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인 함석헌 평전/[13장] 동서양 고전 넘나들며 통섭하다

2013/02/12 08:00 김삼웅

 

 

마하트마 간디

함석헌이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인물은 한 둘이 아니었다. 신앙의 대상이 있었고, 역사관과 철학사상의 가르침도 있었다. 국내 인물로는 안창호ㆍ조만식ㆍ이승훈을 존경하고 유영모와 김교신과는 스승이고 친구의 ‘사우(師友)’ 관계였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함석헌이 으뜸으로 존경하는 대상이다. 간디는 함석헌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존경한다. 그런데 함석헌의 간디 존경은 남달랐다. 여러 차례 그와 관련 글을 쓰고, 자서전을 번역하고, 인도를 방문하여 그의 생가와 기념관 등을 찾았다. 간디는 함석헌의 멘토였다.

함석헌은 3ㆍ1운동 뒤 인도에서 사챠그라하운동을 벌일 때 간디를 처음 알았다.
그리고 로망로랑의 <간디전>을 읽었다. 일본 유학시절에는 일본어로 번역된 간디 관련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간디에 관한 글을 쓴 것은 <사상계> 1965년 4월호였다. <사상계>는 “위기를 이겨낸 인간상”을 특집으로 꾸미면서 함석헌은 <간디의 참 모습>을 썼다. 부제 “죽음을 이겨낸 간디는 목적보다도 수단의 옳음을 외쳤다”에 이 글의 올갱이가 담겼다고 하겠다.

함석헌은 간디가 죽은 1월 30일, 글 쓴 날로부터 17년 전, 1948년 간디가 세상을 떠난 날에 맞추어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띠엄 띠엄 소개한다.

 

“간디의 일생은 파란많은 일생이요, 그의 남겨 놓은 공적도 가지가지로 많습니다. 그것은 마치 히말라야 같이 자꾸만 올라가는 길세요. 올라갈수록 더 험하고 험할수록 그 보여주는 시야가 더 넓습니다. 그것은 운명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확실히 하나님의 섭리를 믿었습니다.”

“행동의 사람인 그는 자연 용기를 귀히 알았습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비겁이었습니다. 그는 비겁을 첫째 죄악으로 알았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불살생, 비폭력을 절대 주장하는 그러면서도 대적을 미워함 없이 죽을 각오로 대할 실력이 없거든 차라리 폭력을 써서라도 힘껏 대적해 싸우다 죽을지언정 구차하게 살려고 도망가거나 빌붙지 말라고 합니다.”

“그 다음 겸손입니다. 모든 위대한 인격이 다 그러한 것 같이, 이도 모순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자신(自信)으로 하면 그렇게 자신이 강한 사람이 없건만 그러면서도 또 지극히 겸손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 중의 하나는 “수단이 옳아야 옳다”는 것입니다. 일반 세상에서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목적이 옳으면 수단도 저절로 옳은 것이 된다” 하는 것이 그 정신입니다. 그러나 간디는 분명히, 절대적으로 주장합니다. 목적이 문제 아니라 수단이야말로 문제라고. 그리고 실제로 술책을 쓰지 않고 참대로 하면 일은 실패되는 것만 같지만 사실로는 그것이 이기는 길이요.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칠조차도 그 죽음 앞에 절하고 조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처칠이 무엇입니까? 무너져가는 대영제국의 마지막 충신이었고, 역사의 쓰레기통에 들어가려는 폭력주의의 낡은 정치사상의 한 개 상징입니다. 그 처칠은 일찍이 간디가 원탁회의를 하기 위해 런던에 갈 때 “그 반 나체의 비렁벙이 중놈”을 어찌 우리 폐하의 어전에 서게 하느냐고 약이 올라 반대했고, 2차 대전 때에 인도는 절대로 독립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간디를 잡아 감옥에 넣도록 지시했던 사람입니다.”

“처칠은 물론 위대합니다. 그러나 간디는 더 위대합니다. 사람들이 처칠은 잊을 날이 올 것입니다. 간디를 잊을 날은 없을 것입니다. 간디는 무엇으로 죽음을 이겼습니까? 그것은 믿음으로 이겼습니다.”
(주석 14)

제71호(1978년2월호)

함석헌은 <사상계> 1961년 2월호에 <간디의 길>, 서울대 가정대 <아람> 제2호에 <새 인도와 간디>를 쓰고, <씨알의 소리> 1976년 10월호에 “내가 존경하는 인물”을 특집으로 준비했다. 김성식의 <인물보다 업적을>, 함석헌의 <마하트마 간디>, 윤태림의 <윌리암 어네스트 하킴>, 송건호의 <서재필>, 전경연의 <옷도 A. 피터 선생>이 특집의 줄기였다.
<씨알의 소리> 1978년 2월호에는 “간디 서거 30주기 추모” 특집으로 <그는 어떻게 마하트마가 되었을까>(김동길), <간디가 던진 문제>(안병무)를 싣고, 같은 해 11월호에는 간디의 <비폭력의 원리>(이상진 역), 1979년 7월호에는 <간디의 평화단 운동>을 직접 번역하여 게재하는 등 간디에 대한 연구와 존경심을 계속하였다.



주석
14> <사상계>, 1965년 4월호, 234~240쪽, 발췌.

 

 


02.jpg
0.21MB
01.jpg
0.06MB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