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유럽에 다녀오겠습니다.
일주일동안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열리는 사회정책장관회의에 참석합니다.
“기회의 확대 - 적극적 사회정책을 통한 국민의 편익증진 방안”이라는 주제로 회의가 열리는데
가족․아동정책, 연금문제, 빈곤경감 정책 등에 관해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복지 선진국인 유럽에 가서 복지정책에 대해 배우고 오겠습니다.
제가 유럽을 다녀오는 동안 우리당에서는 성대한 당원축제가 열립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25만 기간당원이 당의 지도부를 직접 뽑는 매우 역사적인 행사입니다.
우리당이 명실상부하게 ‘기간당원’에 의해 운영되는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날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신나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 현장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모든 분들이 지혜를 모아 잘 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기간당원제의 완전 정착’은 매우 감격적인 일입니다.
재야활동을 마무리하고 제도정치권에 입문한 직후 저는 엄청난 돈이 드는 정치현실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그런 구조에서 깨끗한 정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리 끝에 제가 속한 지구당만이라도 당비를 내는 당원에 의해 운영해 보기로 마음먹고
‘기간당원’을 모집하고, 당내에 ‘기간당원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순진한 김근태, 철없는 김근태라고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견디다 못해 나중에는 비명을 지르는 심정으로 정치자금 양심고백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당비를 내는 25만 기간당원에 의해 운영되는
기간당원 중심의 정당체제가 완성되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인가 봅니다.
얼마 전, 꽃샘추위에 얼어 죽은 개구리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경칩을 맞아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갑작스런 한파로 얼어 죽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찌 개구리뿐이겠습니까.
10여년전에 ‘기간당원제 도입’을 주장한 저의 생각도 마치 너무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같은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조금 일찍 잠에서 깨었을 뿐 봄은 이미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이 내는 당비가 당 운영비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도 기간당원들의 열렬하고 자발적인 참여와 활약 속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기간당원의 직접투표로 지도부를 뽑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록 며칠 추웠지만 분명 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추위는 잠깐이고 햇살은 갈수록 곱고 따스할 겁니다.
잠에서 깬 나무들마다 새 잎과 꽃들로 만발할 것입니다.
귀국하는 날엔 따스한 햇살사이로 화사한 봄꽃을 보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2005.3.28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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