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체포〉 캔버스에 유채 / 344×253cm / 1620~1621년 제작 / 프라도 미술관 1층 16b실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1599~1641)는 루벤스의 수제자로 안트베르펜에 있던 공방에서 그림을 익혔다.
그는 루벤스가 바쁠 때 스승을 대신하여 공방 일을 건사할 만큼 신임이 두터웠고, 그만큼 실력 또한 출중했다.


루벤스의 추천을 입고, 이탈리아 여행을 하는 동안 재력과 권력을 겸비한 후원자들을 만나면서
초상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된 그는 역시 루벤스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찰스 1세의 궁정화가로 활동했다.


프라도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의 작품들은 초기작으로,
말년의 엄격하고 기품 있는 단정하고 정적인 선과 색을 주로 사용한 그림들과 달리 루벤스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그리스도의 체포〉는 겟세마네에 올랐다가 유다를 대동한 로마 병사들에게 예수가 체포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암흑을 밝히는 횃불 하나가 그림 왼쪽 중앙에 그려져 있다.
이 작은 빛에 노출된 그림 속 인물들의 꿈틀거림은 단번에 루벤스를 연상시킨다.

〈그리스도를 모욕함〉 캔버스에 유채 / 223×196cm / 1618~1620년 제작 / 프라도 미술관 1층 28실


〈그리스도를 모욕함〉에서는 예수가 빌라도의 병사들에게 당하는 모욕을 담고 있다.
성서에 적힌대로 “가시로 왕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린”(《마테오의 복음서》 27장 29절) 예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벤스의 그림 속 남자들처럼 탄탄하고 다부지고 늠름하기까지 한,

소위 아이돌 스타 같은 몸을 자랑한다.

<구리뱀> 캔버스에 유채 / 205×235cm / 1618~1620년 제작 / 프라도 미술관 1층 16b실


〈구리뱀〉 속 다부진 체격의 남자들과 흐트러진 금발의 여인,

과장된 자세와 박진감 넘치는 구도 또한 스승을 닮아 있다.


그림은 《민수기》 21장에 나오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모세를 따라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인들이 힘겨운 여정에 지쳐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자

노한 하나님은 독이 있는 뱀을 풀어 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다.


이에 모세가 간절히 기도하자 하나님은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게 하여라. 그러면 죽지 않으리라”(8절)라고 말했다.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T자형 기둥에 달아, 이들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

구약과 신약의 예표론에 의하면, T자형 십자가에 매달린 구리뱀은 십자가에 처형당한 예수를 예시한다.


이 그림들은 모두 안토니 반 다이크가 스무살 남짓 때 그린 것으로,
당시 마흔을 넘겨 절정에 달한 스승 루벤스의 관록을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모두 섭렵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44XX48100048



해설 김영숙 :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림수다>,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산책> 등 미술관련 서적을 20여 권 저술하여
대중이 미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유쾌하고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엘그레코>가 있으며 현재 국공립단체를 포함하여 여러 곳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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