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사랑의 연탄 나누기 운동’에 참여했다.
지금은 독립공원, 그전에는 서대문구치소 병사 위쪽에 있는 달동네였다.
‘서대문구치소 병사’는 나에게 아픈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85년, 남영동에서 야만적인 고문을 받고 내동댕이쳐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내 삶을 되찾기 위해 모든 마음을 다 모았다.
매일 세 번씩 따뜻한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았다.
그때의 그 ‘따뜻함’이 나를 ‘삶’의 방향으로 되돌려내는 어머니 같은 힘이 되었다.
그 ‘따뜻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연탄에서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런 따뜻함이다.
전형적인 산동네 비탈길에서 40~50명이 늘어서서 연탄을 받아 넘기는 일은 참으로 리드미컬했다.
사랑이 손에서 손으로 따뜻하게 전달되는 듯했다.
내 옆으로 한두 명 건너편에는 젊은 여성과 청년들이 떠들썩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두어 명이 구두를 벗어던지고 양말 바람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비탈이어서 굽이 있는 구두가 불편하다고 했다.
왠지 콧등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별안간 박세리가 생각났다.
골프화와 양말을 벗어버리고 ‘맨발’로,
그 ‘하얀 맨발’로 물속으로 들어가 공을 쳐내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98년이었던가? IMF 위기로 경제가 어렵고,
국민 모두가 미국에 기죽어 있을 때,
박세리는 미국에서 벌어진 미국의 운동경기인 골프에서 우승을 한 것이다.
그때 박세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었던가?
민생경제가 어렵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
연탄나누기에 참여한 젊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기대한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맨발의 사랑나누기’ 같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게 할 수는 없을까?
곧 설날이다.
이번 설에는 그런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지내야겠다.
여러분께서도 그런 생각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2005.2.7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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