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내온 구원의 선물

 

지난 주에 남아시아에서 가슴 뭉클한 사연이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청년이 9일 동안 나무등걸 하나에 의지한 채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니다가

지나가는 화물선을 만나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진 속의 그 청년은 우리를 향해 두 팔을 크게 흔들고 있었습니다.

 

몰아치는 해일에 맞서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한 어머니의 이야기도 가슴을 뒤흔들었습니다.

 

어머니는 한 살배기 자식을 지키기 위해 다섯 살 아들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며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고백했습니다.

어머니의 그 마음이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 다섯 살짜리 아들이

다시 살아서 돌아왔다며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두 가지 뉴스를 들으며 저는 하늘이 세계인을 향해

‘구원은 이렇게 이뤄진다’고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늘의 구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나라에서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지진해일 피해자들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번 사태는 그 자체로 인류에 대한 엄청난 재앙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인류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도 된 것 같습니다.

세계인이 서로 단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눈에 거슬리는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웃을 돕고 격려하면서 자신들의 주도권과 국가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번 기회를 활용해 은근슬쩍 자국 군대를 파견하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좀 과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과거에 외국의 원조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어린시절에 미군들이 달리는 쓰리쿼터 안에서 껌을 던지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때는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솔직히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차마 그 껌을 줍지 못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도와주는 사람들은 먼저 그 아픔을 가슴에 생생히 담아야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모욕감이 들게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남을 도우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집니다.

남을 도울 때는 주도권이나 이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높아진 자부심’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정말 감상에 불과한 것일까요?

 

한밤중에 열린 군사분계선

 

한밤중에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까?

말만 들어도 긴장되고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북이 협력해서 안전하게 그것도 한밤중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사람이 있습니다.

 

주목해서 본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북한 쌀 지원을 나갔던 무역협회 직원 한 분이 갑작스럽게 상을 당했습니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속만 태웠을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적극 협조하고 아마도 북한 군 지휘부가 결단해서

이 분이 한밤중에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여기까지 와있는 것입니다.

더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2005년에는 반드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면 합니다.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는 것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가고,

원산과 신의주에서 서울로 와야 합니다.

 

그런 2005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5.1.10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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