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다시 죽음의 문턱에서

 

 

하지만 혜숙은 숨 쉴 기력을 거의 잃어 가고 있었다.
의사들은 아예 마취를 시키고 산소호흡기를 댔다.
다른 환자들보다 더 심하고 특이한 경우였단다.

침도 삼킬 기력이 없어 옆으로 질질 흘리고
의식은 있어도 말로 표현할 기력을 잃고 있었다.

혜숙은 살아 있는 고통이 얼마나 극에 달했던지
차라리 죽고 싶어 했다. 이 때 혜숙은

" 하나님 아버지! 어찌하여 저에게 이처럼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시나이까...
저는 더 이상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정말로 저를 조금이라고 위하고 아끼신다면
제가 잠들어 있을 때 영원히 이 눈을 뜨지 말고
잠들 수 있도록 도와 주옵소서.
제발 평안한 마음으로 주님 곁에 갈 수 있도록
저를 인도해 주옵소서"

하는 기도를 수없이 드렸다고 했다.
내일이면 이 중환자실에 있는 기계들을
이 광경들을 보지 않게 해 달라고
하루 빨리 하나님의 품에 안기게 해 달라고 애원했단다.

한 번은 혜숙의 맥박이
1 분에 30 ~ 40 회로 계속 내려 가 있었다.

의사들이 질겁을 하고 몰려 와
초긴장 상태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 후 한동안 의사들은 교대로
혜숙의 옆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혜숙의 친척들 나의 친척들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이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겠다고 또다시 모여 들었다.

동네에서는 살던 집을 부수고 건축 공사를 하더니
혜숙이 곧 죽게 되었다고 소문이 났다.

이때 혜숙은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 왔다고 했다.
하나님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매달려 기도하는 중에
예수님의 형상이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형상이 "이제 나랑 같이 가자" 하시며
앞서서 걸어가시는데 혜숙은 아무런 주저없이
"예 따라 가겠습니다" 하고는
그 뒤를 쫓아 갔다는 것이다.

그 길이 아마도 천당가는 길 아닌가 싶었는데
양쪽으로 금보라빛 나무가 늘어서 있었단다.

아름답고 찬란한 그 길을 끝까지 따라 가는데
마지막에 돌계단과 문이 나오더란다.

그 문으로 들어 서면
천국으로 들어가는 거겠구나 싶더란다.

그 순간에 갑자기 아이들 생각이 떠오르더란다.
그래서 "주님!" 하고 소리쳐 부르고는
"저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면 안 될까요?
애들 때문에 지금 집에 좀 가 봐야 하는데
갔다가 다음에 올께요..." 하고는
뒤돌아서 돌아 왔단다.

그때 예수님은 "이 여인을 어찌해야 하나"
하고 고뇌하는 표정으로 혜숙을 바라보고 있었단다.

그 인간적 예수의 모습이 가물가물 사라지면서
다시금 깨어 났다고 한다.

주치의는 산소호흡기를 장기간 사용하면
폐에 합병증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니만큼 기관지 확장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나의 의견을 물었다.

나는 아내가 너무 고통스러워 못 견뎌하니
기관지 확장 수술이든 뭐든 빨리 손을 써 달라고 졸라댔다.

수술은 30 분 만에 간단히 끝났다.
나는 혜숙에게 이제는 괜찮아질 꺼라고
잘 참고 견뎌달라고 간청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매달렸다.
아내의 고통은 내게 더 할 수 없는 고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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