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0장] 산자와 죽은 자에게 보낸 옥중메시지

2012/09/05 08:00 김삼웅

 

김근태는 감옥에서 민청련의 동지 장영달, 변호사 황인철과 홍성우에게도 편지를 썼다. 사적인 관계로부터 역사관, 시국관이 담기고, 변론으로서 도와준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았다.

 


2012년 8월,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밀양 송전철탑 반대'하는 문구와 그림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다. ⓒ 윤성효

민청련 부의장 등을 맡아 함께 반독재 투쟁을 벌였던 장영달에게 보낸 편지에는 1991년 2월 7일자의 소인이 찍혔다. 먼저 부인과 아들 ‘돌민’이의 안부를 묻고 ‘본론’으로 이어진다. 편지의 뒷부분이다.

제도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광범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 명백히 그럴 만한 이유도 또 그들의 한계도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대중이 재야운동을 지지하고 있는 것을 의미할까요. 지금도 지배세력과 비판적 제도언론이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는 대중의 정치 불신은 우리가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결단을 통해 저기 보이는 희망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저 30년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이 파시즘의 대중정서 동원으로 활용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나는 단언합니다. 아니 1989년도 공안정국 이래 지금까지 오히려 지배세력의 그런 조작이 외세와의 협조와 국내 일부세력의 오류 때문에 상당한 성공을 보여 온 것이 사실 아니겠어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내가 이런 경고를 하고 다니자 상당히 여러 사람이 동의하지 않고, 저어기 저처럼 발전하는 대중운동을 왜 못 보는가 하고 준엄하게 반박하곤 했지요. 그것을 못 본 게 아니라 그것을 진정한 자주, 민주, 통일을 실현하는 튼튼한 힘으로 전진시켜 나아가기 위해서 해야 할 활동가들의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포퓰리즘 편향에 크게 휘둘리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획득했던 대중의 신뢰의 상당한 부분을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이제 우리는 냉정히 돌아보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또 함께 해야겠지요. 도덕성, 과학성, 힘 등 전차원에서 심각한 되돌아봄이 다급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제 지자제와 임투기간 직후 전면적 실천평가에 기초하여 새로운 편제를 발전시켜내야 합니다. 그를 위해 장 선생도 나도 노력하기로 하십시다.

지금 창 밖에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온 뒤 섣달 마지막 추위가 제 모습을 보이면서 달려들겠지요. 제법 대응력이 생겼지만 이 징역에서의 추위 앞에는 가끔 “속절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 속절없음 속에서 견뎌내는 끈질김을 다시 가슴 속에 품으려하고 있습니다.

장 선생의 따스한 마음은 우리 모두 잘 아는 일이지요. 바쁜중에도 편지 주고, 책도 부쳐주고, 재판정까지 와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외상값은 내가 여기서 튼튼하게 지내는 것으로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장 선생!
끝으로 부인에게 꼭(!) 인사 좀 전해주시오.
그리고 돌민이에게도 얘기해주고……. (주석 11)

주석
11> 앞의 책 221 ~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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