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7장] 집권당 원내대표, 당의장 맡아

2012/10/27 08:00 김삼웅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 사진은 변종만 시민기자.

 

김근태는 10월 21일 휴전선을 넘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공단창립 5주년 행사 참석이었다. 개성공단은 노무현 정부가 남북화해 협력의 상징적 사업으로,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인력과 부지가 결합하여 설립되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책과 연평도해전 그리고 금강산 관광의 폐쇄 등 남북관계의 위기국면에서도 여전히 유지될 만큼, 유일한 남북공동사업체가 되고 있다.

김근태는 북한의 갑작스런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상태에 빠지고, 당내 일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비등한데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개성공단을 방문하였다.

북한 핵실험과 관련, 한나라당이 전쟁도 불사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크게 위협받은 상황에서 김근태는 “평화가 곧 밥”이라는 성명을 내고 방북길에 올랐다. 자칫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었다. 개성공단에서 남북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북한 정권을 향해 핵실험을 중단하라고 말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것 역시 신변의 위험을 무릅 쓴 발언이었다. 이후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포기하고 6자회담에 나오게 되었다.

사단은 점심시간에 벌어졌다. 방문단 일행과 남북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북한 여성봉사원이 다가와 함께 춤을 출 것을 권했다. 이 여성은 김근태가 누군줄도 몰랐다. 그는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잠깐 무대위에 올라가 엉거주춤 서 있다가 내려왔다. 끝내 거절하다가는 남쪽 남자들이 옹졸하다고 핀잔을 들을까봐 이끌려 갔다고 술회한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수구신문들은 맹비난을 퍼부었다.
여당 대표가 북한 여성과 개성에서 춤판을 벌였다는 자극적인 신문 제목이 뽑히고, 김근태는 붉은 색깔의 공격을 받았다. 6ㆍ25 당시 행방불명이 된 형들의 얘기까지 깃들여졌다. 서울로 귀환한 김근태는 수구언론의 개혁이 없이는 남북 화해협력이 쉽지 않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지지자들이 김근태의 춤은 ‘평화의 춤사위’였다고 들고 일어나면서 야당과 언론의 매도는 수그러들었다.

김근태는 열린 마음으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협력하였다. 그리고 개성공단이 성공하도록 도왔다. 2004년 12월 20일에 쓴 편지 <불티나게 팔린 개성 냄비>에서는 이렇게 썼다.

롯데 백화점에서 북한산 냄비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뉴스다운 뉴스였습니다. 한국의 설비와 기술이 북한의 노동력과 만나 생산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출입하는 서울의 백화점에서 이틀만에 다 팔렸다고 합니다. 정말 상징적인 뉴스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에서 서로 가장 멀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냄비를 매개로 만나게 된 것이라고 얘기하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터전삼아 남과 북이 어떤 일이 있어도 힘을 모아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이 근로환경에도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당연히 배려를 해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성공단은 공산품을 생산하는 ‘공단’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남과 북이 상생하는 협력의 용광로로 발전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남북이 함께 꿈꾸는 희망의 근거지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우리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보살필 필요가 있는 그런 곳입니다.(하략)
(주석 4)


주석
4> 김근태, <일요일에 쓰는 편지>, 195~197쪽, 샛별 D&P,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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