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락원(同樂園)



관폭루(觀瀑樓)


단체사진




일대문종(一代文宗) 구양수 상



추성부(秋聲賦) / 구양수(歐陽脩)


이 글은 구양수가 52세 때의 가을에 쓸쓸한 바람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감홍을, 직서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동자(童子)와의 대화 형식을 빌려 써낸 것이다.


가을 바람의 처량함과 만물이 조락(凋落)하는 경치를 보고, 자연 현상의 변화와 인간의 생활을 연관시켜

인생(人生)의 덧없음을 안타까운 탄식조로 노래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그의 문장이 쉬우면서도 유창하고, 서술이 섬세한 경향이 잘 나타나 있다.


추성부(秋聲賦)는 아방궁부(阿房宮賦) 로부터 비롯된 '문부(文賦)'를 발전시켜,

송대의 賦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문적인 賦의 양식을 확립한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賦가 물상(物象)을 형용하는 서사(敍事).서경(敍景) 의 문학이라 한다면,

이 추성부(秋聲賦)야말로 참으로 그 특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는 글이라 하겠다.


소리, 색깔, 경치, 감정 등 몇 가지 면에서 묘사와 비유를 가하여 변화가  다양한 가을 경치가 지면에서 배어 나올 듯하다. 

작가는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개라는 면에 착안하여 이를 가을소리, 가을풍경의 통일과 조화 속에 짜 넣었다.


가을소리를 빌려 우주 만물의 쇠락에서 짧은 인생의 비애를 연상한다.

이 부는 산문 같기도 하고 시와 같기도 하다.


늘어놓는 수법, 서정적 필치, 형상적 비유를 통해 가을소리의 묘사는 다채롭고 그윽하게 전개된다. 

그 사이에 동자와의 대화를 끼워 넣어 독자로 하여금 걷잡을 수 없는 신비로운 흥취와 무한한 감개를 느끼게 한다.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 曰:"異哉!"
구양자방야독서, 원유성자서남래자, 송연이청지, 왈 : "이재"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찟 놀라 귀기울이며 들으며 말했다.
"이상하구나!"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如波濤夜驚, 風雨驟至.
초석역이소삽, 홀분등이팽배. 여파도야경, 풍우취지.
처음에는 바스락 바스락 낙엽지고 쓸쓸한 바람부는 소리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고 파도치는 소리같이 변하였다.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데,


其觸於物也, 鏦鏦錚錚, 金鐵皆鳴;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기촉어물야, 총총쟁쟁, 금철개명. 우여부적지병, 함매질주, 불문호령, 단문인마지행성.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대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기도 했다.


予謂童子:"此何聲也?汝出視之." 童子曰:"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여위동자, 차하성야, 여출시지. 동자왈, 성월교결, 명하재천, 사무인성, 성재수간.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네 좀 나가 보아라."
동자가 "달과 별이 밝게 빛나며,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予曰:"唏唏悲哉!此秋聲也, 胡爲而來哉?蓋夫秋之爲狀也;其色慘淡, 煙(雨+非)云斂;
여왈: "희희비재! 차추성야, 호위이래재. 개부추지위상야, 기색참담, 연비운염.
나는 말했다.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구나. 어찌하여 온 것인가?

저 가을의 모습이란, 그 색은 암담하여 안개는 날아가고 구름은 걷힌다.


其容淸明, 天高日晶;其氣慄冽, 砭人肌骨;其意蕭條, 山川寂寥.
기용청명, 천고일정. 기가율렬, 폄인기골. 기의소조, 산천적요.
가을의 모양은 청명하며 하늘은 드높고 태양은 빛난다. 가을의 기운은 살이 저미도록 차가워 피부와 뼛속까지 파고 들며,

가을의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해진다.


故其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豊草綠縟而爭茂, 佳木蔥籠而可悅;
고기위야, 처처절절. 호호분발. 풍초녹욕이쟁무, 가목총농이가열.
그러기에 그 소리가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한 것이다.

풍성한 풀들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울창하게 우거져 볼 만하더니,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其所以摧敗零落者, 乃其一氣之餘烈.
초불지이색변,목조지이엽탈. 기소이최패영낙자, 내기일기지여열.
풀들은 가을이 스쳐가자 누렇게 변하고, 나무는 가을을 만나자 잎이 떨어진다.

그것들이 꺾여지고 시들어 떨어지게 되는 까닭은 바로 한 가을 기운이 남긴 매서움 때문이다.


夫秋, 刑官也, 於時爲陰;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부추, 형관야, 어시위음. 우병상야, 어행위금, 시위천지지의기, 상이숙살이위심.
가을은 형관이요, 때로 치면 음의 때요, 전재의 상이요, 오행의 금에 속한다.

이는 천지간의 정의로운 기운이라 하겠으니, 항상 냉엄하게 초목을 시들어 죽게 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天之於物, 春生秋實.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천지어물, 춘생추실. 고기재낙야. 상성주서방지음, 이칙위칠월지율.
하늘은 만물에 대해 봄에는 나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러므로 음악으로 치면 가을은 상성으로, 서방의 음을 주관하고, 이칙으로 칠월의 음률에 해당한다.


商, 傷也;物旣老而悲傷. 夷, 戮也;物過盛而當殺.
상, 상야. 물기노이비상. 이, 육야. 물과성이당살.
'상(商)'은 '상(傷)'의 뜻이다. 만물이 이미 노쇠하므로 슬프고 마음 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夷)'는 '륙(戮)'의 뜻이니 만물이 성한 때를 지나니 마땅히 죽이게 되는 것이다.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於中, 必搖其精.
차호, 초목무정, 유시표령. 인위동물, 유물지령. 백우감기심, 만사노기형. 유동어중, 필요기정.
아!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도다.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영혼이 있는 존재이다.

온갖 근심이 마음에 느껴지고 만사가 그 육체를 수고롭게 하니, 마음 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리게 된다.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宜其渥然丹者爲槁木,黟然黑者爲星星.
이황사기력지소불급, 우기지지소불능. 의기악연단자위고목,이연흑자위성성.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그 지혜로는 할 수 없는 것까지 근심하게 되어서는,

 마땅히 홍안이 어느 새 마른 나무같이 시들어 버리고 까맣던 머리가 백발이 되어 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奈何以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나하이비금석지질, 욕여초목이쟁영. 염수위지장적, 역하한호추성.
금석같은  바탕도 아니면서 어찌하여 초목과 더불어 번영을 다투려 하는가?

생각건대 누가 저들을 죽이고 해하고 있는가?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한하는가?"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余之歎息.
동자막대, 수두이수. 단문사벽충성즉즉, 여조여지탄식.
동자는 아무 대답없이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다.

다만 사방 벽에서 벌레 우는 소리만 찌륵찌륵 들리는데, 마치 나의 탄식을 돕기나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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