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잠 못 이룬 첫날 밤


 병실 복도의 불빛도 비상등만 남긴 채
 모두 꺼져 있다.

 

 병실마다 환자들이 꽈~악 차 있지만
 아무런 인적없이 사방이 고요하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혜숙은
 그러지 않아도 식은땀 흘리고 잠을 설쳐댈
 나를 염려해서 챙겨 둔 신경안정제를 건네 준다.

 

 그리고는 배웅하겠다며
 병원 1 층 로비를 지나 택시 정류장으로
 나를 안내한다.

 

 늦은 밤이어선지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안 온다.

 

 나는 찬바람 쏘이지 말라면서
 혜숙을 다시 병실로 데려 간다.

 

 혜숙은 운동을 해야
 잠도 편하게 들 수 있다면서
 다시 택시 정류장으로
 나를 배웅한다.

 

 그러기를 한 번 더.....


 혜숙을 뒤로 하고
 나는 교문 밖 큰 도로를 향해
 언덕길을 터벅터벅 내려간다.

 

 다시 오랜만에 보는 서울의 야경.....
 을지로와 시청앞을 지나
 서소문 이대 입구에 닿기까지
 나는 필름이 끊긴 것처럼
 그저 까맣기만 할 뿐
 아무런 생각도 없다.


 기억도 전혀 없다.

 그저 온몸으로 식은땀만 끈적끈적
 흘러 내릴 뿐이었다.

 

 어머니께선 근심어린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시고...
 아이들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다.

 

 아이들 머리맏에 선물을 챙겨 놓고
 집에서 첫 밤을 지낸다.

 

 아~~~!!!
 지금처럼...
 지금 혜숙이 내 곁에 없는 것처럼...
 혜숙이 내 곁에 영원히 없게 될지도 모른다니......

 

 밤새도록
 지옥같은 현실...
 악몽같은 현실에
 몸서리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는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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