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옷을 입힐까 색동저고리 입히지

치만 뭘로 할까 청바지로 하지


청바지에 색동옷 입고

하하하하 바보 인형아


색종이를 오려서 예쁜 인형 만들어

선생님께 보이고 엄마한테 드려야지


아가 신을 만들까 뾰족구두 만들지

모잔 뭘로 할까 예쁜 고깔 씌우지


뾰족구두에 고깔을 쓰고

하하하하 바보 인형아


색종이를 오려서 예쁜 인형 만들어

선생님께 보이고 엄마한테 드려야지


아가 입을 그릴까 웃는 입을 그리지

그럼 눈도 그려 봐 우는 눈은 어떨까


하하하하 바보 인형아


색종이를 오려서 예쁜 인형 만들어 

선생님께 보이고 엄마한테 드려야지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 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 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물속 깊이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익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난 왜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일까 

왜 저 시냇물은 저리로 흘러만 갈까 

왜 이 세상은 넓기만 할까 

날아가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시냇물을 건너 푸른 들판 지나 

날개만 있다면 가보고 싶어 

잣나무 수풀 저 산 너머로 


저 나뭇가지 위 떠가는 흰구름 

구름 저편에 눈부신 햇님은 

왜 저 위에서만 외롭게 떠 계실까 

파란 하늘은 얼마나 먼 곳일까 

오르고 싶어 오르고 싶어 

나뭇가지 위로 해님 계신 곳까지 

날개만 있다면 가보고 싶어 

넓고 높고 또 먼 저 곳에 


날아가고 싶어 오르고 싶어 

시냇물을 건너 해님 계신 곳까지 

날개만 있다면 가보고 싶어 

넓고 높고 또 먼 저 곳에 

넓고 높고 또 먼 저 곳에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 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 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물속 깊이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익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 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가엾은 우리 백구는 앓아 누워 버렸지


나하고 아빠 둘이서 백구를 품에 안고 

학교 앞의 동물병원에 조심스레 찾아갔었지 

무서운 가죽끈에 입을 꽁꽁 묶인 채 

멍하니 나만 빤히 쳐다 봐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 


하얀 옷의 의사 선생님 큰 주사 놓으시는데 

가엾은 우리 백구는 너무너무 아팠었나 봐 

주사를 채 다 맞기 전 문 밖으로 달아나 

어디 가는 거니 백구는 가는 가는 길도 모르잖아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음


학교 문을 지켜 주시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 다급하게 여쭤 봤더니 

웬 하얀 개가 와서 쓰다듬어 달라길래 

머리털을 쓸어줬더니 저리로 가더구나 


토끼장이 있는 뒤뜰엔 아무 것도 뵈지 않았고 

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줄넘기를 하는 아이 팔방하는 아이들아 

우리 백구 어디 있는지 알면 가르쳐주려마


학교 문을 나서려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하시는 말씀이 

웬 하얀 개 한 마리 길을 건너가려다 

커다란 차에 치어서 그만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음 


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을 헤매이다가 

빨갛게 핀 맨드라미 꽃 그 곁에 묻어 주었지 

그 날 밤엔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철 이른 흰 눈이 뒷동산에 소복소복 쌓이던 꿈을 

긴 다리에 새 하얀 백구 음 음


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는 

나만 보면 괜히 으르릉하고 심술을 부렸지 

라라라라 라 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음





아하 누가 푸른 하늘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구름 속에 가리운 듯 애당초 없는 듯

아하 누가 그렇게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아하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네

높이높이 두터운 벽 가로놓여 있으니

아하 누가 그렇게 잡았으면 좋겠네


아하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아하 누가 푸른 하늘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구름 속에 가리운 듯 애당초 없는 듯

아하 누가 그렇게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나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네

아하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네

높이높이 두터운 벽 가로놓여 있으니

아하 누가 그렇게 잡았으면 좋겠네


아하 내가 저 들판의 풀잎이면 좋겠네

아하 내가 시냇가의 돌멩이면 좋겠네

하늘 아래 저 들판에 부는 바람 속에

아하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검은 산만 떠가네 검은 물에 떠가네

하늘도 바람도 아득한데 오는지 가는제 우리 밸세

이고 지고 떠가네 메고 보듬고 떠가네

우리네 인생 한밤중에 뱃놀이만 같으네


형님 아우님 어디 갔소 고운 님도 어디 갔소

만나 보면 간데없고 헤어지면 만나는가

뱃머리에 부서지네 뱃미에 매달리네

우리네 사랑 뱃놀이에 노젓기만 같으네


하늘 아래 큰 것 없네 땅 위에 새것 없네

거슬러가는 우리 배냐 흘러가는 우리 배냐

이리 가자 조르네 저리 가자 성화로세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가니 하릴없이 고달프다


꽃은 져도 또 피고 비개이면 개운허고

우리도 갔다 다시 오면 속상할 것 없겠네

서 있자니 물 고이네 노 젓자니 힘만 드네

얼기덩 삐껵 처절썩 꿀꺽 적적하기 짝이 없네


어디메까지 떠왔나 예가 대체 어디멘고

아이고 이내 정신 보소 날은 벌써 밝아오네

얼기덩 삐꺽 처절썩 꿀꺽 신도 나고 함도 나네

우리네 인생 한밤중에 뱃놀이만 같으네






굴뚝에 빗대면 졸음이 올까봐

온몸 흔들고 밤바람 쐬는데

오늘 하루 흘린 땀 쉴 만한가

큰숨 들이쉬고 두 팔도 치켜들고


흘리 땀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죽어도 행여나 살아도

흘리 소금땀 흘리리

행여 살아도 행여나 죽어도


한밤에 켜진 불 열심도 열심이지

두 밤에 뜬 눈은 힘에도 겨웁지

소골소골 시냇물 시원한데

내일도 흘릴 땀 무슨 땀 흘리흘리


흘리 땀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죽어도 행여나 살아도

흘리 소금땀 흘리리

행여 살아도 행여나 죽어도


한 살이 지나면 미운 님 떠나가고

두 살이 지나면 고운 님 떠나가고

세 살이 네 살이 다 가도

남아서 살을 사람 소금땀 흘리리


흘리 땀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죽어도 행여나 살아도

흘리 소금땀 흘리흘리

행여 살아도 행여나 죽어도


땀흘려 거둔 음식

-노래극 '개똥이' 중에서-


땀흘려 거둔 음식 함께 나눠요

힘들여 일하려든 많이 들어요

형님도 아우님도 모여 앉아 함께 들어요

길 가는 저분네도 잠시만 쉬고 함께 들어요


형님도 아우님도 모여 앉아 함께 들어요

길 가는 저분네도 잠시만 쉬고 함께 들어요

땀흘려 거둔 음식 함께 나눠요

힘들여 일하려든 많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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