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당(二賢堂)

취옹정 바로 뒤에 이현당(二賢堂)이 있다.



구양수와 왕우칭(王禹稱)


이현당은 북송 소성(紹聖) 2년 (1095년) 구양수(사진 좌측)와

왕우칭(王禹稱: Wang Yu Chen 954~1001)을 기념하기 위하여 추저우 사람들이 세웠다.


구양수 필적 사본과 <구양문충공전집> 등이 전시되어 있다.

벽에는 <취옹정기>와 <붕당론>을 새긴 목판이 게시되어 있다.

취옹정 앞에는 비각들이 여럿 있는데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 들에 의해 크게 훼손된 흔적이 보인다.


왕우칭(王禹稱)은 중국문학사 상, 당대(唐代) 고문운동(古文運動)에서

송대(宋代) 시문혁신운동(詩文革新運動)으로 넘어가는 중간 시기인 북송 초기

문단에서 복고파(復古派)의 주도자이자 송대 시문혁신운동의 선구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문이재도(文以載道)’와 ‘문이명도(文以明道)’의 중간적인 ‘전도이명심(傳道而明心)’를 주장하였고,

당시 문단의 대표적인 폐해였던 ‘구지난도(句之難道), 의지난요(義之難曉)’를 반대하여

‘문종자순(文從字順)’의 측면을 강조하는 문학관을 지녔다. 


왕우칭은 강하고 굽히지 않는 성격과 직설적인 태도로 인하여 관직에 있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산문 중 정론문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정치적 성향이 강하면서 개혁적인 성격이 나타나는 글을 창작하였다.


그리고 문학적으로는 당시 사회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풍자적인 글을 창작하였고,

자신의 감정과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였다.


그는 예술적으로는 대비를 절묘하게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두드러지게 표현하였고,

묘사를 통해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비유를 사용하여 형상화하였고,

전고를 사용하여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고자 하였다.


이런 그의 정치적 성향은 후대의 범중엄이 시도한 경력신정(慶歷新政)에 영향을 주었고,

그의 문학관은 후대의 구양수가 주도하였던 시문혁신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寒食(한식) / 王禹稱(왕우칭)


今年寒食在商山(금년한식재상산) : 금년 한식을 상산에서 지내노라니
山里風光亦可怜(산리풍광역가령) : 산속의 풍광은 더욱 아름답구나
稚子就花拈蛺蝶(치자취화념협접) : 철없는 아이들 나비를 잡느라고 꽃에게 다가가고
人家依樹系秋千(인가의수계추천) : 여염집 큰 나무 아래엔 그네가 매였구나


郊原曉綠初經雨(교원효록초경우) : 이른 아침 내린 비로 교외의 풀은 더 푸르고
巷陌春陰乍禁煙(항맥춘음사금연) : 봄철 흐린날 저자거리에 밥 짓는 연기 잠시 끊어졌네.
副使官閒莫惆悵(부사관한막추창) : 부사 벼슬이 한가롭다고 한탄하지 말자
酒錢猶有撰碑錢(주전유유찬비전) : 비문 지어주고 받은 술값 아직도 남아있나니.


王禹稱(왕우칭)의 '어느 한식날'
왕우칭은 북송 초기의 사람으로, 태종의 노여움을 사서 상주의 부사로 쫓겨났다.

그 시절 한식을 맞아 쓴 시다.


한가롭고 아름다운 시골의 봄풍경을 네 가지 핀셋으로 콕 집어냈다.

나비를 잡으려 살며시 다가가는 아이, 집안 마당에 있는 나무에 매어놓은 그네, 첫비를 살짝 맞은 풀빛,

그리고 한식이라 밥을 짓지않아 연기가 끊긴 마을의 산그늘.


쓸쓸한 시절엔 아름다움이 더욱 사무치는 법인가.

그렇게 가만히 풍경을 읊은 뒤 신세한탄이 나오려고 하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얼굴 좀 펴게. 어제 동네사람 비석 세우는데 글을 써주고 받은 돈으로 술 한 잔 하면 되지 않는가.

한식인지라 더운밥은 못 먹지만, 대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술을 먹여주니 고마운 일 아닌가. 

村行(촌행) - 시골길 / 王禹稱(왕우칭)


馬穿山徑菊初黃(마천산경국초황) : 말 타고 산길을 가니 국화가 이제 누렇게 피고
信馬悠悠野興長(신마유유야흥장) : 유유히 말 가는대로 길을 맡기니 시골 흥취가 풍긴다
萬壑有聲含晚籟(만학유성함만뢰) : 골짜마다 소리가 들리니 저녁이 오는 소리
數峰無語立斜陽(수봉무어립사양) : 말 없는 산 봉우리 몇 개가 석양 아래 서있구나


棠梨葉落胭脂色(당리엽락연지색) : 팥배나무잎은 연지빛으로 물들어 떨어지고
蕎麥花開白雪香(교맥화개백설향) : 메밀꽃은 흰 눈처럼 피어 향기롭구나
何事吟餘忽惆悵(하사음여홀추창) : 무슨 일로 읊고난 뒤 갑자기 서글퍼 지다니
村橋原樹似吾鄉(촌교원수사오향) : 시골 다리와 들판의 나무들이 내 고향 같구나


春居雜興(춘거잡흥) 其一 / 王禹稱(왕우칭)

兩株桃杏映篱斜(양주도행영리사) : 복숭아 살구나무 두 그루 울타리에 드리워져
妝點商山副使家(장점상산부사가) : 商山 부사집을 장식하네
何事春風容不得(하사춘풍용부득) : 봄바람은 무슨 일로 장식을 허락하지 않는지
和鶯吹折數枝花(화앵취절수지화) : 불어와서 매화가지 부러뜨리고 새는 날려 버리네.


春居雜興(춘거잡흥) 其二 / 王禹稱(왕우칭)

春云如獸复如禽(춘운여수복여금) : 봄 구름은 짐승 같기도 하고 새 모양 같기도 하다
日照風吹淺又深(일조풍취천우심) : 해가 비치고 바람이 불면 옅어졌다가 다시 짙어지고
誰道無心便容与(수도무심편용여) : 누군가 말했지 물욕이 없이 한가롭고 편안한 것 같다고
亦同翻覆小人心(역동번복소인심) : 또 소인의 마음이 이리 저리 뒤집혀 바뀌는것과 같다고






취적청향(翠積淸香)

정자 뒷편에 고매정으로 이어지는 담장에 "취적청향(翠積淸香)"과 "한류소영(寒流疎影)" 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한류소영(寒流疎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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