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3장] 성실한 의정활동, 대안과 정책제시 2

012/10/02 08:00 김삼웅

 

 

<월간중앙WIN>은 <김근태의 정치 비전>을 “어두운 터널 속에서 찾아보는 새 희망”이란 타이틀로 다음과 같이 게재했다.

올 겨울은 라니냐현상 때문에 몹시 추울 것이라 한다. 우리 국민의 마음은 이미 97년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온통 겨울이었다.

오늘의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총론에서 우리는 합의를 이룩했다. 국제적 상황과 난관에 대한 이해와 대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구체적 영역에서는 갈등이 존재한다. 어쩌면 이것은 불가피할 지 모른다. 그러나 투쟁의 수준으로까지 나아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위기는 아직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첫째, 주체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리가 큰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주눅들 필요는 없다. 세계화ㆍ국제화는 불가피하고 또 긍정적이다. 정보화도 서둘러 진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세계화의 긍정적 함축과 더불어 그 무서운 위험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대비책이 분명해야 한다. 유사한 시행착오가 발생한다면 우리 국민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둘째, 오늘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에 따르는 고통분담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성의 기초 위에서만 미래를 향한 강한 추진력이 용솟음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과 타협이 있어야겠다. 타협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타협은 파괴적 투쟁을 막을 수 있고, 또한 과오를 수정할 수 있는 자기교정능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하고 싶다.

넷째, 미래에 대한 비전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해방이 필요하다. 과학적. 경영적, 문화적 상상력의 발현이 절실하다. 그럴 때만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이 다가올 수 있다.

오늘의 중심적 화두는 민주, 개혁, 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와 한반도에서의 평화 수립과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합과정 성취 그리고 세계화ㆍ국제화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문제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불투명성을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를 위해 5대 재벌그룹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분명하게 해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개혁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만 개혁은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남미가 실패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국민으로부터 개혁에 대한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적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바탕 위에서 공기업개혁ㆍ행정ㆍ관료개혁ㆍ정치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정치개혁부터 먼저 이뤄야겠다. 이 점에 대해 책임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마음이다.

정치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순간 정쟁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흐트러져버리고 말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부담은 김대중 정부와 여권이 감당해야 한다.

1백년 전 우리 민족은 근대화라는 엄청난 역사적 도전에 직면했다. 21세기를 앞둔 오늘 벅찬 현대화의 과정에 부닥쳐 우리는 휘청거리고 있다. 하지만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어둡고 추운 계곡을 벗어나 다시 산등성이에 오를 것을 우리는 느낀다. (주석 5)


주석
5> 앞의 책, <월간중앙WIN>, 78~87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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