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수면 건강 실습

 

 

혜숙과 나는 납치당하다시피 이끌려서
저녁 무렵 광주에 이르르는 여행길 만으로도
몸이 몹씨 지치고 피곤해 있었다.

그런데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과 비판으로 시작해서
자연식과 숙변, 잠자리 건강과 운동 요법,
일광욕과 삼림욕과 풍욕 등등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다소 엉뚱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장 선생의 장광 설명과 실습을 정신없이 따르다보니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피곤이 온 몸으로 몰려 온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싶다.

장 선생은 방 한구석에 겹겹으로 기대 놓은
문짝 크기의 나무 평상을 방바닥에 깔고
반 원통 모양의 목침과 얇은 홋이불을 우리에게 내 준다.

방문을 꼭꼭 닫아 두는 것도 건강을 해친다면서
창문을 반쯤 열어 놓고는 혹시 춥더라도 닫지 말란다.

환절기에 접어든 5 월 초순의 날씨
낮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지만
새벽녁은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다.

감옥에서는 사계절 가운데
긴 겨울과 짧은 여름만 있다.

두꺼운 콘크리트 건물에
사방이 콱 막히다시피한 방안에서 갇혀 지내다 보면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9 월달부터 내복으로 몸을 감싸고
오뉴월까지 벗지 못한다.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그 습관에 배어
아직 내복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감기를 자주 앓았다.
환절기가 되면 오는 감기 가는 감기 다 걸리다시피 했다.

그런데 장 선생은 옷은 가급적 걸치지 말고
요도 깔지 않은 평상 맨바닥에서 얇은 홋이불만 덮고
창문을 열어 둔 채 수면을 취하란다.

나는 저으기 걱정스럽다.
나도 나지만 신체적으로 저항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는 혜숙이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주치의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특별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혜숙에게 당부했다.
사소한 병균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혜숙에게 너무 무리한 변화도
자연스런 신체적 흐름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일단은 내가 먼저 옷을 벗고 자 볼테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내복을 입고 자라고 권했다.
그리고 창문을 실눈만큼만 남긴 정도로 해서 닫아 버렸다.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설친다.
어렸을 적에는 잠자리를 바꾸는 일이 없어서 그랬을 테고
자라면서 단체 여행이나 모임 등등으로
외박하게 되는 일이 더러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혼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출장이나 회의 등등으로 외박하는 일이 점점 잦아졌지만
역시 그 모양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 아니면 나는 가급적 외박을 안 하는 편이다.
기왕에 잠이 들 거라면 나는 새벽이거나 아침이거나
30 분이 되었건 1 시간이 되었건 집에 들러 잠을 자야했다.

감옥 생활 중에도 그랬다.
감방의 모양과 크기가 같은데도
방을 옮기게 되면 2 ~ 3 일 정도는 잠을 설쳐야 했다.
감옥 말로 천장이 바뀌면 나는 잠을 설치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장 선생 댁에서는 천장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었다.
딱딱한 나무평상 맨바닥에서 한주먹 높이도 안 되는
나무베개를 베고 누어 있으려니
생고문을 사서 당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훈련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어떤 이들은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하고 등산도 하지만
그것을 학교나 군대같은 조직에서 훈련으로 하면
심리적 육체적으로 운동이라기보다는
지긋지긋한 기합이고 체벌이고 고문일텐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청하는 사이
하루종일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긴장했던 탓인지
나는 어느덧 잠 속 깊숙히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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