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시련은 떠나지 않고

 

 

혜숙이 안마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될 무렵이다.
갑자기 숨이 차 오른다고 했다.

숨을 못 쉬겠다며 입으로 허연 거품을 품어 냈다.
혜숙은 결혼하기 전에도 몸이 찬 편이었다.
가끔가다 손발이 저린다고도 했다.

혜숙은 처음에 오른쪽 눈꺼풀이 자꾸 내려 앉아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안과 병원을 찾아 다녔다.

종로 1 가 공안과에서는 우선 약을 복용하고
반응을 좀 지켜 보자고 했다.

영등포 김안과 병원으로 갔다.
역시 마찬가지로 좀 지켜 보자고 한다.

그러는 동안 혜숙은 안면이 저려 온다고 했다.
입술이 뻗뻗하게 마비된다고 한다.

말할 때마다 침을 흘리면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비 증세가 점점 목으로 안면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호흡 곤란까지 오게 되었다.

응급차에 싣고 한양대 병원으로 달려 갔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있었느냐면서
당장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암이 퍼져서 그런게 아닌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제발 그것 만은 아니기를 바라고 기도했다.

진찰 결과 중증근무력증이라고 한다.
근무력증은 세포와 세포를 이어 주는 신경이
마비되어 나타나는 병이란다.

처음에는 대개 눈꺼풀이 내려 앉으면서
앞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안과를 먼저 찾는다고 한다.

의식은 있어도 숨 쉴 수 있는 기력이 없을만큼
온몸이 마비되기도 한단다.

심한 경우 호흡 마비에까지 이르르면
순식간에 사망으로 이어 질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란다.
혜숙이 바로 그런 상태에까지 와 있단다.

혜숙은 산소호흡기가 갖추어져 있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근무력증으로 인해 가슴 부위가 마비되어
자기 힘으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혜숙을 중환자실로 옮기는 데
장정 3 명이 달라 붙어도 들어 옮기기 힘들어 했다.
온몸이 마치 시체처럼 쫙 뻗고 굳어버린 탓이다.

숨을 쉬지 못하면 사람은 곧 죽고 만다.
그럴 때 사람들은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말하는데
혜숙이 바로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혜숙은 잠을 자다가도 마비가 오면
가슴과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때면 중환자실에서도 응급 간호사가 달려들어
기도 확장 주사를 놓아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시간이 1 ~ 2 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혜숙은 그 사이를 견딜 수 없어
병실 건물에서 뛰어 내려 죽고 싶다고 했다.

한 번은 실제로 창문에 매달리고 흔들어 대면서
뛰어 내리려 발버둥을 쳐댔다.

기도 확장 주사를 맞으면 사람이 죽기 전에
오공에서 냄새 고약한 분비물이 새나오듯
그렇게 소변이며 분비물이 자꾸 나온단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숨을 쉬고부터
혜숙은 안정을 되찾은 듯 했지만
침대 시트에 오줌을 싼 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환자의 마지막 모습
마지막 순간처럼......

하지만 의사들은 의학 기구가 현대화되고 발달해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한
중증근무력증으로는 쉽게 죽지 않는다고 했다.

호흡마비가 오더라도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면
심장 괴사를 막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는 의사의 말에 큰 위안을 받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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