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영인한의원

 

 

영인한의원 원장 김영인은 혜숙의 E 여대 후배였다.
김 원장은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다가
긴급조치 9 호 위반으로 구속되었고 학교에서도 제적되었다.

감옥에서 석방된 후 김 원장은 고등학교 졸업 자격으로
비밀리에 경희대 한의학과 입학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했다.

학생운동의 전력을 숨기고 조심조심 과정을 마친 그녀는
마침내 한의사 자격을 취득하고 한의원을 개업하게 되었다.
김 원장에게서 형부만 조용히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김 원장은 혜숙 언니의 병이 양의로 거의 가망 없는 상태라면
한의학을 선택해 보는 게 어떨지 내 의견을 조심스레 물어 왔다.

양의에서 포기한 지경에 있는 암 환자를
한의학에서 임상 치료한 결과
여러 모양으로 성공한 예후가 있다는 거다.

나는 어차피 대수술까지 하고
이제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를 한시적으로 받게 되면
양의학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동원하는 셈이 되는데
일단 현대 의학에 의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연후에 몸의 상태를 보아 가면서
차츰차츰 다른 치료 방법을 고민해 보겠노라 했다.

김영인 원장은 얼굴 가득히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간다.

" 혜숙 언니의 병 자체가 우리 모두 함께 아파하고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으로 드리는 말씀인데요...
혹시 언제라도 치료 방법을 한의학 쪽으로 바꿀 생각이 드시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
이 방면에 전문 의료인들과 협력해서 최선을 다 해 볼테니까요.
그리고 저... 나중을 위해서...
혜숙 언니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몸에 기를 돋우고
보하도록 각별히 감안해서 한약을 지어 보내 드릴 테니까
꼭 복용하도록 형부가 곁에서 신경 좀 써 주시고요...
계속 필요하면 부담 갖지 말고 언제고 연락 주시고요..."

며칠 후 김영인 원장은 정성들여 다린 한약을
한 짐 집으로 보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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