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석방 환영식


 출감하는 일에 익숙해 진 나는 죄수복을 벗고 오랜 만에 입어 볼 사회복을 준비해서
 미리 교도소 담장 안쪽 교무 행정실로 들어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혜숙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다.

 

 교도소 담장 안쪽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에 혜숙이 담장 안으로 들어 오기는
 내가 출감하는 날 직계 가족 보호자의 신분으로 일종의 특별한 경우다.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나는 애타게 기다렸던 표정으로 반갑게 웃고 있을 혜숙을 찾았다.

 그런 내 아내 혜숙의 모습이 으레 제일 먼저 눈에 뜨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혜숙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잠깐 자리를 비웠나?......

 

 "권사님! 고생 많으셨지요?...... 몸은 괜찮으시고?......"

 

 "예,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밖에 한 40 여 분이 마중 와 계셔요......
 여기 옷을 챙겨 왔는데 갈아 입으시지요......"

 

 안부를 나누고 출소 절차를 밟고 하는데 정작 혜숙은 보이지 않는다.

 왜 안 보이는지 설명도 없다.

 

 내 아내 혜숙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마도 난리가 나고 천지가 개벽이 되더라도
 꼭 와 있을 자리에 혜숙이 없다......

 

 도대체 이럴 수가 없다.
 대신에 다니던 교회 조승혁 목사님과 장로님이 와 계시다.


▲ 대전교도소


 절차를 마치고 감옥문을 나서자마자 '와 - !!!' 하는 함성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 등 노래가 힘차게 터져 나온다.

 

 그리운 얼굴들이 짙은 어둠 사이로 하나 둘 눈에 띈다.


 그 당시 국회의원으로 있던 이 철
 그 후에 국회의원과 장관에 오른 김영환

 국무총리에 오른 이해찬
 김학민 강성구 강은기 등등


 아내 혜숙이 안 보이는 대신인가?

 그날따라 그 멀고 외진 곳까지 친구들과 선후배 동료들이 꽤 많이 마중을 나왔다.

 

 새벽 4 시부터 기다려야 하니까 인근 여관장에서 단체로 숙박하고
 서둘러서 나온 모습들이다.


 너무도 그립고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껴안고 등을 두드리고 안부를 나누고 하다가
 자리를 정돈하고 식순을 갖춘 출감 환영식이 이어졌다.

 

 이 철과 이해찬 등 몇몇 동료들이 민주화에 대한 나의 신념과 헌신 고난에 찬 역경을 치하하는 환영사를 하고

 어둠과 적막, 억압을 갈라버리듯 다함께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합창을 했다.

 

 그리고는 교도소 담 안을 향해 '양심수를 석방하라~~~!!!... 민주 인사 석방하라~~~!!!'
 고 한 목소리로 외쳐 댔다.

 

 그러자 때맞추듯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반갑고 감격스러운 해후였지만 꼭 와 있어야 할 사람이 빠져 버린 이상한 출감 환영식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누구든 붙잡고 우리 혜숙이 어쩐 일이냐고
 무슨 곡절이라도 있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악수하고 껴안고 그간의 안부를 나누는 데 예의가 아닌 듯  싶기도 해서
 답답한 마음 그냥 가슴에 안고 대전 시내로 들어 서서
 다함께 새벽 해장을 하며 회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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