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소록도를 찾아갔다.


대구, 경북 지역에 뿌리를 내린 ‘참길회’ 회원 130여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호남에 기반을 둔 ‘소록도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함께 방문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동행에 나서기로 했다.

‘한센병 환우들과 인사할 때는 손에 힘을 주고 악수를 해야 한다’
‘인사가 끝난 다음에 바로 손을 씻지 마라. 그렇게 하면 수군거림 속에 욕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한센병 환자들이 상처를 입을 것이다’

의사 선생님들이 준엄하게 행동수칙을 정해 주었다.

약간 긴장되었다.

에이즈 환자를 만나러 갈 때도 그랬는데 그에 버금가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녹동에서 배를 타고 소록도를 향하면서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가 떠올랐다.

그 피리소리를 들으려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삘릴리~’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그 사이 사이에 무덤도 남기지 못하고 흔적없이 사라져간

만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의 한숨과 슬픔이 뿌옇게 다가오는 듯 했다.

얼마간 결심이 필요했다.

노인 환자들이 식사하시는 것을 도왔다.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침이 튀기는 듯했다.

움찔 물러났다.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환자들을 대담하게 만나는 장면이 순간 스쳐갔다.

‘거리를 두어서는 안된다. 장관이 거리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힘을 주어 악수했다.

병실 모두를 방문해서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마을도 찾아갔다.

손 또는 발이 없는 분들과 손과 눈이 마주치는 악수를 했다.

 

그 분들 중 몇 분이 마음을 여는 듯 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세상은 물론

가족, 친구 그리고 국가로부터도 외면당해 왔던 지난날의 아픔과 고통에 비해

이것은 아주 작은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언제 시작할 수 있는가?

자문하면서 소록도를 떠나왔다.

저 건너편에 소록도를 남겨두고 말이다….

2005.1.24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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