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인 함석헌 평전/[6장] 오산고보 교사 10년 ‘조선역사’ 쓰고 옥고
2012/12/20 08:00 김삼웅
함석헌은 해방을 맞아 이 책을 펴내게 된 사연도 적었다.
그가 소련군에 피체되어 북한에 억류중일 때 먼저 내려온 친구 노평구가 묵은 잡지에서 어렵게 원고를 찾아서 자기가 내는 <성서연구>에 다시 연재를 하고, 이것이 마치면서 단행본으로 내게 되었음을 밝힌다. 함석헌의 서문은 이어진다.
골방에서 무릎을 겯고 앉아 친구들에게 이야기로 한 그대로를 다듬지도 못하고 일반 세상에 내어놓은 저자의 맘은 부끄럽고 두려울 뿐 아니라 차라리 설음을 금할 수 없다. 본래 이것은 자신 홀로의 탄식이며 반성이요, 친구에게 하는 위로며 권면이다. 우리의 기도요 신앙이지, 역사연구가 아니다. 형산(荊山)에서 박옥(璞玉)을 얻은 자 같이 다듬을 겨를도 없이 내어놓는다고 하기는 하면서도 될 수 있다면 ‘고난의 역사’를 연구해 보자고 뜻만은 먹었다. (주석 10)
함석헌은 해방 뒤의 혼란과 자신의 투옥 등으로 원고를 보완하지 못한 사정을 밝히면서 책의 제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서적 입장에서 본’ 이라는 말이 일반 독자에게 걸림이 될 듯하니 빼면 어떨가 하는 의견이 잠깐 나왔으나 그것은 사슴에게서 뿔을 제하는 일과 같아서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이 글이 이 글이 된 소이는 성서적 입장인 데 있다. 저자의 생각으로는 성서 입장에서도 역사를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 입장에서만 역사는 쓸 수 있다. 엄정한 의미의 역사철학은 성서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희랍에도 없고 동양에도 없다. 역사는 시간을 인격적으로 보는 이 성서의 입장에서만 성립이 된다. (주석 11)
함석헌은 1962년 3월 “사슴에서 뿔을 제하는” 격의 ‘성서적 입장’을 빼고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개재, 대폭 보완하여 재출간하였다. 초판 출간이 그의 표현대로 ‘박옥’이었다면, 개재 증보의 신간본은 ‘금옥(金玉)’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해방 뒤 역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저술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책과 관련해서는 뒤에 다시 쓰겠다. 그는 민족사의 어둠이 짙던 시대 민족사관과 식민사관이 부딪히던 1930년대에 ‘씨알사관’을 바탕으로 하는 독특한 민중의 고난을 중심으로 하는 이 책을 저술하였다.
주석
10> 앞의 책, 2쪽.
11> 앞의 책, 3쪽.
그가 소련군에 피체되어 북한에 억류중일 때 먼저 내려온 친구 노평구가 묵은 잡지에서 어렵게 원고를 찾아서 자기가 내는 <성서연구>에 다시 연재를 하고, 이것이 마치면서 단행본으로 내게 되었음을 밝힌다. 함석헌의 서문은 이어진다.
골방에서 무릎을 겯고 앉아 친구들에게 이야기로 한 그대로를 다듬지도 못하고 일반 세상에 내어놓은 저자의 맘은 부끄럽고 두려울 뿐 아니라 차라리 설음을 금할 수 없다. 본래 이것은 자신 홀로의 탄식이며 반성이요, 친구에게 하는 위로며 권면이다. 우리의 기도요 신앙이지, 역사연구가 아니다. 형산(荊山)에서 박옥(璞玉)을 얻은 자 같이 다듬을 겨를도 없이 내어놓는다고 하기는 하면서도 될 수 있다면 ‘고난의 역사’를 연구해 보자고 뜻만은 먹었다. (주석 10)
함석헌은 해방 뒤의 혼란과 자신의 투옥 등으로 원고를 보완하지 못한 사정을 밝히면서 책의 제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서적 입장에서 본’ 이라는 말이 일반 독자에게 걸림이 될 듯하니 빼면 어떨가 하는 의견이 잠깐 나왔으나 그것은 사슴에게서 뿔을 제하는 일과 같아서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이 글이 이 글이 된 소이는 성서적 입장인 데 있다. 저자의 생각으로는 성서 입장에서도 역사를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 입장에서만 역사는 쓸 수 있다. 엄정한 의미의 역사철학은 성서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희랍에도 없고 동양에도 없다. 역사는 시간을 인격적으로 보는 이 성서의 입장에서만 성립이 된다. (주석 11)
2003년 한길사 -젊은이들을 위한 새 편집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해방 뒤 역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저술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책과 관련해서는 뒤에 다시 쓰겠다. 그는 민족사의 어둠이 짙던 시대 민족사관과 식민사관이 부딪히던 1930년대에 ‘씨알사관’을 바탕으로 하는 독특한 민중의 고난을 중심으로 하는 이 책을 저술하였다.
주석
10> 앞의 책, 2쪽.
11> 앞의 책,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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