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입니다. 일요일에 쓰는 편지를 또 월요일 밤에야 씁니다.

출마선언을 마치기가 무섭게 광주 전남을 다녀왔습니다.

묵었던 여관방이 편지 쓸 형편이 안됐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길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고 떠난 길이지만 그래도 오늘밤은 좀 씁쓸합니다.

‘당이 이 지경이 됐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더니 돌아오는 메아리가 참으로 격렬합니다.

저를 분열주의자로 낙인찍었습니다.

김근태를 조금만 알아도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한평생을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 사람입니다.

감히 말씀드리면 연대와 통합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그런데 분열주의자라니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김근태는 한 번도 쉽고 편안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고난의 길을 가면서도 그것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오늘까지 먼 길을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소신과 원칙을 굽힐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각오했던 일입니다.

길을 떠날 때부터 험한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담담하게 뚜벅뚜벅 앞으로 가겠습니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앞으로만 가겠습니다.

요즘 당원들을 만나면 힘이 납니다.

또렷한 눈길을 마주 보고 있으면 만화 주인공처럼 제 몸에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절박해서 그런가 봅니다. 저도 그렇고, 당원들도 그렇고….

한자리에서 스물 댓 명 당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꼭 눈이 맞는 한두 명이 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것 같은 분들입니다.

그분들에게 에너지를 받아 하루하루 버텨냅니다.

길을 떠나 앞만 보고 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흔들림 없이 앞만 보고 가겠습니다.

머잖아 산마루와 정상이 보이겠지요.

그때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앞으로 앞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이 역사적인 등정에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06.1.17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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