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운동 기구와 어머니

 

 

나는 그 자리에서 운동 기구를 주문했다.
그 후 이 기구는 한 달 여 만에 우리집으로 배달되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어머니는 이 기구를 열심히 활용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부턴가
나와 혜숙은 이 기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잠자리에 드시기 전에
이 기구를 열심히 활용하셨다.

이제 이 기구가 우리 가정에 들어 온 지도
어언 15 년 여가 되면서 발목을 올려 놓고 붕어운동을 하는 부분은
이미 낡을대로 낡았다.

그러면 어머니는 정성스레 천조각을 대고
기워 쓰시곤 하셨다.

때로 이 기구는 한동안 우리 가정을
떠나 있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분들이나 그 가족 가운데
암 환자가 발생하면 대개 우리집을 찾아 와
먼저 상담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 혜숙과 나는 환자의 처지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투병해 왔던 일을 자세하게 상담하곤 했다.

그러다가 자연 건강 요법에 관한 이야기에 이르르면
자연히 운동 기구에 대해서도 설명하게 된다.

하지만 절박한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시중에서 구입할 수도 없고
주문해서 제작하고 배달되는데 걸리는 한 달 가량의 기간은
그야말로 천금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보호자의 입장에서야
당장에 빼앗아서라도 가져 가고픈 심정이다.

그럴 때마다 나와 혜숙은
우리보다도 더욱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이
당장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운동 기구를 내 주었다.


운동 기구뿐만 아니라 책과 테이프 등 자료들도
그러저렇게 나누어 주곤 했다.

운동 기구를 가져간 첫 번째 암 환자가
운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 기구를 도로 달라겠는가...
그런데 절박하게 필요한 환자가 또 나타나게 되고
나는 이 기구가 있는 집으로 연락해서
필요한 환자에게 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런 모양으로 이 기구는 몇 년 동안에 걸쳐
다섯 가정을 돌고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환자가 운명하고
어느 날 이 운동 기구가 우리 가정으로 돌아 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 기구를 사용하다 운명한
환자 가족이 잊지 않고 보내 준 친절에 고마움을 느꼈다.

나의 어머니는 운동 기구가 다시 돌아 오자 의외로 반기셨다.
그런데 어느새 모관 운동으로 사용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고장나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위해서 고칠 방법이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 수소문 해 보았다.

제작처에 전화해 보니 기계를 직접 부산으로 옮겨서
모타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러면 새로 구입하는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가격은 십 여 년 전이나 그제나 별 차이 없다.
50 만 원 상당이다.

나는 어머니를 위해서 새 것으로 구입하려 했지만
어머니는 붕어 운동 기능만으로도 충분하다시면서
한사코 거절하신다.

이 운동 기구는 우리 가정
특히 어머니의 생활 가운데 한 부분이 되어 
오랜동안 매일 저녁마다 30 여 분 씩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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