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누가 푸른 하늘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구름 속에 가리운 듯 애당초 없는 듯

아하 누가 그렇게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아하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네

높이높이 두터운 벽 가로놓여 있으니

아하 누가 그렇게 잡았으면 좋겠네


아하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아하 누가 푸른 하늘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구름 속에 가리운 듯 애당초 없는 듯

아하 누가 그렇게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아하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네

높이높이 두터운 벽 가로놓여 있으니

아하 누가 그렇게 잡았으면 좋겠네


아하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검은 산만 떠가네 검은 물에 떠가네

하늘도 바람도 아득한데 오는지 가는제 우리 밸세

이고 지고 떠가네 메고 보듬고 떠가네

우리네 인생 한밤중에 뱃놀이만 같으네


형님 아우님 어디 갔소 고운 님도 어디 갔소

만나 보면 간데없고 헤어지면 만나는가

뱃머리에 부서지네 뱃미에 매달리네

우리네 사랑 뱃놀이에 노젓기만 같으네


하늘 아래 큰 것 없네 땅 위에 새것 없네

거슬러가는 우리 배냐 흘러가는 우리 배냐

이리 가자 조르네 저리 가자 성화로세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가니 하릴없이 고달프다


꽃은 져도 또 피고 비개이면 개운허고

우리도 갔다 다시 오면 속상할 것 없겠네

서 있자니 물 고이네 노 젓자니 힘만 드네

얼기덩 삐껵 처절썩 꿀꺽 적적하기 짝이 없네


어디메까지 떠왔나 예가 대체 어디멘고

아이고 이내 정신 보소 날은 벌써 밝아오네

얼기덩 삐꺽 처절썩 꿀꺽 신도 나고 함도 나네

우리네 인생 한밤중에 뱃놀이만 같으네






굴뚝에 빗대면 졸음이 올까봐

온몸 흔들고 밤바람 쐬는데

오늘 하루 흘린 땀 쉴 만한가

큰숨 들이쉬고 두 팔도 치켜들고


흘리 땀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죽어도 행여나 살아도

흘리 소금땀 흘리리

행여 살아도 행여나 죽어도


한밤에 켜진 불 열심도 열심이지

두 밤에 뜬 눈은 힘에도 겨웁지

소골소골 시냇물 시원한데

내일도 흘릴 땀 무슨 땀 흘리흘리


흘리 땀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죽어도 행여나 살아도

흘리 소금땀 흘리리

행여 살아도 행여나 죽어도


한 살이 지나면 미운 님 떠나가고

두 살이 지나면 고운 님 떠나가고

세 살이 네 살이 다 가도

남아서 살을 사람 소금땀 흘리리


흘리 땀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죽어도 행여나 살아도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살아도 행여나 죽어도


땀흘려 거둔 음식

-노래극 '개똥이' 중에서-


땀흘려 거둔 음식 함께 나눠요

힘들여 일하려든 많이 들어요

형님도 아우님도 모여 앉아 함께 들어요

길 가는 저분네도 잠시만 쉬고 함께 들어요


형님도 아우님도 모여 앉아 함께 들어요

길 가는 저분네도 잠시만 쉬고 함께 들어요

땀흘려 거둔 음식 함께 나눠요

힘들여 일하려든 많이 들어요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메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고향도 없다네 지쳐 몸 눕힐 무덤도 없이

겨울 한복판 버림받았네 버림받았네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죽음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가리라 죽어 그리로 가리라

고된 삶을 버리고 죽어 그리로 가리라

끝없는 겨울 밑 모를 어둠

못 견디겠네 이 서러운 세월

못 견디겠네 이 기나긴 가난

못 견디겠네 차디찬 이 세상

더는 못 견디겠네

어디 계실까 주님은 어디

우리 구원하실 그 분

어디 계실까 어디 계실까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온다

늘어진 어깨마다 퀭한 두 눈마다

빨간 노을이 물들면 왠지 맘이 설레인다


강 건너 공장의 굴뚝엔 시커먼 연기가 펴 오르고

순이네 뎅그런 굴뚝엔 파란 실오라기 펴 오른다

바람은 어두워 가고 별들은 춤추는데

건너 공장에 나간 순이는 왜 안 돌아 오는 걸까


높다란 철교 위로 호사한 기차가 지나가면

강물은 일고 일어나 작은 나룻배 흔들린다

아이야 불 밝혀라 뱃전에 불 밝혀라

저 강 건너 오솔길 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 저어라 열여섯살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 저어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아이야 불 밝혀라 뱃전에 불 밝혀라

저 강 건너 오솔길 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자식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 갔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

검은 얼굴 흰 머리에 푸른 모자 걸어가네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 가세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우리 부모 병들어 누우신 지 삼년에

뒷산의 약초뿌리 모두 캐어 드렸지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병드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아침이면 찾아와 울고 가던 까치야

나 떠나도 찾아와서 우리 부모 위로하렴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앞서가는 누렁아 왜 따라 나서는 거냐

돌아가 우리 부모 보살펴 드리렴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좋은 약 구해갖고 내 다시 올 때까지

집 앞의 느티나무 네 빛을 변치 마라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분홍빛 새털구름 하하 고운데

학교 나간 울 오빠 송아지 타고 저기 오네

읍내 나가신 아빠는 왜 안 오실까

엄마는 문만 빼꼼 열고 밥 지을라 내다보실라 


음 음


미류나무 따라서 곧게 난 신작로 길

시커먼 자동차가 흙먼지 날리고 달려가네

군인 가신 오빠는 몸 성하신지

아빠는 씻다 말고 먼 산만 바라보시네


음 음


이웃집 분이네는 무슨 잔치 벌였나

서울서 학교 댕긴다던 큰언니 오면 단가 뭐

돈 벌러 간 울 언니는 무얼 하는지

엄마는 괜히 눈물 바람 아빠는 괜히 헛기침만


음 음


겨울 가고 봄 오면 학교도 다시 간다는데

송아지는 왜 판담 그까짓 학교 대순가 뭐

들판엔 꼬마애들 놀고 있는데

나도 나가서 뛰어놀까 구구단이나 외울까 말까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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