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오랜만에 느끼는 숨결과 체온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서
 방문객의 발길도 멈추어 갔다.


 한양대학교 병원 20 층 병동 로비에서
 머얼리 한강과 금호동, 신당동 산 언덕을 바라본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이 보이고
 그 사이에
 사과를 한 입 깨물어 베어 먹은 듯
 허옇게 드러난 산허리 중턱 공터에서는
 재개발 아파트를 세우느라
 한 밤에도 여념없다. 

 

 남산 꼭대기에
 불쑥 솟아 오른 타워는
 밤이 깊을수록
 휘황한 불빛아래
 모습이 더욱 선명하다.


 아~~~!
 시시각각 바뀌는 대자연의 변화
 인간의 놀라운 과학과 기술의 변화
 이런 모든 것을 놔 두고
 내 사랑하는 혜숙이
 죽어 땅 속에 묻혀
 한 줌 흙으로
 썩어 가야 한단 말인가?......


 인기척이 있어
 번뜩 제정신을 찾으니
 어느새 혜숙이
 옆으로 다가와
 내게 팔짱을 껴 온다.

 

 오랜 만에
 꼬~~~옥
 껴안 듯
 힘 주어
 온다.

 

 그러고 보니
 1 년 6 개월 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으면서도
 우리는
 아직
 한번 뜨겁게

 뜨겁게 뜨겁게
 안아 보지도
 못 했 다.

 

 나도
 온 힘을
 팔뚝에 모아

 혜숙의
 팔을
 꼬~~~욱
 눌렀다.

 

 혜숙은
 왼손으로

 내 오른손 손바닥에
 자기 왼손바닥을
 밀착시켜 부비고는

 다시 힘 주어서
 손깍지를 낀다.

 

 그리고.....
 오른손을 돌려서
 내 오른쪽 겨드랑이
 안 쪽에 넣고
 쪼물럭 쪼물럭 한다.....

 

 머리를 기울여
 살며시
 내 어깨에
 올려 놓는다.....

 
 이만큼이나마
 혜숙의 숨결과
 체온을 느껴 보기도
 얼마만인가?.....
  
 그런 모습으로
 몸을 약간씩 좌우로 움직이면서

 

 서로의 숨결과 체온을
 맘껏 포근하게

 뜨겁게 뜨겁게
 느끼면서

 

 우리는 말없이

 하~~~안참
 서 있었다.

 

 혜숙은 정말로
 자기 병을 모르고 있는 걸까?.....
 눈치는 채고 있는 게 아닐까?.....

 

 혜숙에게 말을 해야 하나
 어쩌나.....

 

 어차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치료받는 과정에서 알 게
 될 텐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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