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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희망의 불씨

 

 

혜숙은 첫돌이 마악 지난
막내 아들 중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우리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살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랬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점점 더 야위어 가자
막내가 세 살 될 때까지만이라도
살아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기력이 쇠약할대로 쇠약해 져서
누어 있기조차 힘들어 했을 때...

혜숙은
"어떻게 해서든지 올 12 월까지는 살아야 될텐데..." 했다.

그러면 앞으로 6 개월이 남아 있다.
나는 "하필이면 왜 12 월까지야?"
하고 물었다.

"막내가 너무 어려서 엄마를 전혀 모를 것 같애...
중현이가 커서 엄마를 기억하게 되려면 두 돌은 돼야겠지?
나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살아 있어야 돼!"

막내가 두 돌이 되려면
앞으로 9 개월이 더 있어야 한다.

혜숙은 9 개월이라는 세월을
더 살아 있을 자신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9 개월이 아니라
6 개월 만이라도 더 살아서
막내에게 엄마에 대한 기억을
희미하게나마 남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거다.

혜숙은 자기자신의 운명을
가늠하고 예측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면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마지막 남은 삶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이거다~~~!!!

혜숙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는 희망은
막내에게 있었다.

죽을 수도 없고
죽어서도 안 되는 절대적 의지가
바로 막내에게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희망의 불씨...
유일한 희망은
바로 첫돌지난 막내에게 있었고
그것은 막내에 대한 모성 본능이었다.

과학적으로... 임상적으로 증명된 절망 앞에서
한갖 공허하기 짝이없어 보이는
추상적 희망이었지만

혜숙은 본능적으로
엄마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죽음을 이겨 내야 하는 의지...
생명에 대한 집착이
모성 본능에 의해서

마지막 희망의 불씨로
그 명맥을 지켜 내고 있었던
것 이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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