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가는 친구여 이 노래 들어요

나 가진 것 하나 없어 이 노래 드려요


언제나 또다시 만나게 될런지

잘 가시오 친구여 부디 안녕히

언제나 또다시 만나게 될런지

잘 가시오 친구여 부디 안녕히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어디 있겠소


눈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꽃밭 속에 꽃들이 한 송이도 없네

오늘이 그날일까

그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싸움터엔 죄인이 한 사람도 없네

오늘이 그날일까

그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마음 속에 그 님이 돌아오질 않네

오늘이 그날일까

그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하나이 울고 서 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벌판에 하나이 달려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 위에 하나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간밤에 바람은 말을 하였고

고궁의 탑도 말을 하였고

할미의 패인 눈도 말을 했으나


말 같지 않은 말에 지친 내 귀가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여인의 손길은 말을 하였고

거리의 거지도 말을 하였고

죄수의 푸른 옷도 말을 했으나


말 같지 않은 말에 지친 내 귀가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잘리운 가로수는 말을 하였고

무너진 돌담도 말을 하였고

빼앗긴 시인도 말을 했으나


말 같지 않은 말에 지친 내 귀가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말들을 모두 잊어 듣지 못했네









무궁화꽃을 피우는 아이

이른 아침 꽃밭에 물도 주었네

날이 갈수록 꽃은 시들어

꽃밭에 울먹인 아이 있었네


무궁화꽃 피워 꽃밭 가득히

가난한 아이의 손길처럼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져

꽃 피우던 아이도 앓아 누웠네

누가 망쳤을까 아가의 꽃밭

그 누가 다시 또 꽃피우겠나


무궁화꽃 피워 꽃밭 가득히

가난한 아이의 손길처럼







헐벗은 내 몸이 뒤안에서 떠는 것은

사랑과 미움과 배움의 참을

너로부터 가르쳐 받지 못한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 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무너진 내 몸이 눌리어 우는 것은

눈물과 땀과 싸움의 참이

너로부터 가리어 아지 못한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 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텅빈 내 마음이 굶주려 외침은

꿈과 노래와 죽음의 참이

너로부터 사라져 잃어버린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 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어린 항쟁의 세월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취나
눈부신 선조의 얼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나의 조국은
허공에 맴도는 아우성만 가득한 이 척박한 땅
내 아버지가 태어난 이곳만은 아니다
북녘 땅 시린 바람에 장승으로 굳어버린
거대한 바위 덩어리 내 어머니가 태어난 땅
나의 조국은 그곳만도 아니다

나의 조국은 
찢긴 철조망 사이로 스스럼없이 흘러내리는 저 물결
바로 저기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김으로 서려 피어 오르는 꿈속 그곳
바로 그곳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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