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는 오늘, 1년 7개월에 걸친 보건복지부 장관 직무를 모두 마쳤습니다.

공식적인 직무를 모두 끝내고 돌아오니 제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입니다.

 

막상 정부의 공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1년 반 동안 익숙했던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한 만큼 빨리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새롭고 활기찬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갈 생각입니다.

 

오늘 ‘일요일에 쓰는 편지’는 복지부 직원들에게 제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이임사’로 대신할까 합니다.

저에게 지난 1년 7개월은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느낌이 좀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함께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해준 복지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제 마음을 담아 작별 인사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정든 보건복지부를 떠납니다.

 

사랑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고, 기뻐했던 지난 1년 6개월의 기억을 제 소중한 추억의 서랍에 넣으려고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눈 많은 고민과 다짐이 아직도 저와 여러분의 가슴 속에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그 다짐이 다 이루어지기도 전에 이렇게 먼저 떠나게 되었습니다.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러분과 함께 일하면서 저는 여러분의 가슴마다 소중한 꿈이 하나씩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 막 공직을 시작하는 분들은 그분들대로, 10년이 지나고 20년, 30년이 지난 분들 역시 또 그분들대로-.

처음 공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여러분은 가슴에 소중한 꿈 하나씩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도 여러분의 가슴 속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공직을 시작하면서 여러분이 가슴 속에 간직한 꿈은 4천만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이었을 것입니다.

따뜻한 사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꿈이었을 것입니다.

 

그 꿈이 너무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공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잊지 마시고, 고이 간직하시길 기원합니다.

지치거나 마음 흔들릴 때면 가슴에 품은 꿈을 꺼내 확인하고, 스스로 격려하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공직에 있는 동안 그 꿈이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고백합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같은 길을 걸어오면서 저도 여러분과 같은 꿈을 가슴에 품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사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소중한 꿈을 여러분과 함께 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눠가진 이 꿈을 잊지 않겠습니다.

비록 몸은 여러분 곁을 떠나지만 이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언제나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1년 6개월 전, 이 자리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보건복지부를 국민행복 책임부서로 만들어 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를 잊지 말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과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벽, 우리 내부를 갈라놓은 벽을 허물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성과중심의 조직을 만들어보자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그런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고, 적지 않은 성취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면에서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큰 가닥은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냉정한 평가는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보건복지부를 떠나면서 그동안 여러 번 강조했던 말씀을 잔소리처럼 한 번 더 드리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마치고자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우리 사회의 방향을 좌우하는 사회정책의 중심부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핵심부서라는 엄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 예산이나 권한을 탓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인 저출산․고령화대책과 사회양극화를 해결해야할 책임이 모두 여러분의 두 어깨에 짐 지워져 있습니다.

사회안전망과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공공인프라를 튼튼히 구축함으로써

미래의 우리 사회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사회’ ‘가장 경쟁력 있는 사회’로 만들 책임도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안전한 식탁을 지킬 책임도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사회정책, 미래정책의 책임부서로서 여러분이 맡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 선의의 정책경쟁을 해야 국민이 행복해집니다. 균형이 잡힙니다.

 

제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지만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튼튼한 육성체계를 세우는 일입니다.

시간에 쫒기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 공직생활이지만 시간을 쪼개고 정성을 보태서 공부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경쟁력이 바로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가서 여러분을 감시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이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누구보다 먼저 회초리를 들겠습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2005.12.31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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