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두 달 지났습니다.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나갑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여러분께서도 많은 계획을 세웠을 줄로 압니다.
잘 지키고 계신지요?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담배끊기’ 실패담을 예로 들며 작심삼일의 교훈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새해를 맞으면서 저는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한 분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솔직히 지난 연말에 담배값을 인상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인지라 ‘담배가 서민의 유일한 낙’이라는 말이 자꾸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언젠가 문인들이 푸념하던 목소리도 쟁쟁했습니다.
“수입은 줄어들고 걱정거리는 늘어나는데 창작의 유일한 ‘벗’인 담배값을 올리면 우린 어쩌란 말이냐?”
다행히 언론보도를 보면 새해 들어 사회적으로
‘이 참에 끊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성인 남성의 8.3%가 금연을 실행했고,
이분들 가운데 73%가 담배값 인상이 금연을 결심하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담배값 인상을 결정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염치불구하고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이 참에 끊어 버립시다!”
저는 담배를 끊은 지 3년 8개월쯤 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담배를 피웠으니까 ‘애연가’에 속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살면서 담배를 끊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감옥을 들락날락 하면서 원치 않게 금연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감옥에서도 담배를 피울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장실에 숨어서 피워야 한다는 사실이 싫어서 피우지 않았습니다.
숨어서까지 담배를 피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감옥을 나오면 다시 담배를 찾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 8개월 전에 완전히 끊었습니다.
처음 담배를 피운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친구들끼리 ‘마지막으로 한판 놀자’고 모여서 술도 한잔씩 하고 담배도 한대씩 물었습니다.
담배를 꼬나물고 거울을 보니 꽤 그럴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저처럼 우연한 계기에
어른 흉내 내다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것에 비해 담배 때문에 치러야하는 댓가가 너무 큽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이라 국민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날까봐 그러는 것 아니냐고 농담도 합니다만
실제로 담배 때문에 건강을 잃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목숨을 잃는 분들도 많습니다.
국가적으로 너무 큰 손실입니다.
국제사회에서 ‘금연’은 이제 상식입니다.
새삼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군말처럼 생각될 정도입니다.
우리도 그동안 지속적인 금연정책을 펴왔고 앞으로 금연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침도 갖고 있습니다.
‘가격정책을 통한 금연 확산이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는 것도 세계적으로 인정된 명제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가 정말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가격 이외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담배값을 올리는 정책, 다시 말해 ‘가격정책’을 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안에 담배값을 한차례 더 올릴 생각입니다.
작년에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올해 한차례 더 올리기로 합의하고 발표까지 했습니다.
그때 가면 또 반대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생각입니다.
금연에 대한 ‘사회적 결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대하겠습니다.
정말 그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05.2.28
김근태
'▷ 김근태 추모마당 > 일요일에 쓴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부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생각 / 김근태 (0) | 2012.03.16 |
---|---|
과거에서 배운다는 것 / 김근태 (0) | 2012.03.14 |
여주교도소 이근안을 면회하고.../ 김근태 (0) | 2012.03.12 |
희망이 있어야 살지요... / 김근태 (0) | 2012.03.09 |
맨발과 연탄 그리고 따뜻함에 대하여 / 김근태 (0) | 2012.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