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묘(李白墓)


이백 묘원에서 우리를 먼저 맞은 것은 높이 11미터의 거대한 패방이다.

일종의 대문인 셈인데 4주3문(四柱三門)으로 된 전형적인 휘주식 패방이다.

 

시선성경(詩仙聖境)


패방 전면에는 저명한 현대서예가 계공(啓功, 치궁)의 글씨로 시선성경(詩仙聖境) 시선,

즉 이백이 잠든 성스러운 경내라 쓰여 있다.

 

 

 

 

 

천고풍류(千古風流) 영원한 풍류라는 뜻. 초서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임산지(林散之, 린싼스)의 글씨이다.


 

 

거배요월(擧杯邀月) 술잔을 들어 달을 맞이하다.


이백은 실로 술과 달의 시인이었다.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서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 울분을 술로 달래었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인간 세상에 환멸을 느낀 그는 천상에 있는 달을 친구로 삼았다.


그러므로 술과 달을 뻬고는 이백의 시를 이해할 수 없다.

술잔을 높이 들고 하늘의 달을 바라보는 이 소상은 그러한 이백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거배요월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월하독작(月下獨酌)> 제1수에서 따온 말이다.


 

청련지(靑蓮池) 이백의 묘원 안에 있는 연못이다.


이백의 호 청련거사(靑蓮居士)에서 이름을 딴 연못으로 연꽃을 많이 심어 놓았다.

또 착월교(捉月橋)라는 다리도 만들어 놓았다.


착월(捉月)이란 '달을 잡는다'는 뜻인데,

이백이 강물 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 물로 뛰어들어가 죽었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다리이다.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舉杯邀明月(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既不解飮(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行樂需及春(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我舞影零亂(아무영영란)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리니,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 길이 맺어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작품 배경

이 시들은 시인의 특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여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술을 주제로 하고 있다.

달 아래서 꽃을 벗하며 홀로 술을 마시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러나 이 시들에는 시인의 근심이 숨겨져 있다.

이 시는 당시 정치적 타격으로 실의에 빠진 시인이 자신의 근심을 해소하고자 지은 것이다.


이백은 〈월하독작〉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4수의 시를 지었는데, 위의 시는 제1수이다.

제목은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라는 뜻으로, 시의 형식은 오언고시(五言古詩)이다.


봄밤에 달과 그림자를 벗삼아 술을 마시는 시인은 낭만적 정취에 젖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기(知己)를 만나지 못하여 홀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아득한 은하(銀河)에서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바람에서는 초탈을 구하는 마음이 읽혀진다.

첫구의 '화간일호주(花間一壺酒)'는 '화하일호주(花下一壺酒)' 또는 '화전일호주(花前一壺酒)'라고도 한다.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즉 「월하독작」은 전체 4수로 이루어진 연작시이며,

오언고시(五言古詩)의 형태이다.


이 시는 시인이 당나라 수도인 장안(長安)에 머물 때 지었다.

이백은 40여 세가 되서야 간신히 장안에서 관직을 얻어 황제 현종의 주변에서 머물게 되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는 없었다.


정치적 타격을 받아 1년 반 동안의 관직생활을 마치게 되자 그의 심정은 우울하고 괴로웠다.

이렇듯 이백이 침울하고 고독한 가운데 이 시를 지었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런 심정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이백은 ‘술’과 ‘달’을 빌어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 시를 지었기에, 시 자체는 오히려 호방하고 신비롭다.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월하독작)」은 술을 통하여 달과 어울리는 환상을 그려내며,

술의 별과 술의 샘을 이용하여 술을 칭송하고, 술을 통하여 인생의 즐거움을 얻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하기에 역시 이백을 ‘주선(酒仙)’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술은 이백에게 있어서 중요한 소재이다.

그러므로 후대의 초상화 역시 술에 취한 이백의 모습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백에게 있어서 술은 사실상 근심을 녹이는 영약으로 술을 통하여 자신의 근심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이백은 내심의 고통을 술로써 해소하고자 했을 뿐이며, 사실상 시에 나타난 즐거움은 단지 근심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월하독작」에서 표면적으로 술을 통한 즐거움을 표현하며 근심을 감추고 있지만, 전부 다 그렇지는 않다.


시인도 인간이기에 불현듯이 혹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근심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백의 시 중에서 술과 관련된 대표적인 시 「장진주(將進酒, 将进酒)」의 마지막에서

“그대와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녹이고자 하노라.(與爾同銷萬古愁)”라고 했던 것처럼

「월하독작」의 네 번째 시에서는 “근심이 많고 술이 비록 적지만, 술을 기울이면 근심은 다시 오지 않는다네.

(愁多酒雖少, 酒傾愁不來)”라고 말하고 있다.


작품원문 및 해설

전체 4수로 이루어진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월하독작)」는 모두 상상력이 풍부한 낭만적인 시이다.

이중에서 가장 인구에 회자하는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이다.

 

(제1수)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客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꽃 사이에서 놓인 술 한 단지, 아는 사람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달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네.
달은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르는구나.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즐겁기가 모름지기 봄이 된 듯한데.
내가 노래하니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가 어지럽게 오가는구나.
술 깨었을 때는 함께 즐거움을 누리지만, 취한 후에는 각자 흩어지니.
영원히 정이 끊어지지 않는 교유를 맺으며, 저 멀리 은하수 저편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리.


첫 번째 시는 혼자 술을 마시지만, 달과 그림자를 의인화시켜 자신까지 세 사람으로 만들고는

이들과 함께 술 마시는 장면을 묘사하여 매우 신비하고 낭만적이다.


그러나 비록 달과 그림자를 벗하지만 사실상 혼자 마시는 것 자체는 외로운 일이며,

사실상 이백은 이들을 빌어 근심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이백은 취한 후에는 서로 흩어져버린다고 은근하게 자신의 고독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영원한 교유를 맺길 원하지만, 사실상 이는 그저 기약할 뿐이므로 역시 쓸쓸한 심정이 배어 있다.

 

(제2수)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比聖, 復道濁爲賢.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없었을 것이고.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응당 주천(酒泉)이 없었겠지.
천지가 원래부터 술을 사랑했으니, 술 사랑하는 것 하늘에 부끄러울 것 없으리.
듣자하니 청주는 성인에 비견할 만하고, 또한 탁주는 현자와 같다하네.
성현들도 원래부터 이미 마셨거늘, 굳이 신선이 되길 바랄 것이 있겠는가?
세 잔을 마시면 큰 도와 통하고, 한 말을 마시면 자연과 합해지니.
술 마시는 흥취를 알면 될 뿐, 깨어있는 사람에게는 알려주지 말게나.


두 번째 시는 소위 애주가의 궤변이자 술의 덕을 찬양하는 주덕송(酒德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백은 술을 마시는 이유를 하늘에 있는 술 별(酒星)과 땅에 있는 샘(酒泉)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이를 빌어 술을 좋아하는 것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고 하니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성현들도 술을 좋아했으니 자신이 술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신선이 되길 노력하는 것이 술을 마시는 것만 못하다고 재차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다음에는 한층 더 나아가 술을 마시는 것은 큰 이치를 깨닫는 것과 같으며,

심지어는 자연과 합치된다고 하니 가히 술에 대한 최대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인이 말하는 ‘술 마시는 흥취’는 단순히 술에 취한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그의 당시의 정치적 타격을 생각한다면, 이 흥취는 형언할 수 없는 근심을 가린 흥취인 것이다.

 

작품 속의 명문장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잔을 들어 달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었네.


「월하독작」의 첫 번째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홀로 술이 마시는 시인은 달을 불러들여 벗하며, 또 달을 통해 다시 그림자를 만들어 자신과 함께 세 사람으로 의인화시켜 함께 술을 마신다.

이 구절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구상으로 역시 이백의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없었을 것이네.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응당 주천(酒泉)이 없었을 것이네.


「월하독작」의 두 번째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술을 좋아하는 시인은 스스로 술을 사랑하는 이유를 하늘에 있는 술, 별과 땅에 있는 술 샘을 이용하며 설명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애주(愛酒)의 변(辯)이 논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 혹 술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백의 특이한 상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태백비림(太白碑林) 곽말약(郭沫若) 書


태백비림에는 당대 저명 서예가와 유명 인사 107명의 글씨가 각각 흑색 화강암에 석각되어 있다.

모택동, 곽말약(郭沫若, 궈모뤄) 노신(魯迅, 루쉰), 우우임(于佑任, 위여우런), 임산지, 계공 등의 글씨가 전시되어 있다.


내용은 대부분 이백의 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모택동의 글씨가 먼저 눈에 띄었다.

모택동은 특유의 초서로 이백의 유명한 시 야박우저회고(夜泊牛渚懷古)를 써 놓았다.

 

 

 

 

 

 

 

태백사(太白祠) 임산지의 글씨. 이백의 사당으로 안에 칼을 찬 이백의 소상과 유명한 '송비'가 있다.

 

詩無敵(시무적) : 두보가 이백을 두고 처음으로 쓴 말. 시로는 이백을 당할 자가 없다. 천하무적이다.

 

이백 묘


비석 덮개 위의 동그란 조형물은 돈을 상징하는 엽전이다.

이 돈으로 좋아하는 술을 사서 실컷 마시라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