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사랑이 뭐길래"

 

 

약국을 다시 시작한 지 한 달 쯤 지나서다.
손님들이 몰려 들고 혜숙은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하루 매상도 예전에 비해서 꽤나 많다.

MBC 텔레비전에서 제의가 들어 왔다.
일반적으로 텔레비전을 많이 보게 되는 가을에서 다음 해 봄까지
시청율을 높이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개편한단다.

이 때 텔레비전 회사마다 사운을 걸고 프로그램 경쟁을 하게 되는데
MBC 에서 주말 드라마 프로그램으로 큰 야심을 갖고 기획하는 작품이 있단다.

그 작품의 일부를 세민약국에서 촬영하고 싶은데 허락해 줄 수 있겠느냐는 거다.
촬영은 언제쯤인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다.

일주일에 2 회를 촬영하게 되고 1 회분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고 했다.
최소한 6 개월 동안은 계속해야 하고 사정에 따라서는 몇 달 더 연장될 수 있단다.

촬영할 때마다 두 시간 이내로 끝나면 사용료로 5 만 원을
두 시간이 넘으면 10 만 원을 지불한단다.

우리는 쾌히 승락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을 촬영하려고 그러나 했다.

방영이 시작되고 보니 MBC 주말 연속극 "사랑이 뭐길래"다.
줄거리 가운데 탤런트 최민수가 대발이 역으로 등장하고
그 상대역으로 하희라가 출연한다.

대발이 부모 역으로 이순재와 김혜자가,
처제 역으로 신애라가 약국을 운영하는 친구의 관리 약사 신분으로 등장한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약국 장면을
우리 세민약국에서 촬영하겠다는 거다.

약국 장면의 주요 등장 인물인 신애라를 비롯해서
윤여정, 여운계, 강부자, 사미자, 이재룡, 김찬우 등등
탤런트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세민약국에서 촬영을 한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약국 앞 네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더우기 MBC 에서 사운을 걸고 기획한 작품인만큼
이 드라마는 우리 나라 TV 역사상 전무할 정도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공전의 화제작이 되었다.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되는 날은 길가에 행인들의 발길도 뚝 끊길 정도였다.
인기 있는 스포츠 중계보다도 더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시청률이 가히 폭발적으로 올라 가면서
세민약국은 인근 일대에서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인근에서는
"여기가 '사랑이 뭐길래'를 촬영했던 세민약국" 이라며 구전되어 전해 지고 있다.

 

▲ 문화방송 주말연속극 "사랑이 뭐길래"에서 약사 역 신애라

 

생각지도 않던 뜻밖의 상황도 더러 벌어졌다. 
제약회사마다 비상이 걸린 것이다. 

TV 에서 자주 비춰 지는 약품 진열장 부근에 자기 회사 제품을 진열해 달라면서 
광고비 댓가로 2 백 만 원을 주겠다 3 백 만 원을 주겠다 하는 등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혜숙에게 달려 들었다. 

우리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될지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아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각 제약회사 광고부에서는 더욱 안달이 나는지 
액수를 더 크게 올려주겠다고 난리다. 

특히 경쟁 업체끼리 서로 치열하게 다투며 대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멀쩡하게 진열되어 있는 약품들을 
자기 회사 제품으로 바꿔 놓지 않을려면 공평하게 치우라는 거다. 

 

MBC 본사에도 이런 내용의 터무니없는 항의가 빗발쳐 들어오는 바람에
너무 선명하게 비치는 약품은 회사와 제품명을 종이로 가리기도 하고
자주 비칠 수밖에 없는 약품들은 어느 회사 제품인지 시청자가 느끼지 못하도록
흐릿하게 촬영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참으로 복에 겨운 시달림이었다.
다시 찾아 시작하자마자 세민약국은 예상치 못한 행운이 따르고 있던 것이다.

우리는 뭔지 모르게 이제 고통과 고난의 짐을 벗고 앞으로
하나님의 축복과 은총이 따르는 게 아닌가 여겨지면서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

혜숙은 피곤한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더욱더 신명나게 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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