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혜숙을 품에 안고


온 몸이 붕대로 칭칭 감겨 있는 건가...
핏기 바랜 얼굴에 초점 잃은 눈망울로 허공을 두리번거리는 표정인가......
흐트러진 머리칼에 산소마스크를 입에 달고 눈을 감은 모습인가......

오랜 만에 달려 보는 서울의 풍경...
가로수며 빌딩이며 거리의 사람들하며 완연한 봄기운으로 약동하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막막하고 절망어린 상념에 잡혀 정신이 혼미해 갔다.
그러다가도 나는 소스라치면서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댔다.

아니지...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차는 어느새 이대입구에서 서소문과 시청앞을 지나 청계고가를 달리고 있다.
머~얼리 병원 건물이 보인다.


▲  한양대학교 병원


높게 치솟아 오른 한양대학교 병원 건물 어디에선가
내 아내 혜숙이 창문에서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내가 타고 가는 차를 알아 보고 나를 알아보고 반가움에 겨워 기다릴 것 같았다.
빨리 오라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빨리 갈께... 조금만 기다려... 이제 다 와 가니까......'

나는 어느새 아내 혜숙과 1 년 6 개월 여 만에 아무런 제약과 감시 없이 자유롭게 만나
손도 잡아 보고 꼭 껴앉고 입술도 맞추고 할 생각에

가슴이 들뜨고 설레는 기분으로 바뀌고 있다.

절망과 죽음의 공포에서 재회의 기쁨과 희망의 환희로
나는 극과 극을 천방지축으로 왔다갔다 했다.

한양대학교 병원 입원실......
눈에 띄게 깨끗한 환자복을 입은 혜숙이 나를 기다리며 출입구만 바라보고 있었던 듯

문을 열자마자 "왔구나!!!" 하면서
두 손을 번쩍 치켜 들고 침대 위에서 내려와 밝고 화~안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 나 많이 기다렸지???... 마지막 면회도 못 가고, 오늘도 못 가고...
웬 일인가 걱정되고 마아~니 불안했지???...... 몸은 괜찮아???......"

혜숙은 무엇보다도 나를 감옥에 두고 마지막 면회를 지나친 일과
출감하는 마중도 못 한 것을 오로지 미안해 했다.
내가 먼저 염려하고 안부를 물을 사이도 없이......

나는 혜숙을 침대에 눕히고 꼬~~~옥 껴안았다.
혜숙의 몸은 날개를 달고 공중에 떠 있는 듯 아무런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착한 사람......'

나는 한없이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혜숙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면 그렇지... 혜숙은 핏기 바랜 얼굴도 아니고 초점 잃은 눈망울도 아니다!!!......

흐트러진 머리칼도 아니고 꼼짝없이 침대에 누어 있는 모습도 아니다!!!......
혜숙은 시종 반가움에 겨워 입가에 밝은 웃음을 달고 있지 않는가???......
얼굴색도 뽀얀데다가 나처럼 들떠 있고 홍조끼까지 돌고 있지 않는가???......

혜숙은 눈망울도 똘망똘망했다.
여러날 입원해서인지 몸이 약간 야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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