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고 자활후견기관을 방문했다.
첫 느낌은 이름이 좀 난해하다는 것이었다.
그냥 ‘자활지원센터’라고 하면 어떨까?
이곳은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훈련도 시키는 곳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일할 의지로 충만한 분들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얼마 전 국민의 질책을 크게 받았던 ‘결식아동 도시락’에
사랑을 담아 만들고 배달하는 일도 한다.
간병일도 하고, 도배 같은 집수리 일도 열심이다.
그런 일을 하는 분들 가운데 비교적 자활에 성공한 네 분을 모시고
대통령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실, 그동안 좀 혼란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일손이 딸리고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데 공공근로를 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것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외국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미스매치 되어서 그렇겠거니 생각해왔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로 이해가 된다.
빈곤층의 상당수는 근로능력이 없거나 부족하고,
또 근로능력이 있더라도 사회와 국가가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훈련시켜야 스스로 일을 해서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
또 그래야 자부심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인 딸을 데리고 산다는 40대 초반쯤 된 한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상당히 세련되고 미인이며 지금은 자활에 성공하고 있다는 그 아주머니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였다.
아마도 설움에 북받쳐서 그랬던 것 같다.
“희망이 있어야 살지요. 희망이 있어야…”
그 말이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하다.
자활사업은 경쟁에서 탈락한 이웃이 다시 경쟁의 장으로 돌아오도록 사회가 돕는 일이다.
희망을 잃은 사람이 희망을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우리 사회가 이웃과 희망을 나누는 따뜻한 사회로 발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설 연휴를 지내면서 이런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편지를 읽는 여러분께서도 그런 생각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사회 희망의 질량도 커지는 셈이니까...
2005.2.14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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