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평전/[6장] 엉터리 재판 5년 징역형 선고

2012/08/04 08:00 김삼웅

 


김근태는 12월 20일, 그러니까 공소가 제기되고도 한달 반 이상이 지난 뒤에야 가족 면회가 이루어졌다. 검찰은 물론 담당 판사인 서성이 “죄증을 인멸할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가족 면회를 못하게 한 것이다. 김근태의 부인 인재근은 검찰청사에서 남편의 고문 사실을 알고, 이것을 세상에 폭로하면서 권력층은 이 고문 사실을 은폐하고자 가족의 면회까지 막은 것이다.

85년 12월 13일 변호사 접견이 고의적으로 봉쇄된 것이 풀린 지 닷새가 되던 날, 나는 흥분하여 깊숙이 간직해 두었던 양쪽 발뒤꿈치에서 아물어 떨어진 상처 딱지를 이돈명 변호인, 목요상 의원에게 드리면서 재판의 증거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것이 통할 리 있겠는가. 행형법(行刑法)상 교도관 입회라는 것을 이용하여 간섭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제지당하고 결국은 강탈당하고 말았다. (주석 10)

김근태의 고문 상처 딱지는 그가 검찰에 출정하는 사이 교도관들이 방을 샅샅이 뒤져 화장지 틈새에 끼워 놓았던 것을 훔쳐갔다. 증거인멸을 위해서였다. 김근태의 변호인들은 증거보전신청과 아울러 증거 보전기일에 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였다.

다음

1. 이 사건 증거보전의 필요성
피의자는 사법경찰관의 수사과정에서 고문 특히 10회 가량의 전기고문을 받아 현재 그 흔적으로서,

ㄱ) 양발뒷굼치에 직경 21센티 가량의 원형 피부결손 및 찰과상의 반혼. 이는 전신을 묶인 상태에서 격심한 고통 때문에 발을 한없이 비틀게 된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 상혼으로 보임.

ㄴ) 양팔의 발가락 가까운 쪽 발등에 10여 개의 찔린 흔적
이는 전기쇼크를 주기 위하여 사지의 끝부분 전선에 연결된 어떠한 형태의 침을 찌를 때 생긴 상흔으로 보임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상흔은 시일경과에 따라 치유되기 마련이므로 그 상흔을 검증해 보고 이와 동시에 그 상흔이 언제 생긴 것인지를 감정케하는 것이 바로 이 증거보전의 필요성입니다.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는 증거법 및 적법절차 문제에 관하여 피의자의 방어권행사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증거방법입니다.

2. 신체검증을 즉시하여야 하는 이유

(1) 이 사건 증거보전신청을 85. 10. 2. 오후에 제출한 바, 아직도 증거보전기일이 지정되지 아니하였습니다. 이 사건과 같은 증거보전이야말로 절박한 것인데 피의자가 최후로 고문받았다는 날인 85.9.20. 이후 지금까지 15일이 경과된 바, 이제 며칠만 지나면 위 상흔이 치유로 인하여 없어질 우려가 매우 큽니다.

만일 신체감정을 위한 감정인 선정 때문에 시일이 지연된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 사건 증거보전기일을 선후로 나누어서 급박한 신체검증을 먼저 하고 다음으로 감정인 선정 즉시 감정을 하는 방법이 매우 긴요하게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2) 이 사건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이유를 감안하여 우선 즉시 신체검증의 기일을 지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기일통지에 관한 항변권의 포기
변호인들에 대한 기일통지 역시 서면에 의할 필요가 없어 변호인들 중 어느 1인에게라도 전화통지를 하면 이에 대하여 변호인들 전원명의의 기일통지영수증서를 작성할 것이며 이에 관한 절차상의 항변을 사전에 포기하는 바입니다.

1985. 10. 5.

 

 


01.jpg
0.72MB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