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흉선 제거 수술

 

 

그런저런 불안 때문이었던가
나는 혜숙이 수술실로 들어 가는 순간을 놓쳐 버리고 배웅하지 못했다.

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사무실 일로 분주하게 허둥지둥 거리다가 그만 한발 늦게 도착한 것이다.

혜숙은 수술실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다가
정작 내가 보이지 않으니 무척 섭섭했던 모양이다.

두고두고 그 때 일을 기억하고
가끔씩 이야기하면서 나를 원망한다.

암 수술을 받을 때는 내가 감옥에 있어서
두렵고 외로워도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두 번째 대수술 때는 정말로 야속해서 눈물을 흘렸단다.

한발 늦게 도착한 나는 수술실 밖에서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그제서야 심각하다는 생각에 다시금 두려움이 밀려 들었다.

흉선이란 부갑상선의 일종으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란다.
흉선은 앞가슴 갈비뼈 안쪽에 크고 긴 목걸이형으로 둥그렇게 자리잡고 있단다.

흉선을 제거하려면 앞가슴 갈비뼈 한 가운데를
톱으로 모두 절단해서 쩌억 벌려 놓고
그 안에 붙어 있는 허연 부위를 잘라 내야 한단다.

수술이 끝난 다음에는 반으로 갈라진 갈비뼈를
다시 제자리로 오무려 닫고 절단된 부위를
접착제로 다시 이어 붙여야 한다는 거다.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그야말로 전신에 소름이 끼쳐 왔다.
가냘프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그런 지경을 어찌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나는 약국 건너편에 있는 정육점에

소와 돼지가 큼직한 가슴 속 갈비뼈를 드러 낸 채
굵은 쇠갈구리에 매달려서 걸려 있는 모습이
갑자기 머리에 떠 오르면서 다시금 몸서리를 쳤다.

수술실에서 나온 혜숙은 광목줄로 온몸이 꽁꽁 묶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꿈틀거리지 않도록
온몸을 침대에 꽁꽁 묶어 고정시켜 놓았다.

몸이 흔들리면 절단했다가 다시 붙여 놓은 갈비뼈가
제대로 아물지 않거나 겹질릴 염려가 있어서란다.

또한 기도와 방광, 양쪽 갈비뼈 밑으로 분비물을 배출해 내는 생고무줄 호스가
무려 8 개나 주렁주렁 달려서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나는 마치 강시 같기도 하고 염습한 시신 같기도 한
혜숙에게 다가가 살포시 품에 안아 보았다.

인기척을 느껴서였던가 그 순간 마악 마취에서 깨어난 혜숙은
내가 몸서리치던만큼 그리 고통스러워하지는 않는 표정이다.

데메롤 등 몰핀 주사를 강하게 투여한 까닭인지
그리 아프지 않다고 했다.

그저 정신이 몽롱하고 약간 황홀하면서
계속 잠이 쏟아진다고 했다.

기관지를 절개해서 말을 잘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 표시는 필담으로 했다.

혜숙은 또다시 강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내게 필담으로 써댔다.

"당신은 내가 수술할 때마다 왜 곁에 없는 거야?
애들 둘 낳을 때도 그렇고... 그게 제일 가슴에 맺혀...
당신 식구들은 음식도 맛있게 잘 먹고 건강하지?
나 때문에 피곤하지?...
내가 얼른 죽어버렸으면 좋겠지???......"

꽈배기처럼 배배 꼬여 뒤틀린 심사가 다시 발동하면서
온갖 감정을 필담으로 퍼부어댔다.

나는 혜숙이 정을 떼고 가려고
이렇게 포악스럽게 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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