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10장] 산자와 죽은 자에게 보낸 옥중메시지 2

012/09/02 08:00 김삼웅

 

김병곤 약전. 푸른나무에서 출판.

김병곤은 유신과 5공시대 그리고 1987년 12월 16~18일 노태우 당선자의 구로구청 부정투표함에 항의 농성 중 경찰 백골단의 무차별 폭력행사로 심한 구타를 당해 몸이 망가지고 이로 인해 병세가 도져 신음하다가 젊은 나이에 숨졌다.

다섯 번인가요, 여섯 번인가요. 병곤이가 체포되어 구속된 것이. 그것은 대치의 최전선에 늘 서 있었다는 증거지요. 더러 몸을 빼고 싶은 때가 왜 없었겠습니까마는 이것은 그러한 유혹에 이끌리지 않고 당당하게 언제나 맞섰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이지요.

마라톤을 비롯, 장거리 달리기할 때 맨 앞에 서는 것이 힘들고 외롭다지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웃었습니다. 말이 되는 것 같지만 다소 감상적이고 과장되어 있는 것처럼 들렸던 것이지요.

그러나 대치의 최전선에서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런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지요. 그것이 얼마나 아픈 진실인가를. 그럼에도 이렇게 맞서는 자신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 얼마나 엄청난 피곤과 외로움이 몰려오는지 운동은 이런 대치와 대치 속에서만 전진하지만 개인개인들은 이 과정에서 지치고 소모되고 낙오되는 것이 아직 우리 운동의 현주소이지요. 거짓 예언자들에 의해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 과정에서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는 개인들이 아직 대량으로 등장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병곤이 또한 피곤했을거고, 동시에 채워지지 않는 내용, 민중이 주인이라는 그 믿음이 실현되어 나타나지 않는 그 안타까움에 허전해 하고 허망해하기도 했을거예요.
(주석 3)

김근태는 김병곤의 부인을 위로하면서 “병곤이의 삶은 승리이고 완성이었다”라고 위로하였다.
김병곤과 조영래 그리고 유신ㆍ5공ㆍ6공의 폭압에 저항하다가 고문사ㆍ의문사ㆍ투신ㆍ할복ㆍ분신 등으로 자기몸을 던진 민주화의 의열사들은 하나같이 ‘승리이고 완성’된 삶이었다. 김근태 자신까지 포함하여.

이런 생각입니다. 병곤이의 삶은 승리이고 완성이었다. 그의 떠나감에서 이런 우리의 주장은 격심하게 동요되고 무효화될 지경에까지 나아갔지만 승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 부스러지기 쉬움이 그 완성 속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승리, 반성과 연약함과 치명적 취약성은 서로 대립되면서 통일되는 것이다. 병곤이는 승리를 통하여 우리에게 치열함과 의지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고 또한 그런 연약함을 통해 겸손함, 겸허, 되돌아봄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에 나 자신도 아직 완전히 설득되고 있지는 않지만 대강은 이렇습니다. 그렇게 달래고 있지요. (주석 4)

주석
3> 앞의 책, 232~233쪽.
4> 앞의 책,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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