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長江)과 착월대(捉月臺)   동영상 출처: EBS
임종가(臨終歌) / 李白 

大鵬飛兮振八裔(대붕비혜진팔예) 온 천지 진동시키며 날던 대붕이 中天儶兮力不濟(중천최혜력부제) 하늘 중간에서 날개가 꺽였구나 余風激兮萬世(여풍격혜만세) 그 바람이 오랜 세월 동안 일렁이고 遊扶桑兮掛左襼(유부상혜괘좌예) 부상에서 노닐다가 옷소매가 걸리었다 後人得之傳此(후인득지전차) 후세 사람들이 이를 알고 전한다 해도 仲尼亡兮誰爲出涕(중니망혜수위출체) 공자가 이 세상 뜬 이후이니 누가 눈물 흘려줄꼬

- 대붕(大鵬): 붕의 날개가 몇 천 리에 이른다는 새
- 부상(扶桑): 중국 전설에서 해가 뜨는 동쪽바다 속에 있다고 하는 상상의 나무
이태백은 임종시에도 장자의 대붕을 떠올렸으며, 자신과 대붕을 동일시 했다.
부상에서 노닐다가 옷소매가 걸리었다는 부분에서는 대붕이 장삼을 입은 이백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백은 이처럼 대붕을 꿈꾸었다. 

월하독작(月下獨酌) / 李白

[1]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활짝 핀 꽃 속에서 술 단지 곁에 두고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짝도 없이 홀로 술을 마신다.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부르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달과 나와 그림자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달은 원래 술을 못하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나를 따를 뿐이네.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나마 달과 내 그림자 함께 벗 삼아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봄이 다가기 전 함께 즐긴다. 我歌月俳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주위에서 서성이고, 我舞影零亂(아무영영란)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취하기 전에는 함께 즐겁게 놀고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한 후에는 각자 흩어져 가세.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영원히 걸림 없는 교유를 맺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리. [2] 天若不愛酒(천약불애주)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酒星不在天(주성부재천) 하늘에 주성(酒星)이 어찌 있으며 地若不愛酒(지약불애주)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땅에 어이 주천(酒泉)이 있으랴. 天地旣愛酒(천지기애주)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였거니 愛酒不愧天(애주불괴천) 술을 사랑함이 어찌 하늘에 부끄러우리.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듣기로 맑은 술은 성인에 비하고 復道濁如賢(복도탁여현) 또한 탁주는 현인과 같다 하였네. 聖賢旣已飮(성현기이음) 성현을 이미 몸속으로 마셨거늘 何必求神仙(하필구신선) 구태여 신선이 되길 원하랴. 三杯通大道(삼배통대도)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하고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가 된다. 但得酒中趣(단득주중취) 다만 술 마시고 얻은 즐거움이니 勿爲醒者傳(물위성자전) 깨어 있는 자에게 전할게 뭐랴. [3] 三月咸陽城(삼월함양성) 삼월의 함양성은 千花晝如錦(천화주여금) 온갖 꽃이 다 피어 비단 같구나. 誰能春獨愁(수능천독수) 누가 봄에 홀로 수심에만 잠기랴 對此徑須飮(대차경수음) 봄이라면 술잔을 마땅히 들지. 窮通與修短(궁통여수단) 인간세상 빈부와 길고 짧음은 造化夙所稟(조화숙소품) 일찍이 조화로 정해졌느니 一樽齊死生(일준제사생) 한 동이 술로 생사가 덧없고 萬事固難審(만사고난심) 인생 만사 가리기는 어렵기만 하네. 醉後失天地(취후실천지) 취하면 온 세상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올연취고침) 쓰러져 홀로 자면 되지. 不知有吾身(부지유오신) 내 몸이 있는 줄을 나도 모르니 此樂最爲甚(차락최위심) 이보다한 즐거움이 더 있을쏜가. [4] 窮愁千萬端(궁수천만단) 답답한 수심 천만갈래니 美酒三百杯(미주삼백배) 맛있는 술 한없이 마시리 愁多酒雖少(수다주수소) 수심은 많고 술은 비록 적으나 酒傾愁不來(주경수부래) 술잔을 기울이니 수심이 사라지네. 所以知酒聖(소이지주성) 술이 좋은 것이라는 까닭을 이제야 알겠노라. 酒酣心自開(주감심자개) 술이 거나하면 마음은 절로 열리는 것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수양산에 누워 조를 사양한 백이숙제, 屢空飢顔回(루공기안회) 쌀뒤주가 노상 비어 주렸다던 안회 當代不樂飮(당대불락음) 모두 당대에 즐겨 마시지 못하였나니 虛名安用哉(허명안용재) 후세의 헛된 이름 무슨 소용 있는가. 蟹螯卽金液(해오즉금액) 게 가제 안주가 바로 신선의 선약이요 糟丘是蓬萊(조구시봉래) 쌓인 술지게미 봉래산이로다. 且須飮美酒(차수음미주) 이제 마냥 좋은 술 마시고 乘月醉高臺(승월취고대) 높은 대 위에 올라 달과 함께 취하리.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즉 「월하독작」은 전체 4수로 이루어진 연작시이며, 오언고시(五言古詩)의 형태이다.

이 시는 시인이 당나라 수도인 장안(長安)에 머물 때 지었다.


이백은 40여 세가 되서야 간신히 장안에서 관직을 얻어 황제 현종의 주변에서 머물게 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는 없었다.


정치적 타격을 받아 1년 반 동안의 관직생활을 마치게 되자 그의 심정은 우울하고 괴로웠다.

이렇듯 이백이 침울하고 고독한 가운데 이 시를 지었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런 심정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이백은 ‘술’과 ‘달’을 빌어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 시를 지었기에, 시 자체는 오히려 호방하고 신비롭다.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월하독작)」은 술을 통하여 달과 어울리는 환상을 그려내며,

술의 별과 술의 샘을 이용하여 술을 칭송하고, 술을 통하여 인생의 즐거움을 얻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하기에 역시 이백을 ‘주선(酒仙)’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술은 이백에게 있어서 중요한 소재이다.

그러므로 후대의 초상화 역시 술에 취한 이백의 모습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백에게 있어서 술은 사실상 근심을 녹이는 영약으로 술을 통하여 자신의 근심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이백은 내심의 고통을 술로써 해소하고자 했을 뿐이며, 사실상 시에 나타난 즐거움은 단지 근심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월하독작」에서 표면적으로 술을 통한 즐거움을 표현하며 근심을 감추고 있지만, 전부 다 그렇지는 않다.


시인도 인간이기에 불현듯이 혹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근심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백의 시 중에서 술과 관련된 대표적인 시 「장진주(將進酒, 将进酒)」의 마지막에서

“그대와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녹이고자 하노라.(與爾同銷萬古愁)”라고 했던 것처럼 「월하독작」의 네 번째 시에서는

“근심이 많고 술이 비록 적지만, 술을 기울이면 근심은 다시 오지 않는다네.(愁多酒雖少, 酒傾愁不來)”라고 말하고 있다.


첫 번째 시는 혼자 술을 마시지만, 달과 그림자를 의인화시켜 자신까지 세 사람으로 만들고는

이들과 함께 술 마시는 장면을 묘사하여 매우 신비하고 낭만적이다.


그러나 비록 달과 그림자를 벗하지만 사실상 혼자 마시는 것 자체는 외로운 일이며,

사실상 이백은 이들을 빌어 근심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이백은 취한 후에는 서로 흩어져버린다고 은근하게 자신의 고독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영원한 교유를 맺길 원하지만, 사실상 이는 그저 기약할 뿐이므로 역시 쓸쓸한 심정이 배어 있다.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잔을 들어 달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었네.


「월하독작」의 첫 번째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홀로 술이 마시는 시인은 달을 불러들여 벗하며,

또 달을 통해 다시 그림자를 만들어 자신과 함께 세 사람으로 의인화시켜 함께 술을 마신다.

이 구절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구상으로 역시 이백의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두 번째 시는 소위 애주가의 궤변이자 술의 덕을 찬양하는 주덕송(酒德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백은 술을 마시는 이유를 하늘에 있는 술 별(酒星)과 땅에 있는 샘(酒泉)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이를 빌어 술을 좋아하는 것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고 하니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성현들도 술을 좋아했으니 자신이 술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신선이 되길 노력하는 것이 술을 마시는 것만 못하다고 재차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다음에는 한층 더 나아가 술을 마시는 것은 큰 이치를 깨닫는 것과 같으며,

심지어는 자연과 합치된다고 하니 가히 술에 대한 최대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인이 말하는 ‘술 마시는 흥취’는 단순히 술에 취한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그의 당시의 정치적 타격을 생각한다면, 이 흥취는 형언할 수 없는 근심을 가린 흥취인 것이다.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천약불애주,주성부재천)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없었을 것이네.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지약불애주,지응무주천)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응당 주천(酒泉)이 없었을 것이네.


「월하독작」의 두 번째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술을 좋아하는 시인은 스스로 술을 사랑하는 이유를 하늘에 있는 술, 별과 땅에 있는 술 샘을 이용하며 설명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애주(愛酒)의 변(辯)이 논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 혹 술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백의 특이한 상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늘과 땅에 술을 뜻하는 글자를 가진 별과 땅 이름이 있으니,

하늘과 땅도 술을 좋아함이 틀림없기에 술을 마시는 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별 이름이나 땅 이름은 말할 것 없이 인간이 붙였겠지만 시인은 짐짓 모른 체한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도 청주를 성인에 비기고 막걸리를 현인이라 하니,

청주와 탁주를 모두 마신 나라 따로 신선을 구하려고 애쓸 것이 무언가 바로 내가 신선인데.

술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하고 술 한 말이면 자연에 합치되는 것이라,


다만 술 마시고 느끼는 흥취를 얻으면 되나니 이 취중취를 술 못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알려주지 말지니라.

그들이 이 맛을 알게 되면 세상의 술이 동이 날 것이 아닌가,

또 주중취란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소중한 것이다.


하루에 3백 잔 술을 마셔야 성이 차고, 임금이 불러도

“저는 酒中仙(주중선, 술 속의 신선 곧 술로 속세의 일을 잊고 사는 사람)입니다.” 하고 가지 않은 이백이니,

이러한 작품이 나올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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