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들어 와

몇 구비 넘으니 넓은 곳이 열린다

길섶에 피인 꽃 어찌 이리도 고우냐

허공에 맴도는 소리는 잠잘 줄을 모르는가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

메마른 논두렁엔 들쥐들만 기어간다

죽죽 대나무야 어찌 이리도 죽었나

옛 집 추녀엔 이끼마저 말라 버렸네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이 가뭄 언제나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해야 해야 무정한 놈아 잦을 줄을 모르는가

걸걸 걸음아 무심한 이내 걸음아

흥흥 흥타령일세 시름도 겨우면 흥이 나나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서산 마루에 시들어지는 지쳐버린 황혼이

창에 드리운 낡은 커텐 위에 희미하게 넘실거리네

어두움에 취해버린 작은방 안에 무슨 불을 밝혀둘까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뵈지 않네


가로등 아래 장님의 노래는 아무한테도 들리잖고

자동차 소리 개 짖는 소리에 뒤섞여서 흩어지네

시계 소리 내 귓전을 스치더니만 창 밖으로 새어나가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들리잖네


밤거리에는 낯선 사람들 떠들면서 지나가고

짙은 화장의 젊은 여인네들이 길가에 서성대네

작은 별들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하늘 끝으로 달아나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어두운 밤바다에 바람이 불면

저 멀리 한 바다에 불빛 가물거린다

아무도 없어라 텅 빈 이 바닷가

물결은 사납게 출렁거리는데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


누가 탄 배일까 외로운 저 배

그 누굴 기다리는 여윈 손길인가

아무도 없어라 텅 빈 이 바닷가

불빛은 아련히 가물거리는데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이 길뿐이라고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저 길뿐이라고


여러 갈래 길 가다 못 갈 길

뒤돌아 바라볼 길

여러 갈래 길 다시 걸어갈

한없이 머나먼 길


여러 갈래 길 다시 만날 길

죽기 전에라도

여러 갈래 길 다시 만날길








희미한 가로등 아래 나 혼자서 서 있는데

웬 사람이 다가와 눈짓으로 내게 묻기를

오고 가는 사람 중에 누구인가 찾으려는 거요

아니오 아무도 찾아볼 이 하나 없소






내 머리 속으로 차돌멩이로

슬픈 노래 부르지 마라

외로움에 한꺼풀 더 씌우려는구나

산산이 부서져라

차돌 이내몸 깨뜨리고

깨진 듯이 외쳐라


때리고 매맞고 돈까지 받고

이 내 육신 움직여봐도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까닭 모르겠네

산산이 부서져라

차돌 이내몸 깨뜨리고

깨진 듯이 외쳐라


싸움이 싸움이 몹쓸 싸움이

허망하다 말하지 마라

한 사람이 죽자고만 태어난 것 같다 

산산이 부서져라

차돌 이내몸 깨뜨리고

깨진 듯이 외쳐라

차돌 이내몸 깨뜨리고

깨진 듯이 외쳐라



















음-음-우-우-

하얀눈 내려와 온 땅 위를 뒤덮어다오

내 갈 길 어딘지 알아나 보자

별빛도 사라져 좁은 길을 어둡혀도

내 갈 길 어딘지 살펴나 보자

밝음이여 어둠이여


음-음-우-우-

한없는 넓음도 높고 깊고 쭉 뻗음도

내린 눈 속에 사라졌구려

환하던 모습도 일그러진 얼굴도

깔린 어둠 속에 사라졌구려

어둠이여 밝음이여


음-음-우-우-









내 마음에 흐른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떼 물 위로 차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굽이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빗방울이 떨어지려나 들어봐 저 소리 

아이들이 울고 서 있어 먹구름도 몰려와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 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 길

새들은 날으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게

자 총으 ㄹ내려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으 ㄹ걷어버려요

자 총으 ㄹ내려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거덩버려요

녹슬은 철망으 ㄹ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내 고향 가는 길 뜨거운 남도 길

저편 둑 위로 기차는 가고

노중에 만난 사람 날 보더니만

나 걸어 내려온 길 되걸어가네

에라! 낯선 꽃 화사하게 피어 있건만

칡뿌리 여기저리 널리어 있어

화사한 꽃들일랑 뽑아버리고

칡뿌리 질겅질겅 씹어나 뱉어보세


내 고향 가는 길 매서운 북녘 길

찬바람 마른 가지에 윙윙거리고

길가에 푹 패인 구덩이 속엔

낙엽이 엉긴 채 살얼음 얼었네

에라! 눈보라 내 눈 위에 녹아 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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