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리비아의 “카다피”에 대하여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교민 철수가 거의 완료되었다는 뉴스를 보고나서)

국민의 가슴에, 총질을 해대는 권력자는, 그가 누구든지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것은 이미 범죄이고 적법성을 잃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리비아의 카다피가 그에 해당된다.

카다피가 퇴진하도록 필요한 말과 조치를 우리는 강구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리비아가 있는 북아프리카는 여기 한반도에 너무 멀고, 심리적 거리는 더 멀다.

또 우리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취하더라도 카디피 퇴진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한편 우리의 리비아 수출에 지장을 줄 수 있고,

그곳에 진출해 있는 건설업체들에게 부담만 주게 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계산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아프리카와 중동 이슬람지역에 불고 있는 민중들의 민주화 바람에 대해 결국 침묵하자는 얘기라면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상호 연관성과 의존성이 높아가고 있는 이 21세기 세계화시대에 걸맞지 않는 선택이다.

 

그것은 앞서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많은 희생과 대가를 지불해왔던 “대한국민”으로서 감히 하자고 할 수 없는 비겁한 외면이다.

우리는 세계의 모든 일과 연관되어 있는 것 아닌가?


2011년 3월

 

- 민주당 지도부에게 보내는 편지

 

손학규 대표님을 비롯한 최고위원 여러분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런 와중에 어려운 말씀을 드리게 되어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그러나 무릅쓰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민주당 지도부가 통 큰 결단을 할 때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민주당이 통 큰 양보를 해야 할 때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4.27 재보궐 선거에서 전국적 승리를 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그것만은 아닙니다.

물가급등, 끝나지 않는 구제역사태, 전세대란, 깊어가는 양극화 등

시급하고도 절박한 민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을 얻기 위해서 정말로 통 큰 양보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지금의 지엽적이거나 낡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권의 정책으로는

이 시급하고 절박한 민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엇나간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실망과 반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40% 후반의 지지를 받는다고 하면서 헤매고 있는 저들을 죽비로 내리 칠 수 있도록 우리 야권이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무능하고 독선적인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결단해야 합니다.

분당, 김해, 순천 등에서 적어도 한 곳은 비민주당 야권단일후보가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실정치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고통도 받아들여야 할 운명입니다.

그래야 국민 속에서 부활이 가능할 것입니다.

 

연대, 연합특위에서 위원들 간에 의견교환이 있었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또 당내 여기저기서 얘기 된 것을 전해 듣기도 했습니다.

범야권 연대를 위해서, 장래의 가치연합, 정책연합, 그리고 조직통합 또는 연합을 위해,

마침 지금 공석이 되어있는 16개 지역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보류하자는 의견이 건의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최고위원들이 소극적이거나 침묵을 지켰다는 말을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대정신이 간곡하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척간두 진일보 (百尺竿頭 進一步)의 심정으로 손을 놓아 버려야 합니다.

 

정치적 장래에 대한 미세한 계산을 멈추어야합니다.

결단하는 길 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입니다.

 

고심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결단해야 합니다.’ 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2월 16일

김근태 올림


 

지금 한국경제 미래가 백척간두에 섰습니다.

'G20' 이라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호의 저 객실 한 구석에선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미FTA 밀실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서울행 목적이 G20 정상회의가 아니라 한미 FTA타결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부담을 주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정부는 밀실협상으로 이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 비밀협상에서 지난번 쇠고기협상에서처럼 덜컥 무리수를 놓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하필 한미 쇠고기 협상의 주역이었던 민동석씨가 이 시점에 외교부 차관으로 컴백했다는 사실이 단지 우연일까요?

 

민동석 그가 누구입니까?

자신의 영달과 윗사람 눈치 보기 때문에 우리국민의 건강권과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을 포기했던 사람입니다.

그러고서도 “미국이 준 선물”이라고 뻔뻔스럽게 적반하장으로 나왔던 사람 아닙니까?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동지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길은 외통수입니다.

이대로 두면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를 쇠고기 협상처럼 처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전면적 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해야합니다.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 네거티브 리스트 조항, 이른바 역진방지조항, 서비스․의약품 조항 등

각종 독소불평등 조항에 대해 전면적 재협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전면적 재협상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에게 G20의장국답게 당당하게 미국과 협상하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만일 합의가 안 되면 이런 내용으로는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전면적 재협상을 하라고 하는 것은 마치 고양이 앞에 생선을 바치는 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한미FTA를 지금대로 하라고 한대서 민동석 차관을 새롭게 등용한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미국이 준 선물”과는 다르게 협상할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저들에게 맡기고 뒷북칠 일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행동해야 합니다.

결연한 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일어나서 반대하지 않으면 미국의 교만한 요구 앞에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물론 지난 참여정부시절 집권당으로서 추진했던 한미FTA를 이제와서 부정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자기부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지난 과오를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은 물론 국민과 역사 앞에 더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지난 97년 IMF 체제를 돌이켜 봅시다.
OECD 가입을 허락하는 대신 자본자유화, 외환자유화, 이른바 환율시장화라는 미국과 IMF의 강요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경제는 쑥대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이 우리가 이뤄놓은 성과, 특히 경쟁력 있는 제조업과 “금모으기운동”에 나섰던 국민의 단합정신이 있었기에

파국의 길은 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경제와 서민생활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IMF 위기를 통해서 우리 경제는 급속히 미국화 되었고, 미국의 금융자본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으로의 제도화가 개혁의 이름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던 한국경제의 다이나믹스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서민의 양극화를 격화시켰습니다.

한국사회를 결정적으로 분열시켜 버렸습니다. 일자리를 없앴고, 있는 일자리의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불안과 공포의 사회, 패자부활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은 우리의 길이 아님이 분명해 졌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고백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미 FTA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시기에 지지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집권시절 국내외 신자유의주의 세력의 압력과 영향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휘둘렸습니다.

미국식 양극화라는 덫에 걸려 정권을 교체당하고 말았습니다.

양극화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한 서민과 중산층의 “민주화가 밥 먹여 주냐”라는 비난 앞에서 우리는 초라해졌던 것 아닙니까.

진정한 반성은 진정한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말로만 반성한들 그 어떤 국민이 믿겠습니까.

우리 민주당이 민주· 개혁·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이라면 반드시 지금 결단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그것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고백해야 합니다.


이제 ‘진실의 순간’이 우리 앞에 왔습니다.

중간은 없습니다.

시간도 없습니다.

국민과 역사의 요구에 우리는 응답해야 합니다.

2010년 11월 2일
민주당 상임고문 김근태

 

내가 살고 있는 도봉구에 “가인(佳人)”초등학교라는 곳이 있다.
지역 주민 대부분께서도 이게 무슨 말인지, 왜 그렇게 이름 지었는지 잘 모른다.
또 너무 어려운 말이어서 알고 싶은 호기심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지난 15여 년 동안 이 곳 도봉구에는 학교가 많이 지어졌다.
나는 사명감을 갖고 여기 창동에 사셨던 독립운동가들의 성함을 학교 이름으로 짓도록 노력했지만

성공한 것은 단 하나 “가인” 초등학교뿐이었다.

그것도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본명도 아닌 ‘호’를 따서 지은 누구도 잘 알 수 없는 이름일 뿐이었다.

우선 이곳을 관할하는 교육장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일제 치하 1930년대 중후반기 군국주의가 노골화되고, 민족독립운동을 하는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졌다.

당시 식민지 조선의 수도였던 경성의 고등계 형사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벗어나고자 이사해 온 곳이 여기 창동이었다.

경원선 출발역인 청량리에서 한 정거장인 이곳은 경성이 아니면서도 정보를 곧 전해들을 수 있는 안성맞춤 지역이었다.

한때는 도산 안창호, 위당 정인보, 임꺽정의 홍명희, 조선 무용가 최승희, 김병로 선생 등이 이곳에 모여 사셨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이곳 노인 어르신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었다.

미국이나 서양처럼 사람 이름을 따서 학교, 거리, 건물 이름을 짓는 것에 익숙한 문화가 아닌데다

서양처럼 사람이름을 따서 기념하는 북한이 의식되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안창호” 고등학교, “정인보”중학교라고 하면 전국의 많은 사람들의 귀에 쏘옥 들어갈 것이고,

재학생들에게도 그런 이름 자체만으로도 큰 가르침이 될 것이고,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권고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말한 학생인권조례(안)과 그에 대한 교육부, 교육관료, 일부교사

그리고 오늘 한국의 특권적 지배계층의 반응을 보면서 지난 일이 떠오른다.

우선 나는 전혀 놀라지 않고 있다. 교육도 ‘시장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공교육, 사교육에 있어서의 우월적 위치를 계속 대를 이어 유지하려고 한다.

이들로서는 기본적으로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고 ‘훈육’되어야 할 ‘객체’로 규정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체벌을 금지하고 두발자유를 보장받는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들이 인정받는 순간

혹시 권위주의적 시장주의 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은 이기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욕망 충족과 더불어 소통, 협력, 연대 없이는 심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살아갈 수 없다.

교육과정은 이 상호 충돌할 수 있는 근원적 욕구를 어떻게 이해하고 조정하고 상승시킬 수 있는지,

적어도 최악의 대립과 불행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인지 협동교육을 통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학생들은 교육과정에서 사회와 국가의 도움을 받고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도움을 받는다해서 학생 개개인의 주체성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이 이렇다면 어떻게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체벌을 이른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허용할 수 있겠는가.

또 의존적인 계층의 표시로 두발 규격화에 복종해야 한다고 우길 수 있겠는가.

시행령을 고쳐서 학생인권조례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고자 하는 교육부는 더 이상 어깃장을 놓지 말아야한다.

그것은 교육의 선진화, 사회의 진정한 선진화를 방해하는 잘못된 권위주의적 선택이다.

2010년 10월

김근태

 


-문성근씨의 100만송이  국민의 명령 프로젝트 출범을 접하며

우선 축하합니다.

배우 문성근씨가 드디어 ‘100만송이 국민의 명령 프로젝트’, 즉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운동을 가동했습니다.

스스로 야권 단일정당이라는 시대적 명령을 내리는 첫 번째 국민을 자처한 문성근 씨는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100만 민란의 주동자요 대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문 대장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통할 때 염화미소요, 이심전심이라 했습니다.

정말 마음이 찡해서 이렇게 김근태의 미소를 보냅니다.

 

문 대장의 제안서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의 첫 느낌은 “아.......!!”였습니다.

야권단일정당이라는 시대적 대의를 느끼거나 확신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대의를 추진할 방법을 이토록 구체적이고 민주적으로 제시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우리 국민에 대한 강고한 믿음 위에 지어진 이 멋진 대중운동에 거듭 찬사를 보냅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힘들고 험난할지도 모를 길을 문 대장이 먼저 나섰습니다.

솔직히 범야권단일정당이 정당의 문제이고 그래서 정치의 문제임에도 우리 정치권에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저 김근태 약속합니다.

범야권단일정당이라는 큰 흐름에 조응할 수 있는 정치의 길을 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둘 다 성공해 대한민국을 전혀 새롭게 창조할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아무리 미소일지라도 길면 민폐이므로 이만 짧게 미소 짓겠습니다.

사이버 촛불인 마우스 클릭으로 이루어지는 야권단일정당을 위한 100만 민란에서

문대장과 국민여러분이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국민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야권단일정당운동 사이버 촛불 들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참으로 좋은 배우를 가진 것 같습니다.

 

 2010년 8월 28일

김근태

2010년 8월 6일 민주연대 주최 토론회

인사말씀

 

 

솔직히 충격이 컸다.

6.2 지자제 선거승리와 7.28 재․보궐 선거 패배 사이엔 간극이 정말로 컸다.

진짜 “너무한” 찜통더위 때문인지 심각한 느낌은 약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민주진보세력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결단할 것은 결단하고, 양보, 타협할 것은 그렇게 해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국민과 함께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파악하는 오늘의 상황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강부자’, ‘고소영’ 등 기득권 세력의 오만과 독선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민심이반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둘째, 진실한 야권연대가 이뤄지면 국민은 적극 참여한다.

지자제 선거에서 그것은 입증 되었다.

선거 공학적으로 이뤄진 후보단일화는 모조리 실패했다.

은평과 충주가 그랬다.

또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도 역시 그랬다.


나는 ‘범야권 단일연합정당’으로 가야한다고 확신한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시장만능주의’를 제외한 모든 세력은 여기에 대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이뤄 내야할 우리의 과업이다.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 가능할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진보적 ‘범야권 단일연합 정당 건설’이 중심의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그것을 실현해 낼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그것을 실현시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등이 활발하게 토의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확실한 복지국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진보교육감 등에 대한 기대, 무상급식, 무상보육, 사교육 없는 세상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한 전면적 도입과 내실화,

양극화 문제의 극복방향 제시에 과감해야한다.

또한 유능할 수 있어야 한다.


요사이 동아시아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참으로 고통스럽다.

마치 20세기 초에 발생했던 청일전쟁, 러일전쟁 전야처럼 느껴진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잠재적, 전략적 갈등이 노골화 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남북 간의 갈등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와 별 관계가 없는 듯한 분위기다.


우선,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구조적으로 그렇고 또 요구가 넘쳐 난다.

그것을 외면하면 당선될 수가 없다.

정치자금, 즉 ‘돈’을 대줄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나라한 권력정치, 패거리정치가 관철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일부 지역위원장들의 영향력이 크다.

일부로부터 받는 돈으로 대의원들이 서울로 오는 비용과 식사대접비용 등을 부담한다.

그리고 누구를 찍으라고 이른바 ‘오더’가 거기서 내려진다.


이것을 밝히고 여기에 개입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모처럼 어쩌다 한 번씩 하는 "우리끼리 잔치"인데 거기에 재를 뿌리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이른바 ‘자강론’을 좋아한다.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한다.

서울에 1만여 명이 모여서 큰 집회를 열어야할 필요가 지금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폐해가 너무 크다.

현역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등이 후보캠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위원장이 누구를 찍으라는 이른바 ‘오더’를 내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선관위의 역할이 국민선거 수준에 이르도록 강화하는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이런 일로 정치적 손해를 본적이 몇 번 된다.

그런데도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이대로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말과 주장은 뭐라고 해도, 진보적 ‘범야권단일연합정당’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지도부 권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절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깨어있는 시민’의 가슴 속 열정에, ‘행동하는 양심’들의 결단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인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시작하고 싶다.

 

2010년 8월 6일

김근태

 

 

 7.28 선거결과를 보고 국민들께 드리는 글


민주당은 참패했습니다.

높은 투표율 속에서도 참패했기에 그 어떤 변명도 불가능합니다.

오직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솔직히 쓰라립니다.

무엇보다 4대강의 유령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해석할 것 같아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타당한 이유로 저희 민주당을 벌한 것을 받아들입니다.

바로 민주당의 기득권 안주와 오만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가 아니라 이번에 벌한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선

“지금의 민주당과 야권구도로는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낼 수 없다.”

“쇄신 정도가 아니라 대변혁을 이뤄라.”

한마디로 진정한 시대정신과 새로운 정치구도를 찾아내라고 재촉하시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민주당에 전당대회가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지금까지의 흐름처럼 가서는 안 됩니다.

전당대회가 결국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휘두르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권가도에 기득권을 쌓으려는 유력인사들 간의

경쟁과 이합집산으로 흘러간다면 국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곳엔 탐욕만 있을 뿐 희망과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일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정치구도, “범야권단일정당” 건설을 위한 대토론과 대합의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꿈꾸는 모든 분들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4대강의 통곡, 민주주의의 통곡을 그냥 지나가게 하지 않겠습니다. 맹세합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7월 29일

김근태

 

비전한반도포럼과 5ㆍ18연구소가 주최하고 김대중 평화센터가 후원하는 '행동하는 양심-김대중 사상 대강좌'에서 배포된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강연문입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11월 3일. 전남대 용봉홀에서 한반도 위기와 민주세력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강좌의 첫 번째 강의를 하였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한반도 위기와 민주세력의 책임*


김 근 태

 

1. 빈자리가 크다

 

상당히 추운 날씨다.

가을은 책 읽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올 가을은 우리들의 마음과 생각을 모으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가운 바람이 옷소매를 뚫고 들어오는 이 가을 녘에 서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떠나가신 것을 생각해 본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2. 절룩거리는 DJ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직후, 그 분의 일기가 소책자로 제작되어 배포되었다.

그 작은 책자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71년 국회의원 선거 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진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짤막한 문장이었다.

가슴이 짜안해졌다. 칼로 베인 것처럼 아팠다.

 

71년도 선거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김대중 후보를 살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

박정희 권력 측의 공작이었다.

아마도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깊게 개입되어 있었을 것이다.

두 명의 경호원이 목숨을 잃었고, DJ 후보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

그 후 평생을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절룩거리게 되었다.

 

95년인가 96년인가에 김대중 총재는 미국 아무개 대학병원에 건너가서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반대를 했다.

조병옥 박사가 미국 병원에 가서 수술 받다가 돌아 가셨다.

우리 국민에게 큰 충격이었다.

 

90년대는 개명한 세상이라 50년대와 다르다.

하지만, 마음 놓을 수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김 총재께서 결정해서 안 가신 것이지만, 나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만일 미국에 건너가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었다면, 일부 기득권 언론의 야유대상이 됐던 저 절룩거림,

그 허벅지 아픔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평생을….
이제 영면하셨으니, 그 아픔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3. DJ는 오늘을 3대 위기라고 규정,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준엄하게 선언

 

김대중 대통령은 오늘 우리 현상을 3대 위기라고 규정하였다.

민주위기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라고 선언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악의 편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더 밀고 나가셨다. 이의 제기를 하고 연대하고, 집회·시위에 참여하고 할 것이 많다.

그러나 만일 정 할 것이 없다면 담벼락에 대고 이명박 정권의 억압과 탄압에 항의하라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라고 하셨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라는 말씀이셨다.


4. 그러나 다소 혼란스럽다.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편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한 시민 500만 명이 있다.

2008년 여름,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촛불시민의 강력한 힘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친 서민 행보라는 몇 가지 이벤트가 있다.

중도실용 노선을 걸어가겠다는 주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40%~50%까지 올라가는

희한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혼란스럽다.

 

작년 이 맘 때, 또 다른 IMF 경제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공포심이 우리를 짓눌렀다.

그러나 지금 공포심은 대폭 약화됐다.

80%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 서민 행보에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를 잘 풀어 나가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그 속에 거품처럼 쌓여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제발 우리 좀 살려 달라.

이 팍팍한 삶의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 달라는 마음이, 그런 마음이 촛불시민으로 나타나고,

40%~50% 지지도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촛불시민과 높은 국정지지도, 언뜻 다르게 보이는 이 둘은 시민과 국민의 간절한 마음 속에서는 하나이다.

누구든 잘해 달라는 것이다.


5. 분노의 조직화, 저강도 전략의 숨은 의도를 드러내야.

 

이명박 정권은 부익부 빈익빈 정치를 그냥 밀고 나가는 강자, 부자만을 위하는 정권이다.

더 이상의 양극화는 국민을 대대적으로 분열시켜 대립·갈등·투쟁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걱정과 우려에 대해 한나라당 정권은 수월성 이론과 성장의 과실이 흘러내린다는

‘흘러내림(Trickle Down)’이론을 갖고 정당화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용산참사에서, 쌍용자동차에서 권력은 서민과 노동자를 중산층과 분리 고립시킨다.

배제해서 왕따시키고 억압하고 탄압한다.

전면에 나서는 것은 검찰과 일부 기득권 언론 권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독대 보고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기무사는 정치권력의 모든 대치전선에 전면적으로 복귀했다.

지금은 다만 그것을 감추려 하고 있고, 꼬리가 들켜도 막무가내로 부인하고 있다.

이른바 저강도 전략을 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김제동, 손석희가 중도하차한 것은 부당하고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옛날 같이, 미운털 박히면 구속되기도 하던데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생활에 쫓기고 있고, 억울하지만 하는 수 없지 않은가하며 사람들은 지나가거나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이야기하고 만다.

 

미네르바는 구속되고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

실형은 받지 않고, 또 폭행이나 고문도 받지 않았다.

지난 군사독재 시절 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억압하고, 탄압한다.

그래서 분노가 잘 조직되지 않는다.

분노가 폭발했다가도 이 정권의 저강도 전략과 친 서민 행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생각해 보자. 저들의 저강도 전략은 이미 미국 부시 정권이 사용했던 수법이다.

그것은 국민의 민주화 투쟁의 성과물이기도 하다.

그것은 효과적으로 비판자, 반대 세력에게 집중 타격을 가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분노와 항의의 폭 넓은 연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교활한 저강도 전략을 국민에게 보여 드려야 한다.

그것은 민간독재의 전형적인 수법임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6. 10·28 재·보궐 선거는?

 

10·28 재·보궐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

10·28 재·보궐 선거는 한나라당의 무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바닥 민심은 빈익빈 부익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맹렬하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반사이득을 민주당이 얻게 되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개혁 세력에 대해 기대는 있다.

그러나 아직 믿음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민주당의 온전한 승리는 아니다.

만일 지금 이대로 가게 되면 앞으로의 대치전선에서 성공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지자제 선거에서 확고한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단해야 한다.


7. 민주당의 혁신, 민주 개혁세력의 혁신을 밀고 나가야 한다.

혁신에 기초한 통합을 준비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①. 투쟁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미디어관계법 개정은 절차적 위법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이른바 조·중·동 방송을 만들기 위한 미디어관계법은 재논의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절차다. “오프사이드이지만, 골인은 유효하다.”는 분노와 야유가 더 이상 번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공화주의도 아니다.

 

3천 페이지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는 검찰에게 속수무책인 법원은 이미 국민의 사법부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법부는 더욱 아니다.

그것은 한낱 권력의 시녀일 뿐이다.

우리는 국민의 눈물이 있는 곳, 그 곳에서 투쟁의 깃발을 다시 올려야 한다.

 

②. 더욱 개혁적이어야 한다.

더 이상의 양극화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국민을 분열시켜 격렬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다.

블레어 식이 아니라 오바마 식으로 개혁적으로 가야 한다.

민주적 시장경제와 토빈세 도입을 브라질처럼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

이제 ‘경제·사회 시스템은 미국식이 아니라 스웨덴 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결정해야 한다.

 

③.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신 것처럼, 먼저 자기 몫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통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

이번 재선거에서 노력했지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신뢰도 두텁게 만들지 못했다. 우리의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8. 행동하는 양심으로 반성하고 전진하자.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고, 하토야마가 일본 총리이다.

만일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 민주 개혁세력이 지금 집권하고 있다면 한반도 분단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동아시아 안보질서인 신 냉전체제를 평화협력 체제로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는 증오와 대립의 변방이 아니고,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우리 민주개혁 세력은 깊이 되돌아 봐야 한다.

죄책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시기에 우리는 왜 국민의 마음을 잃어 버렸는가?

우리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잘 못한 정치는 무엇이고, 또 정책은 무엇인가를 검토하고 정리해야 한다.

 

잘한 것은 계승하고, 한계나 오류는 고치고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새로운 비전은 무엇인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9.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열정이다.

 

지난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침략자인 이등박문을 살해한 지 100주년 되는 날이다.

내 친구 한 사람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만 통곡을 하고 말았다.

30대 초반 나이에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 얼마나 쓸쓸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눈물이 그냥 왈칵 쏟아지더라는 것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생각난다.

호남이 없었으면 나라가 없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광주시민의 가슴에 새롭고 뜨거운 열정이 모아지면 우리는 3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80년대 초에 민청련 활동을 통해 국면을 전환시켰던 것처럼, 광주시민이 함께 해 주신다면 제가 앞장서겠다.

광주시민 여러분과 함께라면 기꺼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투쟁하겠다.

 



전남대강연.jpg
0.06MB

 


2004년 봄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나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치르느라 지친 몸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연락이 왔다.

일본을 방문해 달라는 것이다.

한일관계의 미래 청사진을 논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동안 의원연맹 등의 이름으로 긴밀히 연계하던 한국 정치인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물갈이가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공식 초청자는 일본 외무성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초청자는 자민당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한일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 방문은 유쾌하지 않았다.

하루 대여섯 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는 자민당사, 총리 관저 혹은 음식점을 오가며 일본의 유력한 정치 지도자들과 대화했다.

자민당에 있는 유력한 정치 지도자들을 5~6명씩 그룹을 지어 만나고 대화했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며, 동북아 공동번영의 길을 외면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 중국 모두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한일 FTA와 더불어 한중 FTA 그리고 한일중 공동 FTA로 나아가자. EU에 맞먹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비전을 그리자”

“한중일의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 공동체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일본의 내부 정치를 위해 북한 문제를 활용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별무소득이었다.

자민당의 정치 지도자들은 대체로 이런 나의 주장에 대해 낯설어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이 하위 파트너로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었다.

또한 북한과 중국을 배제하고 주변화 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

마치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공식적인 일정은 자민당의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일정은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는 일로 꽉 짰다.

하토야마 대표, 간 나오토 간사장을 비롯해 얼추 열댓 명의 민주당 지도자들과 토론도 했다.

허름한 맥주 집에서, 어떤 의전도 없이 이뤄지는 단촐한 대화였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대화는 좋았다.

함께 나눠 갖고 있는 공동인식은 소중했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끼치고 있는 해악에 대해 같이 걱정했다.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을 현해탄 너머 일본에서 만나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 나와 하토야마 대표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당시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아, 우리는 언제 집권할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전해오는 것이었다. 


헤어질 때 “우리가 손잡고 일하면 한일 양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다음에는 일본도, 우리도 모두 집권당이 되어 만나자”고 굳은 악수를 나눴다.


5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세계정세는 상당히 변했다.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은 금융위기와 ‘빈익빈 부익부’라는 흉물스러운 본질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제 미국이 추구하고 한국은 물론 일본에게도 강제하였던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준비할 시점이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동아시아의 새로운 동반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네오콘의 몰락으로 동북아 평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구상도 날개를 펼 수 있는 시절이 찾아왔다.


일본에 있는 친구들은 집권당이 되었다.

미국에서도 민주당이 집권을 했다.

얼마 전까지 공고한 것처럼 보였던 한미일 냉전 삼각동맹 가운데 두 축이 무너진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도 ‘대화할 수 있는 정권’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냐? 대결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미국과 일본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다.

두 당 모두 대결적 관계가 아닌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건설을 위한 의사가 있다고 기대하고 싶다.


지금만큼 좋은 시기가 없었다.

한반도와 일본, 미국, 중국이 공동으로 냉전적 관계가 아닌 평화번영의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꿈을 꿀 수 있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정권재창출에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생겨 버렸다.


우리의 이러한 부족함과 잘못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하지만 감히 말하고 싶다.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의 꿈은 결코 미룰 수 없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3년 반만 기다려 달라.

우리는 다시 일어 설 것이다.

이 김근태도 그 일을 위해 다시 온 몸을 불사를 것이다.”

 


조문사진3-슬픈표정.jpg
0.07MB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이름으로 공개된 DJ 대통령의 어느 날 일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71년 국회의원 선거 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가슴이 칼로 베인 것처럼 아팠다.

지팡이, 절룩거리는 DJ에 대한 무서운 조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증오와 적개심에 번득이는 야유가 몸서리치게 몸을 덮치는 느낌이었다.

 

지금 그 ‘지팡이’는 오히려 그리움과 어떤 의지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었을 때, 특히 90년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상당수의 언론은 절룩거리는 김대중 선생을 비웃었다.

그렇게 절룩거리기 때문에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궤변을 늘어 놨다.

 

다리를 절게 된 것은, 대선후보 유세기간 도중, 무안에서 덤프 트럭의 기습에 의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직접 실행했거나, 아니면 기획·지시하고 다른 팀이 실행했을 거라는 건 모두가 짐작하는 일이다.

 

무안사건이 있은 지 2년여 후에 일본 도쿄에서 김대중 선생은 납치당했다.

꽁꽁 묶어서 바다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박정희-이후락-중정 책임자, 주일 한국대사·공사들이 주모자, 주동자, 공범들이었다.

 

1996년 가을 쯤 이었다.

연말에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병원에 가서 수술 받기로 일정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직감으로 다가왔다.

 

먼저 지금 이대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지 않으시냐고 직접 질문을 드렸다.

“그렇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나는 “반대한다.”고 분명하고 강력하게 말씀을 드렸다.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 조병옥 박사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병 고치러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어렸지만 그때 국민의 절망과 통곡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일이 없겠지만, 그러나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둘째, 다리가 불편하신 것은 교통사고를 빙자하여, 살해하려고 했던 추악한 음모 때문입니다.

그래놓고 저들은 선생님 절룩거리는 것을 비웃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부도덕하고, 적반하장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에 못 견뎌서 수술하시는 것은 저들에게, 저들의 말도 안 되는 선동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안됩니다. 가시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장애인들이 생각납니다.

장애인들의 90%가 후천성이랍니다.

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반은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때문에 장애가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수술 받아서 나아지실 수 있겠지만, 다른 장애인들이 느끼게 될 모종의 ‘거리감’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결국 가시지 않았다.

물론 당신 스스로 결정하신 거지만, 내가 드린 말씀도 경청하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남겨진 일기에서 본 ‘아프다’고 하신 허벅지 관절, 그 구절이 내 가슴을 친다.

혹시 나 때문에 평생 그 허벅지 아픔을 짊어지시고 사신 것은 아닌가?

 

아니 이제 영면하셨기 때문에 그 허벅지의 아픔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조문사진3-슬픈표정.jpg
0.07MB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