 또다시 통합에 성공했습니다.

그 한가운데 노무현 후보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노무현 후보는 편협한 원칙과 가치에 매몰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대중의 요구와 일치시키는 합리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정권재창출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반드시 통합하라는, 후보단일화하라는 지지층과 서민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감동이었고, 그 자체가 역사였습니다.

국민들은 원칙 있는 정치인 노무현,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과 함께하는 노무현의 모습에 환호했고,

결국은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역사 속에서 통합은 시대정신임을 확인합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승리를 위해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의 전진을 위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과 정치세력은 대통합의 걸음을 함께 해야 합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요구에 기반한 강력한 정치통합으로 사회경제적 통합과 남북통합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아야 합니다.

통합은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자 평화개혁세력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역사적 사명입니다.

 

모든 세력의 통 큰 통합이 필요합니다.


지금 대통령께서도 통합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워낙 많은 말씀을 하셔서, 그리고 그 주변에서 나오는 주장이 일관되지 않아 무엇이 진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제가 판단하기에는 우리들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은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게는 약간 부차적인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 분들은 우리당의 가치, 창당정신, 원칙 있는 통합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계승하라는 요구와 압박이 있습니다.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통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행태를 노무현식 통합정치,

아니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원칙과 노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힙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누구누구는 안 된다고,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통합의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이 사람들 역시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그 참모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근태는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정치권의 편협한 통합관에 반대합니다.

이런 통합 자세로는 한 치도 나갈 수 없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요구를 따르는 통 큰 통합관으로 바꿔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양극화 극복, 민주주의의 확고한 진전 등의 가치에 동의하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은

통합하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에 철저히 복무하는 통합이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평화개혁세력의 대선승리를 보장할 수 있고, 역사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입니다.

 

그 시대적, 역사적 요구를 뒤로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것은 범죄이고 죄악입니다.

역사와 국민의 준열한 심판만이 그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국민이 결정하는 후보만이 승리합니다.

청와대는 얼마 전에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당시의 연설문을 공개했습니다.

의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따져봅시다.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께서 후보선출과정과 통합과정, 그리고 대선에 개입하셨나요?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께서 여권의 특정주자를 공격하셨나요?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일체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셨습니다.

비교가 되는 자료를 비교해야 합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르는 과정이라는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격에 고건 후보가 좌초되었고, 정운찬 총장이 그만두었습니다.

 

손학규 후보를 공격하였고, 정동영과 김근태 역시 공격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역사상 유래 없는 현직 대통령에 의한 여권후보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너무 명백해 보입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러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명하는 후보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합니다.

그래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했던 전두환 대통령조차도 정권창출을 위해서는 자신을 밟고 가라며 스스로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몇몇 후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여권후보를 초토화 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상식적으로 옳은 일입니까? 

 

2002년 당시 아무런 각본과 정치공작, 외압 없이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국민후보 노무현이 승리했듯,

2007년에도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국민후보만이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자유로운 정치환경 속에서 국민의 역동성에 기반하여 후보가 되셨듯이

이제는 대통령께서 그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큰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훈수만 말아주십시오.

 

통합을 염원하는 정치세력과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비켜서 주십시오.

그 길이 통합과 관련해서 역사 속에 기여하는 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국민의 손에 의해 직접 선택된 후보만이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20만명의 축소된 후보경선을 한다면 최소 100만, 200만이 참여하는 완전한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절대시간이 부족합니다.

 

통합은 자기희생과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양보하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2002년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당적을 포기하고, 정치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는 결단을 해서 통합의 물꼬를 텄습니다.

그 결단을 기반으로 그 당시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 역시 기득권을 버리고 정몽준 후보와의 통합에 나섰습니다.

 

지금은 그 결단을 다시 현실에서 구현해야 합니다.

우리당 역시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통합의 한길에 나서야 합니다.

민주당 역시 정권창출을 염원한다면 작은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대선까지 7개월이 남아있고, 아무리 넉넉하게 보아도 우리의 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시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절박하게 이야기 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실행하려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5월안에 초보적인 성과를 내야하고, 6월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합니다.

차갑게 등을 돌리고 선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데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서둘러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통합의 몇 가지 원칙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세균 의장과 박상천 대표가 만났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누구누구는 배제한다거나, 어떤 세력은 빠져야 한다는 것은 통합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며,

작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에 다름 아닙니다.

 

대통합의 첫 번째 원칙은 통합의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합의 정신은 수구기득권 세력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

모든 사람이 사소한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사소한 차이는 내부의 경쟁을 통해 해소하면 됩니다.

 

두 번째 원칙은 국민과 함께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권내 소수의 이해타산에 기반한 조정과 타협으로는, 대통합을 이룰 수도 없고, 이루어진다 해도 승리할 수 없습니다.

최근 오픈프라이머리의 의미를 애써 무시하고 정당안의 경선으로 안주하려는 일부의 움직임과

경선을 통하지 않고 편한 길을 가려는 흐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경고를 보냅니다. 

 

세 번째 원칙은 기존의 정치세력간 통합과 함께 평화개혁 진영을 대표해 온 시민사회, 종교계의 인사들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국민경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서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미 (가칭)국민경선추진위원회 구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급히 (가칭)국민경선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후보들 간의 오픈프라이머리의 규칙과 시기 등을 합의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시민사회, 종교계 원로인사와 정치권의 신망 받는 분들이 나서주시면 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국민경선추진위원회는 대선과 이후 대통합 신당 완성과정에서도 중대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5.18을 계기로 대선후보원탁회의를 시작하자는 지지자들의 여론에 부응해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김근태의 길을 가겠습니다.

 

요즘 국민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집안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저도 속이 많이 시끄럽습니다.

 

국민여러분께 정중하게 양해를 구합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중산층과 서민의 곁으로 가기위한 저희들의 발버둥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아마 당분간 시끄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서 정비된 모습으로 다시 국민여러분 앞에 서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통합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군사독재가 국민을 탄압하고 분열시킬 때 국민통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습니다.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오해를 받아가면서까지 통합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또 다시 그 전선에 섰습니다.

통합의 길에서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앞에서는 통합을 얘기하고 뒤에서는 분열을 고착시키는 일체의 행위와 집단에 대해 싸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지상명령이라고 생각하고 통합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습니다. 

 

2007년 5월 13일  
국회의원 김근태



안녕하세요. 김근태입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짧은 편지글로나마 여러분을 찾아뵈었는데 이젠 일요일도 저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펜을 잡고자 하였으나 펜이 달아났습니다.

독배를 든 손이 떨리지 않고 결코 쏟아지지 않기를 바라는 노심초사의 심정이 절필의 배경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죄송합니다. 일요편지를 아끼고 기다리신 여러 벗들이 계셨는데

“왜 일요편지를 보내지 않는 겁니까?”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을 뿐 답신을 드리지 못한 제 마음도 편하질 못했습니다.

 

품바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이르기를, 민초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쌓였던 울분과 억울함이 한숨으로 뿜어져 나오는 한이 깃든 소리를 말한다고 합니다.

또한 품바란 가진 것 없고 텅 빈 상태인 허공(虛空), 도를 깨달은 상태에서의 겸허함을 의미한다고 하며,

또 한자의 '품(稟)'자에서 연유되어 '주다', '받다'의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품바에 함축된 의미는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며,

타령이 처음 시작할 때와 끝날 때는 반드시 '품바'라는 소리를 내어 시작과 끝을 알렸다고 합니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政者正也)이라는 신념으로 정치를 해왔고 또한 정치는 품바와 같은 희망타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요편지를 통해 소통하고 가까워졌던 여러분과 함께 멀지 않은 시간에 다시금 품바의 희망편지를 나눌 시간을 기대해 봅니다.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으시죠?

 

여러분이 올려주신 댓글을 훔쳐보듯 눈팅만 하다가 히죽 웃기도 하고 얼굴이 약간 붉어지기도 하는 김근태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지금껏 그렇게 소통해 왔지만 여러분과 가까이 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김근태를 GT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 뜻을 Go Together! 함께 합시다! 라고 생각합니다.

 

2006.10.10
김근태


 


먼저, 정동영 의장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원과 국민들이 자랑스러운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동영 의장께서 능력을 발휘해 다시 우리당 지지율을 1등으로 만들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저는 최고위원으로서 정동영 의장의 노선과 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당원의 선택은 자강이었습니다.

먼저 당의 중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동영 의장을 선택했습니다.

당원의 뜻을 따르는 것은 당인의 의무입니다.

당원 여러분이 선택한 길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에 당원동지 여러분에게 분에 넘치는 응원을 받았습니다.

제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박수를 보낸 주신 당원 동지들의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반드시 뜻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지난 한 달 반,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우리당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당원 동지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지방선거 필승을 이룹시다.
열린우리당 만세! 자랑스러운 당원동지 여러분 만세!


2006.2.19
김근태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월, 방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환영입니다.

 

지난번에 찾아뵈었을 때 ‘날이 풀리는 4월쯤 갈 생각’이라는 말씀과 함께 ‘열차로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 희망이 이뤄질 모양입니다.

이번엔 정부도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니 두루두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차를 타고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단순한 만남 이상입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쾌거입니다.

남북교류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지난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전당대회가 끝나고 모시고 함께 방북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소망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한나라당이 문제를 삼고 나섰습니다.

대변인이 나서서 ‘북풍’이라며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대변인조차 ‘연기해 달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을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도 카터 대통령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갖고 있는 국정운영 경험이나 정보 등은 소중한 국가자산입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각별히 이분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 아닙니까?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들이 활발한 외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여기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익을 앞세워 대승적 판단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이 따뜻한 4월, 그 어느 봄날을 상상하며 행복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6.2.12
김근태


 



요즘 많은 당원과 국민을 만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요약하면

“요즘 한나라당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아직 대한민국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겠다.

그럼, 과연 열린우리당은 자격이 있느냐?”는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저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당을 이끌고 온 분들은 스스로 당권파가 아니랍니다.

책임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우리당에는 당권파가 없다는 말입니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말입니다.

동의할 수는 없지만 상대가 인정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수밖에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근태를 당권파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겠습니다.

책임있는 당권파가 돼서 당원과 함께하는 열린우리당을 만들겠습니다.

당을 이끌고 온 사람들의 잘못 때문에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당을 지켜온 우리의 영웅들과 함께

‘책임질 줄 아는’ 여당을 만들겠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원칙과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당원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그걸 밑천으로 당을 확실히 바꾸겠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분명히 책임을 지겠습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본질을 흐리지 않겠습니다.

갈 길을 분명히 제시하고, 분명히 평가받고, 분명히 책임지겠습니다.

2006.1.25
김근태

 



월요일 밤입니다. 일요일에 쓰는 편지를 또 월요일 밤에야 씁니다.

출마선언을 마치기가 무섭게 광주 전남을 다녀왔습니다.

묵었던 여관방이 편지 쓸 형편이 안됐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길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고 떠난 길이지만 그래도 오늘밤은 좀 씁쓸합니다.

‘당이 이 지경이 됐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더니 돌아오는 메아리가 참으로 격렬합니다.

저를 분열주의자로 낙인찍었습니다.

김근태를 조금만 알아도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한평생을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 사람입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연대와 통합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그런데 분열주의자라니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김근태는 한 번도 쉽고 편안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고난의 길을 가면서도 그것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오늘까지 먼 길을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소신과 원칙을 굽힐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각오했던 일입니다.

길을 떠날 때부터 험한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담담하게 뚜벅뚜벅 앞으로 가겠습니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앞으로만 가겠습니다.

요즘 당원들을 만나면 힘이 납니다.

또렷한 눈길을 마주 보고 있으면 만화 주인공처럼 제 몸에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절박해서 그런가 봅니다. 저도 그렇고, 당원들도 그렇고….

한자리에서 스물 댓 명 당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꼭 눈이 맞는 한두 명이 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것 같은 분들입니다.

그분들에게 에너지를 받아 하루하루 버텨냅니다.

길을 떠나 앞만 보고 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흔들림 없이 앞만 보고 가겠습니다.

머잖아 산마루와 정상이 보이겠지요.

그때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앞으로 앞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이 역사적인 등정에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06.1.17
김근태

 

 

어제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TV 봤느냐?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전화선 너머에서 다짜고짜 따지는 억양으로 미뤄 ‘아이쿠, 또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싶었습니다.

 

부랴부랴 사실 확인을 했습니다.

봉천동에서 어렵게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들 가운데 본인도 모르게 당원에 가입하고,

통장에서 당비가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였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이 하얘졌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당원이 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의사표현 방식입니다.

누군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당에 입당을 시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일입니다.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범죄행위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만든 당입니다.

과거 민주당에서 분당을 한 첫 번째이자 마지막 이유 역시 ‘정치개혁’이었습니다.

민주당의 당권을 잡고 있는 분들이 ‘정치개혁’에 동의하지 않으니 분당을 해서라도 정치개혁을 이루자고 주장해서 분당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만든 우리당에서 ‘허위당원’이라니요?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까맣게 몰랐던 일도 아닙니다.

열린우리당은 물론이고 ‘기간당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당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당비를 내고 당원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 기간당원제의 취지입니다.

과거 종이당원이 당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상황에서는 당원의 의사를 물을 필요도 없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분들이

당직과 공직후보를 정했는데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만든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를 악용해서 공직 후보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허위로 당원을 만들거나,

당비를 대납한다는 경고는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 예도 많습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그런 사례가 너무 많고 노골적입니다.

이대로 가면 ‘정치개혁’ ‘정당개혁’ 자체가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기서 한발만 물러서도 ‘깨끗한 정치’는 공염불이 되고 맙니다.

가장 두려운 사태는 ‘거 봐라, 안된다고 했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입니다.

‘깨끗한 정치는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상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서는 안 됩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시도당에서 확인을 하고 단속도 하지만 종이호랑이처럼 무기력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위법․탈법을 하는 바람에 안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다시 결단하고 전진해야 합니다. ‘정치개혁’은 그냥 한번 해보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전진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포기할 수 없는 국민의 염원이고, 열린우리당이 존재하는 근거입니다.

 

이미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엄정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옳습니다.

‘고름은 살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상처가 낫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빙산의 아랫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결자해지’해야 합니다.

‘정당개혁’ ‘정치개혁’을 가장 소리 높여 주장한 열린우리당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것이 순리입니다.

 

먼저 당비대납이나 허위당원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당 차원의 당무감사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처벌 수위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 시점을 정해 모든 당원의 자격을 정지하고, 불편하더라도 전 당원에 대해 직접 당원가입 의사를 다시 분명히 확인해야 합니다.

당비대납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방안이 확인되면 좀 무리가 따르더라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출발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늦어도 지방자치 단체장․의원 선거 후보를 정하기 전에 그렇게 해서 적어도 열린우리당의 공직후보는

‘돈에 오염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문제만은 분명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새로 출발선을 만들었는데도 허위당원을 만들거나 당비 대납을 한 사람이 적발되면

당원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형사 처벌을 의뢰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걱정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과거의 위법․탈법을 눈감아 주자는 얘기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이 있습니다.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위법 사실을 밝혀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검찰이 맡아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허위․대납당원을 찾아내고 바로잡아서

이런 행위를 한 사람이 부당한 이득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지금까지의 잘못을 사죄하고 솔직히 털어놓은 다음에 새 출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단추를 잘못 채우면 모든 단추가 잘못 채워집니다.

당이 처음부터 이런 문제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응했어야 했는데,

한번 두번 원칙을 훼손하면서 어느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문제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처음부터 허위대납 사례를 적발해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옳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당을 바로 세우고 싶습니다.

한번 정한 원칙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바빠지는 월요일 밤입니다.

2006.1.10
김근태

 



한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1년 7개월에 걸친 보건복지부 장관 직무를 모두 마쳤습니다.

공식적인 직무를 모두 끝내고 돌아오니 제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입니다.

 

막상 정부의 공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1년 반 동안 익숙했던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한 만큼 빨리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새롭고 활기찬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갈 생각입니다.

 

오늘 ‘일요일에 쓰는 편지’는 복지부 직원들에게 제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이임사’로 대신할까 합니다.

저에게 지난 1년 7개월은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느낌이 좀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함께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해준 복지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제 마음을 담아 작별 인사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정든 보건복지부를 떠납니다.

 

사랑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고, 기뻐했던 지난 1년 6개월의 기억을 제 소중한 추억의 서랍에 넣으려고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눈 많은 고민과 다짐이 아직도 저와 여러분의 가슴 속에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그 다짐이 다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렇게 먼저 떠나게 되었습니다.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러분과 함께 일하면서 저는 여러분의 가슴마다 소중한 꿈이 하나씩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 막 공직을 시작하는 분들은 그분들대로, 10년이 지나고 20년, 30년이 지난 분들 역시 또 그분들대로-.

처음 공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여러분은 가슴에 소중한 꿈 하나씩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도 여러분의 가슴 속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공직을 시작하면서 여러분이 가슴 속에 간직한 꿈은 4천만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이었을 것입니다.

따뜻한 사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꿈이었을 것입니다.

 

그 꿈이 너무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공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잊지 마시고, 고이 간직하시길 기원합니다.

지치거나 마음 흔들릴 때면 가슴에 품은 꿈을 꺼내 확인하고, 스스로 격려하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공직에 있는 동안 그 꿈이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고백합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같은 길을 걸어오면서 저도 여러분과 같은 꿈을 가슴에 품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사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소중한 꿈을 여러분과 함께 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눠가진 이 꿈을 잊지 않겠습니다.

비록 몸은 여러분 곁을 떠나지만 이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언제나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1년 6개월 전, 이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보건복지부를 국민행복 책임부서로 만들어 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를 잊지 말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과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벽, 우리 내부를 갈라놓은 벽을 허물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성과중심의 조직을 만들어보자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그런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고, 적지 않은 성취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면에서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큰 가닥은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냉정한 평가는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보건복지부를 떠나면서 그동안 여러 번 강조했던 말씀을 잔소리처럼 한 번 더 드리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마치고자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우리 사회의 방향을 좌우하는 사회정책의 중심부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핵심부서라는 엄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 예산이나 권한을 탓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인 저출산․고령화대책과 사회양극화를 해결해야할 책임이 모두 여러분의 두 어깨에 짐 지워져 있습니다.

사회안전망과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공공인프라를 튼튼히 구축함으로써

미래의 우리 사회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사회’ ‘가장 경쟁력 있는 사회’로 만들 책임도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안전한 식탁을 지킬 책임도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사회정책, 미래정책의 책임부서로서 여러분이 맡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 선의의 정책경쟁을 해야 국민이 행복해집니다. 균형이 잡힙니다.

 

제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지만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튼튼한 육성체계를 세우는 일입니다.

시간에 쫒기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 공직생활이지만 시간을 쪼개고 정성을 보태서 공부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경쟁력이 바로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가서 여러분을 감시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누구보다 먼저 회초리를 들겠습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2005.12.31
김근태

 



여러분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모처럼 가족이나 연인과 오붓한 시간 보내셨는지요?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건복지부 직원들과 함께 마포에 있는 ‘신나는 그룹 홈’을 다녀왔습니다.

‘신나는 그룹 홈’은 학대받는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는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인데요,

하는 일에 비해 이름이 좀 특별하지요?

학대받는 아동들을 보호하는 곳이라는 느낌보다는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곳은 흔히 생각하는 아동보호시설과 좀 다릅니다.

아이들이 ‘수용됐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고 가정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세심하게 배려한 곳이었습니다.

‘신나는 그룹 홈’에서 가정을 이뤄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7명.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맑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돌아오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크리스마스 이브 가운데 단연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 뿌듯했습니다.

복지부에서 일하면서 많은 시설을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좀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우리 사회복지 수준이 이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당장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시설을 짓고, 대규모로 수용하던 단계를 벗어나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인권과 감성을 고려하는 수준으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룹 홈 운동’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먹을거리와 입을거리 뿐만 아니라

‘가정의 따뜻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아직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은데요,

정말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이런 ‘시각’을 적극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지난 번, 복지부 조직개편을 하면서 ‘아동권리팀’을 신설한 것도 그런 의미였는데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한 일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은 상황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그런 아이들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아이들을 발견하고 ‘희망의 전화 129’를 통해 신고하면

24시간 핫-라인을 갖추고 있는 센터 직원들이 달려 나가 아이들을 쉼터로 인도합니다.

‘신나는 그룹 홈’도 그런 ‘쉼터’ 가운데 한곳입니다.

전국 14곳에서 이런 ‘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긴급하게 보호하고 있는 아동이 109명 정도 됩니다.

물론 ‘예방센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방치된 아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제가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를 마치고 뿌듯했던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이번 행사는 제가 제안한 것이 아니고 직원들이 제안한 행사였는데요. 이날 행사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890만원이었습니다.

마침 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2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이 상금을 어디다 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거기다가 올해 새로 시행한

‘관행적 부조리 근절을 위한 복지부 직원 행동강령’에 따라 직원들이 자진 신고한 금품이 250만원 정도 모였습니다.

이렇게 모인 450만원에 저와 직원들이 성의를 보태 모두 890만원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전국 14개 ‘쉼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겨울 점퍼를 하나씩 선물할 수 있겠다는 제안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들의 생각이 고맙고, 지난 일 년이 새삼 뿌듯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복지부 직원들에게 처음 ‘사소하고 관행적인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하자’고 제안할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처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공직사회에는 부조리가 만연해 있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씻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집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정책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인데 그걸 위해 ‘클린 캠페인’을 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야속하고 서운한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스스로 부조리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주 사소하고 관행적인 일이라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생각해보면 작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연말을 맞아 덤으로 멋진 ‘싼타클로스’ 역할까지 하게 됐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입니까?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고 합니다.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고정관념을 바꾸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정말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복지부 직원들의 생각이 더디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느리지만 하나씩 복지부의 정책이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입니다.

2005.12.27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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