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우리 옷 문화와 민족 의학

 

 

우리는 하루 종일 풍욕하랴 운동하랴 냉온욕하랴
그것도 모자라 마그밀을 복용하면서
화장실에 시도때도 없이 드나들랴
쉴새없이 들려오는 장 선생의 말씀 들으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스스로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따라하기 바쁘다.

이튿날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풍욕하고
냉온욕 실습하고 상쾌해진 기분으로 장 선생 댁에 들어 선다.

우리도 그만 좀 쉬었으면 좋으련만
장 선생은 우리의 절박한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 그런 건지
아직도 믿고 따르지 못하는 우리 마음을 읽고
아예 더세게 내갈겨서 말뚝을 콱 박아 두려고 그런 건지
돌아오자마자 우리에게 오더니 쉴틈없이 이야기한다.

우리 선조들의 옷 문화는 자연 건강법과 관련이 깊단다.
여성들의 장신구인 은비녀를 보더라도
은(銀)은 해독 작용이 강한 물질이란다.

장신구이면서 동시에 해독 작용을 이용한 건강법에서
유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경우에 대님을 찼는데
혈액순환과 치질 예방에 발목을 묶어 주는 것보다 더 좋은 요법이 없단다.

요즈음 각종 난치병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이
나일론 등 화학 섬유에 꽉 조이는 옷을 입는 데서 생기는 경우도 있단다.

화학섬유는 공기를 차단해서 피부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고
이것이 각종 피부병의 원인이 된다는 거다.

피부는 호흡과 배설 작용 등으로
우리의 건강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데
이런 피부를 꽉 조이는 옷으로 감싸고 밀폐시켜서
온전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우리 민족 전통에 도무지 맞지 않는 서구식 옷 문화를
무분별하게 도입한 결과로 말미암아서
많은 부작용이 따르고 있단다.

신발도 사람의 발 구조에 맞아야 하는데
사람들의 발은 13 도 각도로 되어 있고
이 각도에서 활동하기도 가장 편하게 되어 있단다.

그런데 하이힐을 신게 되면 발의 각도가 비정상으로 높아져서
자궁의 위치가 비틀어지게 되고
현대 여성에게 자궁암이 많은 원인 중에 하나도
바로 이 하이힐 때문일 것이란다.

여성들이 애용하는 화장품도
요즈음 생산되는 것들은 대부분 계면 활성제를 쓰는데
그처럼 독한 약물질을 피부에 직접 묻히고 발라서
피부를 공기와 차단시키고 피부호흡을 방해하니까
얼굴에 피부병이 생기는 것이란다.

옷을 헐렁하게 입고 속옷이라도 반드시
천연섬유로 만든 옷을 입어야 한단다.

우리 옷 문화를 되찾는 것이 바로 건강을 찾는 일이고
이는 서구식 옷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단다.

장 선생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종횡무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혜숙과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가
풍욕을 하기 위해 녹음기를 옮겨 놓는다.

그제서야 장 선생은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나" 하면서 자리를 물리신다.

혜숙과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옷을 벗는다.
경쾌한 음악과 맑은 목소리에 따라 풍욕을 실습한다.

풍욕을 하면서 나는 혜숙과 의논한다.

장 선생은 최소한 보름 정도는 치료를 받고
교육과 실습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병원에 가서 매일 받아야 하는 방사선 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리가 끌려 내려 온 것이 금요일 오후이고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내일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서
방사선 치료를 계속해서 받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혜숙은 걱정이 앞선단다.
장 선생이 저토록 열성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지도하시고
더군다나 방사선 치료를 핵폭탄 쏘이는 거라면서
펄펄 뛰고 계신데 우리를 쉽게 놓아 주겠냐는 거다.

나는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다시 와서 치료를 받겠다 하고
정히 안 되면 도망이라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리는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풍욕이 끝나고 옷을 추스려 입자마자
장 선생이 다시 우리 방으로 들어 선다.

그리고는 특히 중한 암 환자의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풍욕에 철저히 매달려야 한다면서
풍욕의 효과와 효능,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 간다.

나는 적당한 분위기에서 말머리를 돌려 놓고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

방사선 치료를 매일 3 주간 동안 받고 이제 2 주가 남았는데
여기에서 의학적 노력을 포기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짜피 쉽지 않은 몸을 이끌고 받기 시작했는데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방사선 치료 과정을
일단 끝마쳐야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내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가야겠다고 했다.

장 선생은 내 얘기를 듣더니 낯빛이 달라지신다.
그러니까 암 환자 가운데 의사와 약사가
제일 골치를 썩인다고 했다.
치료하는데 제일 말을 안 듣는 집단이란 거다.

서양의학은 우리 몸의 병을 무려 17 만 여 가지로
구분해 놓고 있단다.

하지만 민족의학에서는 병이란
애초에 없는 것이라는 견해에서 출발한다는 거다.

서양의학에서 소위 '병'이라고 부르는 것을
민족의학에서는 우리 몸이 음과 양의 부조화로 인해서
잠시 균형과 질서를 잃게 되었을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자연치유력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와 그 현상으로 본다는 거다.

서양의학은 시체를 해부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인체를 부분적으로 해석하고
아픈 부위나 증상에 따라 병명을 제각각 다르게 붙이면서
서로 다른 처방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병명에 따라서 진료 과목을 만들고
그때마다 전문의를 두어서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민족의학에서는 인체 조직을
마치 생명이 없는 시체나 기계의 한 부속물처럼 다루는
국부치료법으로는 결코 병을 완치시킬 수 없다고 본단다.

민족의학에서는 우리 몸을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 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나중에 전해 들어서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 날, 장 선생은 광주에 있는 내 친구들에게
나를 좀 설득해 달라는 취지로 두루 전화를 하셨단다.

어쩐지 그날 저녁, 장 선생은 나에게 만나 볼 사람이 있으니
밖에 나가서 저녁 식사를 하자신다.

혜숙은 실습을 계속하도록 남겨 둔 채
나는 장 선생을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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