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1장] 집권대체세력 ‘국민회의’ 결성

2012/09/14 08:00 김삼웅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부터)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경청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김영삼의 당선으로 외형상 32년의 군부독재를 끝내고 문민시대가 열리는 듯 했지만, 김영삼의 노태우 정권 참여와 그를 둘러싼 수구세력의 면면으로 보아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은 어렵다고 보았다. 그래서 김근태의 고민은 깊어갔다.
하여 이를 대체하는 차기 집권세력의 형성을 중요한 과제로 여겼다. 김대중이 떠난 민주당은 지도력의 부족으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었다. 김근태는 여러날 동안 생각 끝에 ‘정치적 국민운동론’을 제기하였다.

김근태는 1993년 5월 13일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치적 국민운동체의 구상과 전망>이란 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먼저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민족민주운동의 대중적 영향력을 저하시켜온 주요 원인은 물론 탄압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답변은 충분치 않다. 우리는 주관적 열정주의로 말미암은 전술적 실패와 전략적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음 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 정세판단(87년 6월항쟁 이후 운동세력이 전략적 우위에 서 있다는 주장)의 착오
△ 관념적 급진주의(운동의 기본구도를 ‘진보 대 보수’로 과도하게 높이 설정)
△ 정치사업과 대중사업의 긴장된 통일을 구축하지 못함
△ 초기단계에 있는 대중운동의 자연발생성에 활동가들 굴복
△ 활동과 운동에서의 비대중성(의사개량화 국면에 걸맞는 운동의 변화 마비)
△ 분열
△ 조급한 독자정당과 독자후보전술의 좌절과 실패.
(주석 13)

김근태는 김영삼 정부가 내건 개혁과 신보수주의는 영국과 미국에서 실패한 것을 뒤늦게 수입한 정책모방이라 단정하면서, 그럼에도 대중에 대해 상당한 설득력과 포섭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 재야운동 진영의 새로운 역할론을 폈다. 범민주세력의 연대를 위해서 그 방법론을 제시한다.

△ 민주 대 반민주의 대중적 대립구도는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다.
△ 통일운동의 핵심적 내용은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지대화 실현 그리고 군축의 진전이 되어야 한다 (변화된 정세 아래에서 통일운동 또한 당연히 변경되어야 한다. 남한 민주화의 전면화와 더불어 북한의 변화를 가능케 하여 상승적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길로 전진해야 한다)
△ 정세의 변화는 기동적 운동에서 진지적 운동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강제)하고 있다
△ 우리의 운동은 선거를 매개로 하는 활동과 투쟁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주석 14)

김근태는 정치활동을 보다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 기민하고 신속한 방침의 결정과 대응이 가능한 구조, 구호적 수준이 아닌 보다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가능한 전문역량의 구축이 가능한 조직, 제도정치영역에 대한 개입과 집단적 진출이 가능한 조직, 김영삼 정권의 제도언론매체를 통한 여론형성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광범한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조직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김근태는 이론가이고 전략가다.
그동안 많은 단체를 이끌면서 익힌 체험에서 우러난 조직이론이다.
다음은 그가 구상하는 정치적 국민운동체의 성격과 역할과 임무다.

정치적 국민운동체의 성격

정치적 국민운동체의 위상은 공개, 비제도권에 위치해야 한다.
한편으로 사적 영역으로 퇴각하고 있는 대중의 관심을 공적(정치적) 영역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공개영역에 존재하고, 다른 한편 정치적 국민운동체는 그 자체가 독자정당이나 제도야당과의 직접적인 결합을 위한 추진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제도권 영역에 존재하는 조직이다.

정치적 국민운동체는 대중조직의 주요 역량과 국민적 대표성을 갖는 인사, 재야 일선에서 운동해온 활동가, 진보적 지식인을 비롯한 전문가 역량, 양심적 종교인과 시민, 그리고 민주당내의 진보블록까지도 포함할수 있도록 그들을 확대해야 한다.

정치적 국민운동의 역할과 임무

첫째, 일반민주주의적 과제를 제기한다. ‘참여민주주의’를 통한 자주 민주 통일을 우리의 깃발로 내걸 필요가 있다.
둘째, 제반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통일적 방침을 신속히 수립해낸다.
셋째, 제도정치영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성공적이고 조직적인 진출을 준비함과 동시에 향후 실시될 각종 선거에서 민주대연합에 기초한 적절한 대응을 통해 지배세력의 집권 연장기도(내각제 개헌 등)를 막아내고 15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한다. 범국민적인 수권정당의 건설을 분명한 자기목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넷째,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될 미래의 상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
(주석 15)


주석
13> <월간 말>, 1993년 6월호.
14> 앞의 책, 56쪽.
15> 앞의 책,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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