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요가에 대하여

 

 

운동 기구를 활용한 모관 운동과 붕어 운동 실습을 마치고
장 선생은 우리에게 합장합척 운동을 지도한다.

합장합척 운동은 말 뜻대로 누운 상태에서
손바닥과 발바닥을 마주 붙이고

손은 머리 위로 밀어 올렸다가 가슴으로 당기고
발은 아래쪽으로 밀었다가 다시 끌어당기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하면 몸의 힘이 증진되고
아랫배가 튼튼해 지면서 지구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이어서 등배 운동으로 들어간다.
책상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고 앉아서
몸을 곧추세우고 좌우로 기울이면서
배를 내밀고 들이미는 동작이다.

몸이 가운데로 올 때는 배를 들이밀고
좌우로 기울일 때는 배를 내민다.



이때 체액이 몸을 좌우로 흔들면 산성으로 기울고
배를 들이밀고 내밀면 알칼리성으로 기울어
결국 두 가지 동작을 같이 하는 중에 중화된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단전에 힘을 모아 주고 장의 활동을 촉진시켜서
변비를 예방하고 숙변이 배설되도록 돕는다고 한다.

우리는 장 선생이 지도하는 대로 따르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짐짓 죽어가는 절박한 생명을 놓고서 단련하기에는
너무 한가하고 여유로운 운동이라 생각했다.

나는 감옥에서 생활할 때마다 요가로 몸을 단련해 왔다.
구속되고 수사가 끝난 다음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이송되면
나는 그날부터 곧바로 요가를 시작했다.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일어나자마자
나는 요가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 배식 때까지 1 시간 여 동안
그리고 저녁에는 취침 전까지 2 시간 여 동안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내가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마땅한 요가책이 나와 있지 않아서
나는 일본에서 출판된 요가책을
교본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해방 후 반일 교육의 영향으로
일본어를 제 2 외국어 선택 과목에서도 배제하고 있을 때여서
나는 요가책의 내용을 터득하기 위해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해야 했다.

특히 생체학에 관련된 용어들이 많아 애를 먹었다.
덕분에 일본어는 신문을 대충 이해할만하게 배웠지만...

요가 중의 요가
모든 체위 동작 중의 왕이라고 하는 물구나무서기를
나는 아무리 딱딱한 바닥에서라도 머리를 대고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다.

요가의 이론과 실습을 5 년 여 동안 전공한 셈이다.
장 선생에게 운동 요법 지도를 받으면서
나는 이론과 실제가 요가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모관 운동과 붕어 운동을 위한 기구는
그래서 내게 더욱 인상적이었다.

요가에도 그런 체위가 있지만
장을 흔들어 주는 붕어 운동의 경우
요가로 그만한 효과를 얻기에는
상당한 훈련과 세월이 필요하다.

이제 평소에도 심한 변비로 고생해 왔고
위를 잘라 내고 비장과 췌장의 일부까지 잘라 낸 혜숙에게는
한가하고 여유로운 실습과 훈련보다는
운동 기구를 활용해서라도 몸에 필요한 효과를 얻는 것이
매우 절실한 것이리라...

합장합척 운동과 등배 운동에 대해서는
차라리 내가 혜숙에게 필요한 요가의 체위를 선택해서
훈련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요가의 수행에서는 무리를 하지 말고
계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요가를 중단했다가
감옥에 들어가면 다시 시작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보름 쯤 지나면 여지없이
온 몸의 뼈마디마디마다 심한 통증으로 요동을 쳐댔고
한 보름 가량은 심한 몸살을 앓곤 했다.

이런 증세는 비단 요가를 시작하는 데에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감옥에서 석방되어 다시 일상생활을 하게 되면
요가를 점점 소홀히 하다가 중단하게 되는데
이럴 때도 한 보름 가량은
여지없이 온 몸의 뼈마디가 쑤셔온다.

그래서 나는 혜숙에게 요가를 지도하면서
나 역시 계속할 수 있다면 더 없이 바람직한 일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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