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불질러 놓은 화두입니다.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혁신활동’을 시작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고,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뭔가 아직 개운치 않습니다.
지금, 보건복지부도 변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교육하고, 평가하고, 제도를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혁신 노이로제에 걸리겠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혁신 불지피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훨씬 과격한 방법도 동원하고자 합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직원들을 사실상 협박하고 있습니다.
서열과 관행을 파괴한 인사를 단행하며,
젊은 서기관들과 사무관급 직원들로 주니어보드를 구성해
혁신의 전면에 스스로 나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기업인 GE가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만든 Work-out 프로그램을
보건복지부에 도입할 준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꿀 차례가 되었습니다.
공직자들이 가슴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혁신에 앞장설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그래야 성공적인 혁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공직사회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집단입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은 국가경쟁력을 훼손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공직사회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공직사회는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습니까?
우리 공직사회의 경쟁력은 미국이나 유럽의 공직사회와 견줄만합니까?
저는 우리 공직사회의 능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공직사회는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입니다.
업무에 대한 책임성과 열정도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밤 11시가 넘도록 정부청사의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벽’입니다.
우리 공직자들은 자기가 속한 칸막이 안에서만 일하는데 너무 익숙해져있습니다.
조직 내 타 부서와 협조하고, 다른 정부부처와 협력하는데 서툽니다.
정부조직 밖에 있는 국민과 소통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의 소리를 가슴을 열고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국민에게 설명할 것은 설명하며,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설득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너무 부족합니다.
이런 경향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정책방향과 지침을 정하는 집단이 따로 있었습니다.
정부의 각 부서는 세부계획만 잘 세우면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정부조직은 그런 의사결정 방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설계되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일해 왔습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인 실행계획을 만들기 위해
높은 칸막이를 만들고 분장된 업무에만 충실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옆을 돌아볼 틈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진전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정책에 대한 정부 각 부처, 부서, 담당자의 권한과 책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익집단, 언론, 국회, 사회단체, 국민 등 직간접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참여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사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공무원조직이 효율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IMF 이후 지금은 어떻습니까?
기업의 효율이 정부의 효율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기업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되고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지요.
저는 간부들에게 보건복지부를 미국이나 영국의 보건복지부 못지않은
경쟁력 있는 부서로 만들자고 얘기합니다.
그래야 미국이나 영국보다 나은 “국민통합국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력의 핵심은 ‘벽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타 부서 그리고 국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수직적 칸막이 체제에 맞게 설계된 시스템을 수평적 열린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외부와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업무체계,
조직구조, 평가제도 등을 모두 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자 스스로 환경변화를 인식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관해 피부에 닿는 정책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이제 보건복지부는 한 단계 더 높은 변화를 이뤄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읽는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변하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2005.3.14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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