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유럽에 다녀오겠습니다.
일주일동안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열리는 사회정책장관회의에 참석합니다.

 

“기회의 확대 - 적극적 사회정책을 통한 국민의 편익증진 방안”이라는 주제로 회의가 열리는데

가족․아동정책, 연금문제, 빈곤경감 정책 등에 관해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복지 선진국인 유럽에 가서 복지정책에 대해 배우고 오겠습니다.

 

제가 유럽을 다녀오는 동안 우리당에서는 성대한 당원축제가 열립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25만 기간당원이 당의 지도부를 직접 뽑는 매우 역사적인 행사입니다.

우리당이 명실상부하게 ‘기간당원’에 의해 운영되는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날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신나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 현장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모든 분들이 지혜를 모아 잘 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기간당원제의 완전 정착’은 매우 감격적인 일입니다.

재야활동을 마무리하고 제도정치권에 입문한 직후 저는 엄청난 돈이 드는 정치현실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그런 구조에서 깨끗한 정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리 끝에 제가 속한 지구당만이라도 당비를 내는 당원에 의해 운영해 보기로 마음먹고

‘기간당원’을 모집하고, 당내에 ‘기간당원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순진한 김근태, 철없는 김근태라고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견디다 못해 나중에는 비명을 지르는 심정으로 정치자금 양심고백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당비를 내는 25만 기간당원에 의해 운영되는

기간당원 중심의 정당체제가 완성되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인가 봅니다.


얼마 전, 꽃샘추위에 얼어 죽은 개구리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경칩을 맞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갑작스런 한파로 얼어 죽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찌 개구리뿐이겠습니까.

10여년전에 ‘기간당원제 도입’을 주장한 저의 생각도 마치 너무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같은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조금 일찍 잠에서 깨었을 뿐 봄은 이미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이 내는 당비가 당 운영비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도 기간당원들의 열렬하고 자발적인 참여와 활약 속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기간당원의 직접투표로 지도부를 뽑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록 며칠 추웠지만 분명 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추위는 잠깐이고 햇살은 갈수록 곱고 따스할 겁니다.

잠에서 깬 나무들마다 새 잎과 꽃들로 만발할 것입니다.

 

귀국하는 날엔 따스한 햇살사이로 화사한 봄꽃을 보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2005.3.28

김근태




  • http://t.co/xEL4xoUA [Daum블로그]을사늑약 100주년에 즈음하여 / 김근태: 일본이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지지발언 덕분에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축
  • 을사늑약 100주년에 즈음하여 / 김근태: 일본이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지지발언 덕분에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 같습니다. 일반적.. http://t.co/7cpEpd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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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지지발언 덕분에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축하하고 도울 일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내키지 않고,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본 열도를 휘몰아치고 있는 ‘극우경향’ 때문입니다.

독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억지를 부리고,

또 후손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서슴지 않는 지금의 일본 상황은

‘비정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독도문제는 물론이고요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는

동아시아의 미래를 ‘대결과 투쟁’의 길로 내몰 염려가 다분합니다.

이런 일본이 국제적인 리더십을 가진 나라로 발돋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마음 편하게 지켜보고 동의할 이웃은 없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은 유엔의 정신에도 걸맞지 않는 일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국제사회에 평화를 확산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그냥 진출한다면 심각한 가치충돌이 일어납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가까운 이웃들로부터

국제사회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과거의 침략행위에 대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분명하게’ 반성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합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 분쟁에 불을 지르는 나라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한 채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한다면 이웃들은 위협을 느끼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북한에 대한 일본의 태도도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저는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정관계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일본 사회의 리더십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북한 몰아세우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북한은 이미 일본의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그들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울한 사회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과거의 정한론처럼 북한을 활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더십을 지닌 나라가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제, 21세기입니다.

21세기에는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맞는 방식이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일본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제국주의적인 방식으로 아시아를 강점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21세기에 맞는 길은 협력의 길, 화해의 길입니다.

상생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서도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일본사회가 스스로 평화의 길로 돌아올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런 선량하지 않은 이웃과 함께 지내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를 이끄는 리더십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올해는 을사늑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당시 대한제국 말기의 리더십들은 일제의 협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권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강제와 강압에 의한 조약인 만큼 원천무효입니다.

그러나 당시의 리더십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점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고종황제를 비롯해 당시 대신들은 모두 싸우다가 죽었어야 했거나

아니면 모두 자결을 해서라도 치욕적인 상황에 저항했어야 합니다.

 

주권문제에 있어 ‘소극적인 방어’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장관인 저를 포함해 우리 사회의 리더십들이 모든 것을 걸고 수호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독도문제 역시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독도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리더십들이 이런 점에서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2005.3.21

김근태

 

  • http://t.co/EDs2ByhZ [Daum블로그]정부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생각 / 김근태: 요즘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불질러 놓은 화두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
  • 정부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생각 / 김근태: 요즘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불질러 놓은 화두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 http://t.co/KU0CjB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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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불질러 놓은 화두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혁신활동’을 시작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고,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뭔가 아직 개운치 않습니다.

 

지금, 보건복지부도 변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교육하고, 평가하고, 제도를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혁신 노이로제에 걸리겠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혁신 불지피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훨씬 과격한 방법도 동원하고자 합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직원들을 사실상 협박하고 있습니다.

 

서열과 관행을 파괴한 인사를 단행하며,

젊은 서기관들과 사무관급 직원들로 주니어보드를 구성해

혁신의 전면에 스스로 나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기업인 GE가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만든 Work-out 프로그램을

보건복지부에 도입할 준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꿀 차례가 되었습니다.

공직자들이 가슴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혁신에 앞장설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그래야 성공적인 혁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공직사회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집단입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은 국가경쟁력을 훼손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공직사회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공직사회는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습니까?

우리 공직사회의 경쟁력은 미국이나 유럽의 공직사회와 견줄만합니까?

 

저는 우리 공직사회의 능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공직사회는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입니다.

업무에 대한 책임성과 열정도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밤 11시가 넘도록 정부청사의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벽’입니다.

우리 공직자들은 자기가 속한 칸막이 안에서만 일하는데 너무 익숙해져있습니다.

조직 내 타 부서와 협조하고, 다른 정부부처와 협력하는데 서툽니다.

정부조직 밖에 있는 국민과 소통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의 소리를 가슴을 열고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국민에게 설명할 것은 설명하며,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설득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너무 부족합니다.

 

이런 경향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정책방향과 지침을 정하는 집단이 따로 있었습니다.

정부의 각 부서는 세부계획만 잘 세우면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정부조직은 그런 의사결정 방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설계되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일해 왔습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인 실행계획을 만들기 위해

높은 칸막이를 만들고 분장된 업무에만 충실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옆을 돌아볼 틈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진전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정책에 대한 정부 각 부처, 부서, 담당자의 권한과 책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익집단, 언론, 국회, 사회단체, 국민 등 직간접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참여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사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공무원조직이 효율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IMF 이후 지금은 어떻습니까?

기업의 효율이 정부의 효율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기업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되고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지요.

 

저는 간부들에게 보건복지부를 미국이나 영국의 보건복지부 못지않은

경쟁력 있는 부서로 만들자고 얘기합니다.

그래야 미국이나 영국보다 나은 “국민통합국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력의 핵심은 ‘벽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타 부서 그리고 국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수직적 칸막이 체제에 맞게 설계된 시스템을 수평적 열린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외부와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업무체계,

조직구조, 평가제도 등을 모두 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자 스스로 환경변화를 인식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관해 피부에 닿는 정책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이제 보건복지부는 한 단계 더 높은 변화를 이뤄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읽는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변하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2005.3.14
김근태



 

  • http://t.co/HlTCmxVj [Daum블로그]과거에서 배운다는 것 / 김근태: “우리에게 ‘과거’란 무엇일까?” 요즘 들어 이런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자동차 경주를 하듯 분주한 일과를 보내는 것이 요즘 일상이지만, 간혹 자동차가 꼼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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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과거’란 무엇일까?”


요즘 들어 이런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자동차 경주를 하듯 분주한 일과를 보내는 것이 요즘 일상이지만,

간혹 자동차가 꼼짝없이 정체구간에 갇혀 짬이 날때면 생뚱맞게도 이런 고민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어떤 대학교수가 정말 생뚱맞은 ‘망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내용과 표현이 너무나 도발적이고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짐작 못했던 건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두려웠다.

 

사실, 사석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한교수의 주장처럼 도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언뜻언뜻

‘결과적으로 근대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는 뉘앙스를 비치곤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가급적 자리를 피했지만 가끔씩 논쟁을 했던 기억도 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같은 논리로 ‘군부독재’도 옹호하곤 했던 것 같다.

군부독재 자체는 나쁘지만 산업화에는 기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과정이 어떠했건 결과적으로 사회를 발전시켰으니까 공과 과를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제가 패망했고, 군부독재도 국민의 선택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결과적으로’ 사회를 발전시켰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논리의 파탄’

‘지성의 공황’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같다.

 

‘결과적으로’ 눈에 보이는 진전을 이루기만 하면 과정이 어떻건,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어떻건 상관없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이완용이나 이광수 같은 친일파를 낳았고,

히틀러 같은 나치주의자들을 길렀으며,

군부독재가 활개 칠 수 있는 토양이 됐다는 점을

이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정파적 계산에만 몰두하다보니

모른 체 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스펜서 존슨의 책 ‘선물’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면 과거를 보내기 쉽지 않다.

배움을 얻고 과거를 보내야 현재가 더 나아진다.”


우리는 요즘 과거를 털고 미래로 가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과거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면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그래야 현재가 더 나아질 수 있고, 미래를 환히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단죄’만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곧 과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사회가 합의하는 과정이고,

그래야 과거의 교훈에서 현재와 미래를 발전시키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5.3.7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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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두 달 지났습니다.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나갑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여러분께서도 많은 계획을 세웠을 줄로 압니다.

잘 지키고 계신지요?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담배끊기’ 실패담을 예로 들며 작심삼일의 교훈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새해를 맞으면서 저는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한 분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솔직히 지난 연말에 담배값을 인상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인지라 ‘담배가 서민의 유일한 낙’이라는 말이 자꾸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언젠가 문인들이 푸념하던 목소리도 쟁쟁했습니다.


“수입은 줄어들고 걱정거리는 늘어나는데 창작의 유일한 ‘벗’인 담배값을 올리면 우린 어쩌란 말이냐?”

 

다행히 언론보도를 보면 새해 들어 사회적으로

‘이 참에 끊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성인 남성의 8.3%가 금연을 실행했고,

이분들 가운데 73%가 담배값 인상이 금연을 결심하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담배값 인상을 결정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염치불구하고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이 참에 끊어 버립시다!”

 

저는 담배를 끊은 지 3년 8개월쯤 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담배를 피웠으니까 ‘애연가’에 속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살면서 담배를 끊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감옥을 들락날락 하면서 원치 않게 금연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감옥에서도 담배를 피울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장실에 숨어서 피워야 한다는 사실이 싫어서 피우지 않았습니다.

 

숨어서까지 담배를 피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감옥을 나오면 다시 담배를 찾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 8개월 전에 완전히 끊었습니다.

 

처음 담배를 피운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친구들끼리 ‘마지막으로 한판 놀자’고 모여서 술도 한잔씩 하고 담배도 한대씩 물었습니다.

 담배를 꼬나물고 거울을 보니 꽤 그럴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저처럼 우연한 계기에

어른 흉내 내다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것에 비해 담배 때문에 치러야하는 댓가가 너무 큽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이라 국민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날까봐 그러는 것 아니냐고 농담도 합니다만

실제로 담배 때문에 건강을 잃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목숨을 잃는 분들도 많습니다.

국가적으로 너무 큰 손실입니다.

 

국제사회에서 ‘금연’은 이제 상식입니다.

새삼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군말처럼 생각될 정도입니다.

 

우리도 그동안 지속적인 금연정책을 펴왔고 앞으로 금연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침도 갖고 있습니다.

‘가격정책을 통한 금연 확산이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는 것도 세계적으로 인정된 명제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가 정말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가격 이외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담배값을 올리는 정책, 다시 말해 ‘가격정책’을 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안에 담배값을 한차례 더 올릴 생각입니다.

작년에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올해 한차례 더 올리기로 합의하고 발표까지 했습니다.

 

그때 가면 또 반대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생각입니다.

 

금연에 대한 ‘사회적 결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대하겠습니다.

정말 그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05.2.28
김근태


 

  • http://t.co/2Dqoogjp [Daum블로그]여주교도소 이근안을 면회하고.../ 김근태: 혼란스러웠다.여주교도소에서 이근안 씨를 만나고 돌아와서 밤잠을 설쳤다. 그때 입술이 부르텄는데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사태를 악화시킨 건 장영달 의
  • 여주교도소 이근안을 면회하고.../ 김근태: 혼란스러웠다.여주교도소에서 이근안 씨를 만나고 돌아와서 밤잠을 설쳤다. 그때 입술이 부르텄는데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사태를 악화시.. http://t.co/hKqCbW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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