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6장] 노무현정부의 국무위원으로 국정 참여

2012/10/23 08:00 김삼웅

 

 

2005년 10월 11일‘새생명, 새희망! 불임치료 지원사업’협약식에 참석한 백은희 전 ‘아기모’ 사이트 운영자, 이석재 삼성코닝정밀유리 대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최선정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회장. (왼쪽부터). 사진은 여성신문.

 

 

김근태는 2004년 7월 1일부터 이듬해 연말까지 제43대 보건복지부장관이 되었다. 1년 반 기간이다. 대권을 지향하는 정치인은 장관이 되기를 원한다. 국무위원으로서 국가경영의 전반을 살피고, 수시로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부 장관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국가의 중요 사항과 정책을 토의하고 의결한다.
위정자들도 ‘후계자’의 수업을 위해 측근 몇 사람을 각료로 임명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었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영구집권의 야욕이어서 예외로 치면, 전두환은 노태우, 노태우는 박철원, 김영삼은 이회창, 김대중은 노무현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오해’를 피하고 상호 ‘경쟁’을 위해 복수로 입각시킨 경우도 있었다. 노무현은 김근태에 앞서 정동영을 통일부장관에 기용하였다.

장관에 취임하면서 김근태는 <희망한국 21 - 함께하는 복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서민대중과 중산층의 복지정책에 주안점을 두고자 하였다. 서민ㆍ중산층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계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청장년들이 직장을 잃었다. 서울역과 시내 지하철에는 노숙자가 떼를 이루고, 생활고에 자살자가 속출하였다. 김영삼 정권의 실패한 국정으로 생긴 외환위기는 김대중 정부에서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있었으나, 하위 계층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복지부는 서민 생활과 직접 연관되는 정부의 부처다. 김근태는 우선 사회안전망을 설치하고 강화하는 데 힘을 모았다. 민주화운동 지도자 출신답게 직원들과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정책제안을 들었다. 그리고 현장을 방문하여 민정을 살폈다. 군림하여 지시하는 행정이 아닌 밑바닥과 옆의 여론과 제안을 수렴하는 스타일이었다.

김근태는 취임 초기에 전문가들과 국민의 의견을 모아 11개 분야 주요정책을 설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복지부를 운영하였다. 11개 분야 주요 정책은 다음과 같다.

① 사회양극화에 대응하여 ‘희망한국 21함께하는 복지’ 프로젝트 등 사회 안전망 강화대책 마련.
②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 시행 등 저출산ㆍ고령화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추진체계 구축 및 노인수발보장제도 도입 추진.
③ 암 등 고액ㆍ중증환자 부담경감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로드맵 마련.
④ 국민연금 개혁추진과 기금운용 성과 제고.
⑤ 의약품ㆍ의료기기 등 보건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⑥ 긴급복지지원법과 129번 보건복지콜센터를 설치하여 수요자 중심의 온라인 서비스 기반 마련.
⑦ 국민인식조사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금연정책 추진.
⑧ 공공보건의료체계 개편 및 선진국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안 수립.
⑨ 성과관리체계 구축 및 국민지향적 제도개선 추진 등 조직 혁신.
⑩ 보건의료분야 투명사회협약, 보험수가계약 등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정책추진기반 구축 노력.
⑪ 미래지향적 보건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미션ㆍ비전 2010 수립 및 보건복지 미래전략포럼 운영.
  (주석 6)

김근태는 의욕적으로 복지부 업무를 추진했다. 소속 공무원들이 처음에는 운동권출신 여당 중진 정치인 장관의 행정력 미숙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였으나, 그의 열정과 현장주의 그리고 치밀하고 꼼꼼한 업무 수행능력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2005년 1월 28일 김근태 장관, 고흥군 소록도를 방문. 사진은 김성철 시민기자.

 

 

김근태는 겨울을 앞두고 <겨울맞이 특별기획 2004 한국의 사회안전망>의 플랜을 짜서, 용산역과 서울역 등에서 노숙인들을 만나고, 직접 노숙체험을 하기도 했다. 이어서 서울역 노숙인 무료 진료소를 방문하여, 의사ㆍ간호사ㆍ약사들이 종교단체의 지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지원하도록 하였다.

김근태는 국무회의에서 저소득 가정에서 11월부터 신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전기료ㆍ수도세ㆍ가스요금이 체납되더라도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 대해서는 단전ㆍ단수하지 않도록 정부 각 부처간에 합의를 이끌었다. 그리고 건강보험 체납자들, 소액납부하는 납세자들, 최하 빈곤층 바로 위인 신빈곤층 등을 9월부터 일제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최빈곤층은 지적 생활 보장 수급 대상자로 분류하고, 이보다 조금 나은 생계자들은 의료급여, 자활급여 등의 지원을 시행하였다. 이들 중에는 정부 양곡을 50% 가격으로 제공하여 극빈 생계 가족을 도왔다.

전국적으로 25만 명에 이르는 결식아동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특히 이들이 방학 동안에도 급식할 수 있는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마련토록 제안하였다.

김근태 장관이 1년 반 동안 복지부에서 얻은 주요 성과는 11가지로 꼽힌다.

주요 성과

1.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을 마련.
2. 저출산ㆍ고령사회 대응채계를 구축.
3.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고 보장성을 강화.
4.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기금운용의 성과를 제고.
5. 보건복지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6. 긴급복지지원제도를 도입하고 129번 보건복지콜센터 설치.
7. 금연정책의 실효성을 강화.
8.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
9. 보건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혁신.
10.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정책추진 기반을 구축.
11. 보건복지 미래전략 수립을 추진.
(주석 7)

 


2005년 1월 31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인터뷰에서. 사진은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김근태는 2005년 새해를 맞아 <2005년을 국민통합 원년으로 만들자>는 장관 신년의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는 그의 철학과 비전이 담겼다.

“<국민과의 계약>을 준비하면서 세 가지 과제를 집중 검토하고 있다. 첫째, 사회안전망의 획기적 강화, 둘째,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실효적 대책, 셋째, BT와 바이오 헬스산업을 실질적 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이다.”

또 신년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 (마지막 구절)을 담았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는 어머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기본 사명을 잊지 않겠습니다.
한숨짖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 사회통합의 기초를 만드는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행정을 혁신하겠습니다.
투명한 행정, 국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하겠습니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앞서 노력하겠습니다.

2005년에는 우리 사회가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 인간적인 사회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이 한층 또렷해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정마다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주석 7)


주석
6>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04년 12월 15일.
7> <보건복지부>, <국민과의 약속 이행보고>, 2005년 12월.
8>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05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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