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네 번째 감옥문을 나서는 날



'감옥살이도 이번으로 마지막이 되겠는지.....'

60 년대 말 대학에 입학한 이래로 87 년 4 월까지 18 년 여 동안
나는 연행과 징집 제적과 구속, 석방과 복학을 거듭하면서
군 복무와 네 번에 걸친 감옥살이로 6 년 6 개월을 사회와 격리된 채 지내 왔다.

그러고보니 한창 젊고 혈기 왕성한 시절을 3 분의 1 은 세상과 담을 쌓은채
'저 세상'에서 지낸 셈이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감옥의 풍경을 고스란히 기억에 담아 두어야지.....'

온통 백색과 회색뿐인 교도소 담벽과 건물들 색깔하며 육중한 철판덩어리로 만들어서 열고 닫을 때마다
'탕!' '탕!' 귀가 멍멍하도록 요란한 굉음을 내갈기는 감방문

팔뚝이 드나들지 못 하도록 촘촘하게 박아 세운 철창...
사시사철 냉기가 어리는 마루바닥...
고요하다 못해 하수구 물 흐르는 소리마저 귀에 와 닿는 적막함...

오로지 그런 환경에서만 27세 숫총각에 들어 와서 환갑에 이르도록 36 년 째를 살고 있는...
그것도 모자라서 지구상에 인간이 생겨 난 이래로 뿐만 아니라 천지만물의 생성과 번성과 소멸의 역사를 합하더라도
하나의 생명체를 그토록 강제해서 가두어 둔 적 없었을 무려 45 년이라는 세월 만에 석방된 김선명 선생을 비롯해서 

세계 최장기수 분들.....


▲ 무려 45년(1951~1996) 동안 수감되었다가 1996년 석방된 김선명 선생


그렇게 살다가 견디지 못하고 죽어서 시신으로 감옥문을 나서게 된 분들.....
1 평 정도 되는 대전 교도소 특별사동 독방에서 나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또 다른 세속적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뭔지 확실치는 않지만 불안했다.
특히 아내가 마지막 접견을 오지 않았던 것이 머리를 맴돌며 이상한 조짐으로 다가 왔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혹시 아내 혜숙의 건강이 안 좋은 건가???.....

내 아내 혜숙은 내가 구속되고 감옥살이를 할 때마다
옥바라지에 관한 한 뒤따를 자가 없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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