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외상 매입을 자산 삼아

 

 

책상 하나를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 큰 사무실이 필요했다.
당장에 작업을 진행시킬 직원이 필요했다.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사무실을 옮겼다.
출판 편집 경력 15 년 이상되는 베테랑급으로 우선 두 분을 간부 직원으로 초빙했다.

그래도 모자랐다.
다시 보름 만에 20 여 평되는 사무실을 구해 이사했다.
직원도 여섯 분으로 늘었다.

내가 두 번째로 직장 생활을 했던 도서출판 현암사 조근태 사장을 찾아 갔다.
조 사장은 이미 나의 형편과 사정을 간접적으로 들어 알고 계셨다.

 

 

▲ 현암사 조근태 사장 (1942 ~ 2010 )


"최 선생! 사업을 하게 되면 무슨 사업이든 부채를 지게 마련이오.
5 천 만 원이란 부채는 사업 규모에 따라서 별 거 아닐 수도 있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외상 매입 부채가 한 5 천 만 원에서 늘 깔려 있도록 사업 규모를 키워 놓으면...
재정적인 문제도 어렵지 않게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께요.
나도 최 선생을 위해서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우선 아무런 시설도 없고 거래처도 없을 테니까 내가 그것을 맡아 주겠소...
제일 큰 부담이 원재료인 종이값일텐데...
내가 거래하는 지업사에 특별히 부탁해 놓을테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주문해서 갖다 쓰시고 여유가 생기면 갚도록 하시오...
그밖에 인쇄소나 제본소도 필요하다면 소개해 주겠소...
그리고 한 가지 더... 혹시 정히 필요하다면...
우리 현암사 어음을 발행해 드릴 테니까 그리 아시고요...
아마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꺼요..."

그 때 조 사장의 도움과 제안은
내게 크나큰 의욕과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세 번씩이나 울먹이며 피마르는 심정으로
주저주저하며 안쓰런 표정으로
사정하던 혜숙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혜숙에게 속삭였다.

"내 꼭 올해 안으로... 6 개월 안으로 빚을 갚을께...
몸조리 잘 하고 살아 있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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