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은 소년 시절에 이미 시를 지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성격은 활달하였다.

깊은 학식과 검술를 갖춘 이백은 정치에 뜻을 두었으나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시인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어느 날, 현종은 이백을 불러서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였다.

"벼슬 한 자리 내리시려나 ?"
이백은 가슴이 부풀었으나,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잔치 때, 짐 곁에서 시나 좀 지어 주고 지내시오."
그것은 궁정 시인이 되라는 부탁이었다.


이백은 궁정에서 시를 짓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이나 마시면서 지냈다. 

'아 ! 고향에 가고 싶구나.'


이백은 궁정 생활이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하루는 이백이 궁궐을 빠져나와 번화가의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술에 잔뜩 취했을 때, 이 무렵의 명가수인 이귀년이 찾아왔다.


"폐하께서 시를 지으시라 하오.그것을 내가 불러야 하는데………."
이귀년은 술이 곤드레 만드레 취한 이백을 들쳐 업고 궁궐로 돌아갔다.

당시 궁중 실력자이던 환관 고력사(高力士)가 이백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백의 신발을 벗기는 고력사(高力士)


당나라 현종은 흥경궁 공원에서 붉은빛, 자줏빛, 분홍빛, 새하얀 빛의 모란이 만발한 침향정(沈香亭)가에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양귀비(楊貴妃)와 빠져 지냈다.


양귀비와 술을 마시며 모란을 감상하던 현종이 갑자기 한림학사(翰林學士) 이백(李白)을 불러오라 명한다.

공교롭게도 이백은 잔뜩 취해 있다.


황제 앞에 불려 와서도 여전히 취한 상태다.

현종은 그를 곁으로 올라오게 한다.


"내 신, 신 좀 벗겨."
이백은 당대 궁중의 실력자 환관 고력사에게 발을 내밀었다.


황제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고력사이건만 무릎을 꿇고 이백의 신발을 벗겨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노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술만 안취했으면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찬물을 얼굴에 뿜어도 이백은 술이 깨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이백에게 현종이 어서 시를 지으라고 재촉한다.

붓을 집어든 이백은 일필휘지로 시를 써 내려간다.


바로 청평조사(淸平調詞) 3수이다.

이귀년은 그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


양귀비를 선녀에 비유한 뒤,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꽃(모란)과 미인(양귀비) 덕분에

온갖 근심을 날리고 침향정 난간에 기대어 웃음 짓는 군왕(현종)을 노래했다.


하지만 현종과 양귀비를 모두 만족시킨 이 시가 뜻밖에도 화근이 될 줄이야!

조비연(趙飛燕)도 양귀비보다 못할 거라는 구절이 문제였다.


한나라 성제(成帝)의 황후였던 조비연은 왕실을 망가뜨린 악녀의 전형이다.

물론 이백은 조비연을 미인의 대표 격으로 인용했지만,

무릎 꿇고 이백의 신발을 벗겨야 했던 고력사가 이 구절을 트집 잡아 양귀비에게 참소한다.


"이백은 귀비를 한나라 성제의 총희인 조비연에 비유하여 비난하고 있습니다."
양귀비는 이 말을 듣고 이백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종은 이백에게 궁을 떠날 것을 명한다.

〈청평조의 가사〉에는 사실 양귀비를 비난하는 내용이 숨겨져 있었다.


이 시는 이백의 명작이다.

이백은 스스로를 ‘술에 취한 신선’이라고 했다.


이백은 청평조사에서 ‘경국(傾國)’이라는 말로 미인을 표현했다.

경국이란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미모, 황제가 미혹되어 나라의 위기조차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 말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미인에겐 죄가 없다.

미혹된 황제가 죄인일 뿐. 현종도 그리고 태종도 자신의 갖가지 욕망 앞에서 무너졌다.

그들의 진짜 죄는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은 죄다.


淸平調詞 -1  청평조(淸平調)라는 음악의 곡조에 맞추어 지은 가사(歌詞)라는 뜻


雲想衣裳花想容 운상의상화상용
春風拂檻露華濃 춘풍불함노화농
若非群玉山頭見 약비군옥산두견
會向瑤臺月下逢 회향요대월하봉

구름은 옷을 꽃은 얼굴을 생각하게 하고
봄바람은 난간을 스치고 꽃에 맺힌 이슬은 짙게 영그네.
만일 군옥산 머리에서 본 님이 아니라면
필시 달 밝은 요대에서 만난 님이 틀림없네.


淸平調詞 -2 


一枝濃艶露凝香 일지농염노응향
雲雨巫山枉斷腸 운우무산왕단장
借問漢宮誰得似 차문한궁수득사
可憐飛燕倚新粧 가련비연의신장

한가지 농염한 모란꽃에 엉긴 이슬 향기
무산의 구름비 하염없는 단장의 슬픔이여.
한나라 궁중의 누구와 비할소냐.
조비연이 산뜻이 단장하여 아리땁구나.


淸平調詞 -3   


名花傾國兩相歡 명화경국양상환
常得君王帶笑看 상득군왕대소간
解釋春風無限恨 해석춘풍무한한
沈香亭北倚欄干 침향정북의란간

모란꽃과 경국지색 서로 반기니
왕은 웃음 띄우고 바라보네.
봄바람에 끝없는 한을 풀어 녹일 때
미인은 침향정 북쪽 난간잡고 기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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