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3장] 성실한 의정활동, 대안과 정책제시

2012/09/24 08:00 김삼웅

 

 

김근태는 7월 3일 열린 제184회 임시국회에서 국민회의의 대표연설자로 선정되었다.
정당대표의 국회 기조연설은 오랜 관행으로,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하지만 총재나 부총재급이 아닌 평의원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기회다. 김근태는 의정생활 1년여 만에 제1야당의 대표연설을 하게 되었다.

보좌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며칠 동안 대표연설문을 작성하였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국민회의의 당면 과제와 정책, 현실적 이슈를 많이 담았다. 대표연설은 개인의 정견ㆍ정책보다 당의 입장을 천명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근태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치철학을 제시하는 기회로 삼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그의 위상이 한층 돋보이는 성공적인 연설이었다.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설문 제목은 <‘질서 있는 변화’로 ‘새정치’를 열자>였다.
김근태는 이날 연설에서 정부에 “대선자금 한보진실 밝히고 사과할 것” “중립내각 구성하여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것”과 “남북국회회담” “두 전직 대통령 사과하면 용서ㆍ화해” “자민련과 공동집권 실현으로, 국민기대 부응” 등을 제시하였다. 다음은 연설 요지.

‘질서 있는 변화’로 ‘새정치’를 열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당 야합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신한국당 정권은 총체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신한국당 정권은 정말로 엄청난 국민적 혼란과 국가적 혼돈을 낳고 말았습니다. 신한국당 정권에서 총리로, 당대표로, 장관으로 권력을 누려온 여당의 경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뼈아픈 반성은 커녕 모든 책임을 김영삼 대통령에게만 떠넘기면서 권력잡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런 일입니다. 그런 태도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여당 경선에 정책대결은 없습니다. 줄세우기와 세몰이, 지역감정도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있습니다. 국민분열 정권으로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무한경쟁의 국제화 시대에 한 나라의 외교역량은 그 나라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외교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외교역량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당은 국제사회에서 오랜 교분과 일관된 태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실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의 중심에 서는 경제외교를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로부터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신명과 의욕이 생겨야 합니다.

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세기를 여는 정부를 선택하게 됩니다.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정치는 이제 움직일 수 없는 국민적 합의입니다. 이점에서 선거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는 정치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치개혁특위의 여야 동수구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우리는 일단 국회를 열자고 결단했습니다.
그러나 경기의 규칙에 해당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1:1로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수십년 동안 국회의 관행이기도 합니다. 이를 반대하는 신한국당 정권이 진정으로 정치제도 개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진정으로 정치개혁 의지가 있다면 ‘중대결심’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집권당 총재로서 정부여당의 안을 먼저 국회에 내놓아야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92년 대선자금과 한보사태의 진상을 국민 앞에 밝히고 이해와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정권재창출의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중립내각을 구성하여 다가올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결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렇게 결단한다면 국민 모두 새로운 믿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와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지은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할 때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질서 있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에서 기업하기 가장 편한 나라로 변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구석구석 썩어서 돈이 아니고는 아무 것도 통하지 않는 이 숨막히는 사회에서 좀 공평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정의로운 사회로의 변화, 남북간 전쟁의 공포에서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열리는 변화, 세대 갈등에서 노ㆍ장ㆍ청이 하나로 화합하는 변화, 차별과 분열에서 화해와 통합으로 뭉쳐지는 변화, 행복한 가정이 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는 변화, 그리하여 신명나는 국민이 되고 신기운이 힘차게 세계속으로 뻗어나가는 변화를 국민여러분께서는 오히려 간절하게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정권을 교체할 줄 아는 나라만이 그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유민주연합과 우리가 손잡고 두 당의 공동집권을 실현하여 국민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겠습니다. 국민 앞에 반드시 결실로 보답하겠습니다.
(주석 2)


주석
2> <새 정치뉴스>, 1997년 7월 7일~24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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