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발물 요법

 

 

그 날 이 강은 장두석 선생에 대해
민족생활의학을 일구어 내고 일으켜 세운 의인(醫人)이요
우리 민족의 민주사회 운동을 이끌고 실천하는 의인(義人)이라고
거듭 강조해 마지않았다.

나는 장 선생에 대한 신뢰가
이렇듯 절대적이다시피 할 수 있는가 새삼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서양의학을 포기하고 민족생활의학에 매달리는 길을
선뜻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지적 관심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서
나와 혜숙을 간절하게 설득하려는 소중한 분들의 뜻을
단숨에 거절하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복잡한 심사로 주저주저하던 끝에
나는 아내와 좀 더 의논을 해 보겠는데
아무래도 마지막 선택은 혜숙에게 맡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로 은근 슬쩍 돌려 버렸다.

그 즈음해서 자리를 비웠던 장 선생이 돌아 오셨다.
아마도 본인의 면전에서 하기에는
민망스런 이야기일 수밖에 없어 자리를 피하신 듯했다.

내게서 더 이상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없자
자리를 함께 한 이들 모두 시무룩하고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분위기도 어색해졌다.

오랜 만의 해후를 마치고 장 선생 댁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장 선생께 아무래도 내일 오후에 서울로 올라 갔다가
다시 찾아 뵈어야 되겠다고 했다.

집에 도착하니 혜숙은 녹음기를 틀어 놓고 풍욕하고 있다.
나는 혜숙에게 밖에서 문병란 선생과 이 강을 만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나눈 일들을 말해 주었다.

풍욕이 끝나자 장 선생이 기침을 하며 들어 오신다.
장 선생은 굳이 다음 날 올라가겠다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우선 급한대로 몇 가지 실습할 일이 있다면서
발물 요법에 대해 설명한다.

섭씨 40 도 되는 더운물을 양동이에 담고 의자에 걸터 앉거나 누어서
발을 무릎 아래까지 잠기도록 물 속에 넣는다.
무릎 위로는 얼굴만 남기고 몸 전체를 담요로 덮는다.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더운물이 식지 않도록 계속 부으면서
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물의 온도를 조금씩 올려 가면서 20 분 정도 지나면
물에 잠긴 발이 시뻘겋게 변하면서 온몸에 땀이 흐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각탕이라고도 하는데 20 분 후에는
발을 찬물에 2 ~ 3 분 정도 담근 다음 발을 꺼내 물기를 닦아 내고
땀이 다 나올 때까지 몸을 덥게 하고 계속 누어 있는다.

발물 요법 후에 몸이 너무 덥다고 갑자기 몸을 식히거나
바로 옷을 바꿔 입어서는 안 된다.

이 발물 요법은 냉해지기 쉬운 하체의 혈액 알칼리도를 높이고
동시에 발한(發汗)을 촉진하는 방법이란다.

또한 고열이나 미열, 신장병, 불면증, 당뇨병, 감기, 기침 등에
좋다고 한다.

우리는 발물 요법을 실습하면서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집에서 당장에 실행하기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듯했고
다리가 시뻘개지면서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린 다음
몸을 닦고 나니 그리 개운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혜숙과 나는 이 후에 가끔씩 각탕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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